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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준 Mar 27. 2022

뭘 해도 잘 안 풀리는 취준생들이 만났다.

취향이 다른 친구들끼리 모이면 생기는 일.


자켓을 걸치지 않아도 따뜻하고 화창한 날씨,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났다.


고등학교 학창 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친구들,

우리는 어느새 20대 후반이 되었다.


예전과 같이 웃고 떠들지만 달라진 게 있다면,

생계에 관한 진지한 고민이 오고 간다는 것이었다.


아직 졸업도 하지 못한 나,

대학을 새로 입학한 친구,

곧 퇴사 후 백수 예정인 친구.


계절은 이렇게 때가 되면 변해 있는데,

우리의 계절은 아무래도 이상기후인 것 같다.


그래도 예측불허한 날씨에 흠뻑 비에 젖는 날도 있지만,

이렇게 서로를 만나 햇살이 따스히 비추는 날도 있다.


새로 생긴 돈가스집에서 연신 맛있다며 밥을 먹고,

새하얀 눈꽃 위에 딸기가 내려앉은 빙수도 먹는다.


그러고는 커피를 사 와서 누군가의 집에 모인다.

몇 인치의 작은 컴퓨터 앞에 셋이 옹기종기 앉는다.


친구들의 취향이 구름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시간이다.


일본 드라마, 영화, 노래에 관심이 많은 친구들과 달리,

나는 일본에 관련된 그 어떤 것도 깊이 알지 못한다.


나와 취향이 다른 친구들을 만난다는 건,

나의 세계가 가지를 뻗어 나가는 것만 같다.


자신이 좋아하는 곡을 신나서 들려주는 친구의 모습은

햇살에 반짝이는 잎처럼 싱그럽게 빛이 난다.


그 빛에 내 잎사귀들도 쫑긋하고는 귀를 기울인다.


"노래 참 좋다. 내가 좋아하는 가수와 목소리가 비슷해."


알고 보니 그 일본 노래는 내가 애정 하는 가수,

백예린님이 커버한 La La La Love Song이라는 곡이었다.


취향을 공유한다는 건,

이렇게 가지를 뻗쳐 새 잎을 피워내는 일이다.



이 La La La Love Song 이라는 곡은

일본의 '롱 베케이션'이라는 드라마의 OST이다.


이 드라마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고 한다.


나는 항상 달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왜 그럴 때 있잖아.
뭘 해도 잘 안 풀릴 때. 뭘 해도 안 될 때.

그럴 때는 신이 준 휴식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무리해서 달리지 않고, 초조해하지 않고, 힘내지 않는다.

흐름에 몸을 맡기는 거지.


드라마, 롱 베케이션 中.


어쩌면 지금,

우리 셋에게도 신이 휴식을 준 건 아닐까.


그렇다면 우리가 할 일은,

흐름에 몸을 맡기고 각자의 계절을 받아들이는 것.


언젠가는 뻗어나간 가지와 돋아난 잎들 사이에서

각자만의 예쁜 꽃을 피우는 날이 올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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