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인간관계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준 Apr 13. 2022

아빠만의 봄풍경이 가져다 준 초록빛의 힘.

우리 모두는 회색빛 세상에 지지 않을 초록빛의 힘을 숨긴 씨앗이니까.


우리 아빠는 택시운전사다. 때때로 아빠는 뜻밖의 숨겨진  맛집을 알아온다. 그러고는   번씩 가족을 그곳에 다시 데려간다.


이번에 아빠가 우리를 데리고  곳도 그랬다. 버스가 다니지 않는, 도심의 끝에 위치한 작은 시골마을의 손님을 태워주다 발견한 아빠만의 봄풍경이라 했다.


한참을 차를 타고 어디론가 들어가고,  들어갔다. 차멀미에 지쳐 차체에 기대어 눈을 감았다. 덜그럭, 덜그럭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바퀴 소리만 들리더니, 어느 순간 지친 얼굴 위로 차분한 햇살이 내려앉았다.


눈을 뜨자 창밖에는 푸릇하게 올라온 잔디밭, 파랗게 흐르는 강물, 새싹이 반짝이는 산의 풍경이  번에 담겨있었다. 생색쟁이 아빠에게 호응해 주기 싫었는데, 호응을  해주기가 힘든 풍경이었다.


봄이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빛이 나는 줄은 몰랐다. 벚꽃의 풍경이 사랑스러웠다면, 아빠의 봄풍경은 싱그러웠다.


 속에 숨겨졌던 초록빛이 세상에 가득 퍼져나가고 있었다. 회색빛의 마음에 봄의 힘이 스며들어온다. 술에 취한 손님들을 상대하느라 지쳤을 아빠의 마음에도 그런 힘이 전해졌나 보다.


멕시코 격언에는 이런 말이 있다.

They tried to bury us.
They didn't know we were seeds.
그들은 우리를 땅에 묻으려 했지만 간과한 것이 있다.
그건 바로 우리가 씨앗이라는 것이다.


봄나들이는 끝이 나고, 우리는 일상으로 돌아가야만 한다. 봄풍경처럼 평화롭지만은 않은 그런 일상으로.


아빠는 또다시 매일 , 잠과의 싸움을 하며 진상 손님들과   원의 택시비로 옥신각신할 테고,  또한 불안한 미래를 버티고 쏟아지는  일들에 허덕이며 그렇게 살아갈 테지.


삭막한 현실이 우리를 차가운 땅속으로 묻을지라도, 우리가 오늘 본 봄풍경은 가슴 깊이 남아 있을 것이다. 우리 모두는 회색빛 세상에 지지 않을 초록빛의 힘을 숨긴 씨앗이니까. 그 누가 우리를 흙투성이로 만든다 해도, 우리는 존재만으로 싱그럽게 빛날 테니까.

매거진의 이전글 뭘 해도 잘 안 풀리는 취준생들이 만났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