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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준 Apr 04. 2022

나는 스스로에게 너무나 불친절했다.

나는 그동안 나에게 2차 가해를 하고 있었다.

대학 새내기 시절,

밴드 동아리 활동을 했었다.


1년도 활동하지 못하고 동아리를 나왔다.


아직도 밴드 공연을 보면

그때 생각이 나서 씁쓸해진다.



세컨 기타를 맡았던 나는,

메인 기타를 맡은 선배에게 이유 모를 미움을 받았다.


툭하면 외모에 대해 인신공격을 했고,

대놓고 핀잔을 주기도 일쑤였다.


특히 공연 때마다 나만 왕따시켰던 일은 두고두고 서럽다.


공연의 분위기를 리드하는 메인 기타 선배는

나만 쏙 빼놓고 다른 멤버들과만 합을 맞췄다.


나는 그저 홀로 우두커니 서서

열심히 기타만 쳤던 기억이 난다.



그 선배는 왜 그렇게까지 나를 미워했을까?


내가 동아리 내에서 연애하는 게 꼴 보기가 싫었나,

내가 학업에 더 열중하는 모습이 꼴값이었나,

내가 처음과 달리 살찌고 못생겨져서 싫어졌나,


그렇게 수많은 이유를 생각해 보면서,

밴드 공연을 볼 때마다 아파했다.


조금만 더 살갑게 굴어볼걸,

조금만 더 애살있게 다가가볼걸,

조금만 더 예뻐지려고 노력해 볼걸,


별의별 후회를 하며 스스로를 괴롭혀왔다.



그런데 내가 왜 괴로워야만 하는 걸까?


괴롭힌 가해자는 공연을 룰루랄라 볼 텐데,

괴롭힌 당한 피해자가 왜 공연을 싱숭생숭 봐야 할까.


나보다 고작 몇 살 학교 빨리 들어온 게 벼슬이라고

양아치 짓을 하던 그 인간이 잘못됐지,

왜 내 잘못만 찾아야 하는 걸까.



만약 이 일이 내가 아니라

내 가족, 내 친구에게 생긴 일이라면 어땠을까.


"밴드 활동을 하면서 왕따를 당한 건

다 네가 잘못해서 그래."


"네가 살찌고 못생기기까지 한데

살갑지도 않았어서 그래."


이런 말들을 상처받은 가족이나 친구에게 해줬을까.



당연히 아니다.


"이유 모를 왕따와 괴롭힘을 당한 건

절대 네 잘못이 아니야."


이런 말을 해주지 않았을까.



나는 스스로에게 너무나 불친절했다.


나는 그동안 나에게 2차 가해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공연을 보는 게 힘이 들고 괴로웠던 것이다.


공연을 본 뒤면 어김없이 자책과 후회로

나를 몰아붙이니까.


이제는 어리고 부족했던 나를 위로해 주고

앞으로 나아가고 싶다.


"그 어떤 이유도 괴롭힘과 왕따의 이유는 될 수 없어."


"그동안 마음고생 많았지,

이제는 마음 편히 공연을 봐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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