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필적 고의는 직관적이지 않으니 미필적 고의의 선조 격인 간접 고의를 말하고자 한다. 좋게 말하면 센서티브 하고 나쁘게 말하면 신경질 적인 글이겠다. 사람을 판단하고 인생을 재단하는 스킬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은 한국 사회다. 나는 작은 행동 하나하나를 모아 사람을 판단하는 내 의견을 말하고자 한다. 또 나는 그것을 실제 fact로 보기 때문에 사회생활이 힘들어 평소에는 내색하제 않고, 이 작은 책에 모아두기 위함임을 노파심에 다시 밝혀 둔다.
실로 복잡한 세상이다. 사람이 사람에게 행하는 행동이 직접적으로 나타나는 경우는 직관적으로 잘해주거나 칼을 들고 사람을 찌르는 것처럼 누가 봐도 잘못된 경우다. 그러나 요즘처럼 난잡하고 요지경 같은 세상에서 그런 경우는 뉴스에 나올 법한 이야기고, 우리가 살아가는 대부분의 인간관계는 그런 식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우선, 왜 그렇게 되어 버렸는지에 대해서 말하고자 한다.
딱 잘라 말하면, 이는 자유경제체제에서 돈이라는 것이 너무나도 중요한 개념이라 거기서 출발하게 된 것이 기본이고, 그 사이 성숙하지 못한 자아들이 욕심을 부리면서 문제가 발생한다.
우선, 스타트업 이야기를 먼저 한다. 스타트업은 개인의 영역과 비즈니스 영역 분리가 안 된다. 스타트업은 영세하기도 하고 능력이 안되거나 능력은 있지만 알려지지 않은 잠재력, 혹은 뻥튀기된 인간, 본인이 가지지 못한 것을 사람을 속여 성공하고 싶은 마음 등이 얽히고설켜서 대부분 지인으로 구성된 팀이 된다. 그러다 보니 개인의 영역과 비즈니스 영역 분리가 안된다. 공과 사는 구분해야 한다는
그 누구도 알 법한 이야기인데
실천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벤츠를 사주네, 번 만큼 나누네 입으로는 쉽게 말을 하지만 계약서는 쓰지 않는다. 그래서 1편에 계약서 관련한 말을 했었다. 돈을 벌게 되면 욕심이 생기고 욕심이 생기면, 이 돈 다 나 할 거야!라고 말을 못 하고 온갖 방법을 쓴다. 상대를 까 내리기도 하고, 주변에 힘 있어 보이는 사람을 이용해 평판 위협을 한다. 몇 명 되지도 않는 회사를 분리해서 따로 회사를 만들기도 한다. 이런 과정을 사업 집중을 위한 분사, 향 후 M&A, 리스크 관리 등으로 포장하며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어 그 사이 오가는 대화는 더 복잡해진다.
대기업 이야기를 해 보자. 스타트업과 달리 대기업에서 받는 돈은 대부분 다 정해져 있다. 그래서 스타트업처럼 돈 욕심 때문에 복잡한 대화가 오가지 않는다. 다만, 대기업에서는 확실한 어투 자체를 쓰지 않는다. 내 생각은 이렇고, 이렇다가 아니라.
~ 인 것 같습니다.
~ 로 보입니다.
~ 일 확률이 높습니다.
~ 이지 않을까요?
...
절대 확실한 내용을 말하지 않는다. 실제로 그럴 수도 있지만, 이런 커뮤니케이션의 저의에는 어차피 받는 돈은 다 똑같으니 크게 눈이 뜨이지 않고 오래 생존하는 스킬이 필요하다. 그리고 어떤 사고가 났을 때 책임을 회피 해야 한다. 그래서 확실하게 이야기하지 않는다. 애매하게 말하고 돌려서 말해야 하다 보니 커뮤니케이션이 복잡해진다.
중소기업은 대부분 가족이 핵심 멤버들이다. 스타트업에서의 "이 돈은 다 내 거야. 늬들은 본래 도움 안되었어!" 해야 하는데 그 말을 못 해서 복잡해지는 브라만 계급의 복잡한 커뮤니케이션과 이와 반대로 일가촉천민들이 대기업에서의 애매한 어투를 쓰는 복잡함이 다 모여있다.
나는 대중소기업, 스타트업, 창업 등 다 경험해 보며 확실한 캐릭터성을 가지고 생활해 보니 내 캐릭터의 귀무가설이 모두 기각되면서 진짜를 알게 되었다. 그런데 그런 사람 끼리끼리 모이는 경우도 있고 어차피 일 하는 사람은 따로 있으니 이런 현상은 깊게 탐구할 필요가 없다. 그냥 세상의 복잡함이 본의는 숨기고 에둘러서 이야기하는데서 발생한다는 것만 알면 된다.
세상 대부분이 거짓이다 보니 그래서 거의 인문학과 관련된 대부분의 직업들이 결국 진실을 밝히는 직업이다. 경찰, 변호사, 검사, 판사는 당연하고. 회계, 경영/경제, 재무, 재경, 세무 등도 마찬가지다. 기자, 방송인, 다큐멘터리 감독 등의 직업도 마찬가지다.
재미있는 것은 거짓을 추구하는 인간들도 진실을 원한다. 다만, 그것 알아도 다시 전파하지는 않는다. 간접 고의로 말이다. 직접 살인한 사람과 실수로 사람을 치여 죽인 사람의 목적은 다르다. 직접 고의와 간접 고의(미필적 고의)의 차이점은 딱 이거 하나 차이다. 그리고 사람이 죽는 것을 보고도 나서지 않은 것도 미필적 고의다. 나서거나 뒤에 알리거나 말을 해서 본인이 피해 입지 않는 것이 목적이지. 직접 고의로 죽인 사람처럼 그 사람을 죽일 의도는 없었기 때문이다.
비즈니스 영역에서 직접 고의와 간접 고의만 구분할 수 있다면 편리하다. 그리고 비즈니스 영역이라 그런지 대부분 딱 이 2가지만 알아도 된다.
1. 혼자 돈을 벌고 싶거나,
2. 혼자 명예를 얻고 싶거나.
비즈니스로 나와 만날 일이 있다고 해도 딱 이 2가지만 가지고 나를 판단하면 되겠다. 미리 밝혀두면, 나는 명예는 됐고, 돈에 가깝다. 에둘러서 이야기하면서 서로 머리 아프게 커뮤니케이션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러나 개인적 인관 관계 영역이라면 1, 2는 아예 고려하지 않아야 한다. 그래서 친구 사이는 돈 빌려 주지 말라는 것이다. 차라리 친구가 돈이 필요하고 내가 여유가 있다면, 그냥 돈을 주는 게 낫다.
수많은 SNS에서 본인은 아닌 것처럼 다른 사람이나 문화에 대해 비난하는 글을 많이 본다. 자신의 손에 더러운 것은 묻히기 싫은가 보다는 생각이다. 더 나은 제품을 만들 자신은 없어서 제품에 대해 비난하다 결국 법적 문제나 윤리 문제를 꺼내는 경우도 본다. 그런 식의 비난은 시기라는 것이 있다. 비난의 시기를 보면 무엇을 원하는지 빤히 보이고, 돈이 되는 섹터에서 비판자의 포지셔닝으로 돈을 벌려는 것이 빤히 보이는 경우가 많다. 어려운 시기던 잘되는 시기던 꾸준히 그 길을 가는 사람이 결국 성공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하나의 사실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는 없겠지만,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고 또 의외로 예상이 잘 맞는다면. 분명 다른 사람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해서 일기장이 아닌 공개된 곳에 써둔다. 그러나 나도 사람이다. 본의나 본성은 빤히 보이지만 그래도 젠틀하고 우아하고 예의 있게 다가오는 상대에게 바로 본심을 말하지는 않는다. 두리뭉실 이야기하다 보면, 비즈니스적 관점보다 사람 자체가 좋아질 수도 있다. 기회는 늘 줘야 한다. 그럼에도 나이가 들수록 제대로 된 인간관계를 가질 확률은 매우 낮지만, 그래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 왜냐면 정말 인생에 있어 귀인은 언제 만날지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고, 그런 귀인의 만남은 좋은 책 수천 권에 필적할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귀인을 만나는 경우는 없다 보니 옛사람과의 관계가 더 소중하다는 것이 팩트다. 그리고 새로 만나는 경우 위에서 언급했던 두리뭉실하고 복잡한 커뮤니케이션으로 너무 시간 낭비가 심하다 보니, 인간관계에 대해서는 다가가려는 마음보다 오히려 회피 능력이 더 발전하는 것임은 부정할 수 없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딱히 알려지지 않았다 보니 인생 대부분이 비즈니스 관계로만 이루어진 사람보다는 덜 피곤한 것 같다.
다른 사람에게 이래라저래라 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나는 이제 이렇게 살기로 했다. 비즈니스에서는 목적을 분명히 하고, 개인 관계에서는 계산을 버린다. 상대가 에둘러 말하면 직접 물어본다. "돈 때문인가요, 명예 때문인가요?" 어차피 답은 둘 중 하나다. 귀인을 만나면, "재미있어서요" 라던지, "저에게 의미 있어서요"라고 답할 것이다. 복잡한 세상이지만, 내 기준만큼은 단순하게 유지하겠다. 그것이 이미 늙어버린 나에게 이 요지경 같은 세상에서 정신 건강을 지키는 유일한 방법인 것 같다.
유일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