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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JH Mar 22. 2021

[소설] 100조 원의 사나이_1

*본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및 단체는 실제와 무관한 것으로 허구임을 밝힙니다.


[1] 백호준.

190억이 꽂혔다.

그러나 이제부터가 문제다. EJ  신문사 김은누 기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간만에 우리 한잔하지. 지금 시간 괜찮은가?"

"아... 백 대표님, 오늘은 정말 바쁜데?"

김은누 기자는 거드름을 피우는 것이 분명했다. 소형 신문사 기자가 바쁘다고 해도 시간 운용은 자기 마음대로 아니던가?


"그래? 그럼 아쉽군. 다음에 하지."

사기꾼 백 대표. 또 뭔가 꿍꿍이가 있는 것 같다. 그가 나를 보자는 것은 분명 뭔가 EJ 신문사를 이용해서 무료 광고를 할 의도일 것이다. 그간 알려줬던 단독 보도는 사실 본인 회사 광고를 위함이 분명했다. 가상화폐 기사를 단독 보도해서 기사 조회수 올기기는 좋았다. 8년 간 IT 기사를 다양하게 다루었는데 몇 개 안 되는 인기 기사 때문에 EJ 미디어 자체가 마치 가상화폐 미디어로 전락해 버린 것 같았다. 백 대표는 대형 미디어의 카메라 앵글을 받을 백그라운드가 있는 사람이다. 미국 SIT 대학교 출신이라는 것만으로도 JJ일보에 올라갈 수 있었다. 그동안 같이 수 없이 술을 마셨는데 순수한 지적 탐구 목적보다 정치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었다.


"어어, 그래 정민아 거기서 만나자고"

나는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김은누 기자는 주당이고 과시욕이 있으며, 자본주의의 개이며 또, 그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사람이다. 소형 신문사 편집장이면서 타고 온 2005 년식 중고 포르쉐 카이엔은 한 1000만원 주고 샀을까? 검고 푸석한 얼굴, 떨리는 손으로  쥔 몽블랑 스타워커 만년필은 그것을 알기에 충분했다. 구찌 가방 들고 다니면서 뒷 굽이 다 달은 질 나쁜 구두. 옷은 폴로 랄프로렌 메이커가 뻔히 보이는. 미국의 랄프로렌 매장은 폴로라는 이름을 쓰지 않고 여성복의 경우 고가 라인이다. 하긴 유튜브가 잘 되어 있지만, 정작 미국에 가봤어야 알지. 폴로는 한국에서 직장인들이 낼 수 있는 멋의 최대치 정도로 보인다. 휴대폰을 안 쓰고 취재하려면, 모나미 153까지는 아니더라도 적당한 펜이 많을 텐데 굳이 몽블랑일까? 그는 발로 뛰는 취재보다 어디 돈 나올 곳은 없는지 찾아다니는 하이에나가 분명했다. 그러나 그는 분명 필요한 사람이었다 과시욕에 충실하고, 그런 삶에 부끄럼 없이 술 좋아하는 기자 만나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아니나 다를까, 첫날 밥, 술, 그리고 정민이 가게까지 가게 되었다. 딱히, 한 곳으로 정해져 있지 않은 정민이 사업장은 한결같이 호텔 지하였다.


"아따, 쉬벌 백사장님 때깔 좀 보소?"

"오늘은 4단계로 해 주고 키핑 해 놓은 것 있으면 3병 정도 넣어줘."

"ㅆㅂ, 또 오늘은 무슨 연기를 하려고 그랴? 요새 찾는 사람 별로 없어서 4단계까지는 무리여"

"자, 여기 2억 치, 바코드 찍어"

"미쳤나 이게... '삐빅' 우리 VIP님, 최선을 다해 모시겠습니다!"


정민이는 고향 친구다. 내가 믿을 수 있는 사람 중에 몇 안 되는 사람이다. 이 나라는 성범죄를 큰 범죄로 다루지 않는 나라지만 성범죄 관련 여론은 매우 뜨겁다. 그리고 기자는 법 보다 여론이 더 중요한 자리. 술자리에서 만난 여성과 2차를 간다는 것은 성매매를 한다는 뜻이고 정민이는 늘 알리바이를 마련해 둔다. 주차장을 통해 들어와도 가게 내부에는 CCTV가 있다. CCTV를 모아둔 방이 있는데 그 안에도 CCTV가 있다. 나와 정민이는 동행이 2차를 가고 나면 늘 그 방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정민이는 내가 데려온 손님에게는 늘 5만 원 정도 먼저 팁을 줘야 한다고 말하고 돈 주는 장면이 있는 CCTV는 찾기 쉽게 태그를 해 둔다. 2차 비용 35만원은 내가 내니까 팁 5만원은 큰 돈도 아니고, 마치 자기가 돈 내고 가는 것처럼 느끼게 해준다. 2차는 업소가 아닌 위층 호텔에서 이루어 지기 때문에 경찰들도 잡을 방법이 없고, 아가씨들도 굳이 자백할 이유가 없다. 정민이가 이 업계에서 쌓아 놓은 신뢰는 CCTV가 2차 진상들을 위한 것이라고 해도 충분히 납득 가능하다. 그리고 술만 파는 것처럼 보이는 가게의 CCTV는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다.


"백 대표님, 지금 어디세요?"

"아... 파라다이스 즈하임돠"

"어쿠야, 백대표님 술 많이 드셨나보네. 내 백대표님 걱정되서 금방 갈께요."

역시... 11시 쯤  연락이 왔다. 원룸에서 가만히 누워서 할일도 없었을테지.


"백사장, 애들이 없어서 4단계는 아무래도 무리여. 내 1, 2레벨 초이스 안 된 애들 한복 입혀서 들여 보낼께. 꽐라되면 모르잖아? 그라고 키핑 해 놓은거 얼마 안된거라서 손님이 찾을 수도 있거든. 그 새끼오면 내 술 빼고 바로 새걸로 넣을께"

정민이랑은 죽이 잘 맞다. 회사 관련 마지막 기사는 다른 미디어로 바꾸고 싶지만 백 크립토 거래소가 해킹 당했다는 뉴스는 본래 처음 회사를 보도 했던 곳에서 해야 제대로 관심있는 사람들에게 알려진다.


물론, 해킹 당한 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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