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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JH May 31. 2021

[소설] 100조 원의 사나이_15

털썩... 호젓한 골목 식당에 자살 클럽 사람들이 모여 앉았다.

"난 몰랐어. 거래소마다 가격이 다를 줄이야... 신세틱스로 평생 모은 내 돈... 하루 만에 10억이 1000만 원이 되었어. 지갑이 열리는 게 뭔지도 몰랐어 난."

"그래... 김 씨... 난 알았지만... 지갑이 열린다고 한 시간에 안 열려서 그래도 희망이 있을 줄 알았어. 김프란 것도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해외에 카드 막혀 있으니 다 막힌 줄 알았는데 말이야. 이름 있는 회사가 한다고 해서 다 잘 될 줄만 알았지."

"나도 그래... 관련해서 교육은 하나도 없더구먼. 오히려 바이낸스가 시장가 100% 터는 것 막고, 해외 거래소인데 위험 거래하려고 하면 퀴즈를 풀게 하는 등 투자자 보호를 하더라고"

"그러면서 언론에서는 보상이니 뭐니... 투자자 보호를 위해 노력한다는 등..."

"투자자 보호? 개뿔... 일주일 내 의미 없는 응답이라도 오면 다행이지."


이야기는 끝이 없었다. 모인 사람들의 한탄과 원망과 고뇌 속에 온종일 고요한 골목 식당을 일렁이며, 울렁이게 만들었다. 그렇다. 그들은 자살하기 위해 모였고, 또 자살하지 않을 이유를 찾으려 대화를 시작했었다.


"어우... 그래서 말이야... 내가 잘 아는데 그냥 막 죽으면 안 돼..."

"뭔 말이여 시방 그게... 콱 뒈지려면 뒈져버리면 되는 것이제"

"맞아... 아녀... 높은 데서 떨어져서 초등학생 죽인 사건이 있었지요"

"번개탄이 최고여... 구하기도 쉽고... 조용히 간 다카더만"

"아저씨들... 말 다 맞는데요. 번개탄 살 때 영수증 놔두고 유서도 써놔야 더 조사 안 해요"

"젊은 친구는 어째 안 아냐? 그리고 왜 젊은데 죽으려고 하는가?"

"친구가 경찰이라서 물어봤어요. 자살 사건도 관련 물품 본인이 구입했다거나 자필 유서 없으면 타살 가능성 열어 두고 조사를 한데요. 뭐 죽으려는 이유는 굳이 말해야 하나요? 코인 때문이지."

"우커... 딸꾹. 저 친구가 카페 만든 친구 같은데.. 맞는 강?"

"맞아요. 제가 만들었어요. 아재들이 이렇게 많은지 몰랐네요."

"그려... 자살만이 살 길이여. 어차피 지옥 같은 세상이었는데 그나마 투자하면 잘 된다고 해서..."

"전, 뭐 돈 못 번 건 아니었어요. 반토막 날 때마다 2배 수로 물 타서... 이번에 도지 코인 채굴 사기만 아니었으면... 어디 보상받을 곳도 없어요. 뉴스를 제대로 내 주기나 하나. 다들 지네들 거래소 돈 잘 벌고 좋은 일 많이 한다는 기사만 내지... 우리 같은 사람들 커뮤니티 만들어 주지도 않아요. 오히려 돈 번 사람이 더 많다고 구라나 치죠."

"ㅆㅂ 나는 진짜 몰랐다니까. ㅆㅂ 트위터고 지랄이고 좋은 뉴스만 내더구먼 가격은 왜 떨어지고 왜 분석하는 놈들은 죄다 돈 번 놈들밖에 없더라고"

"그럼 카페 쥔장. 자살하면 보험금 나온다는 거 진짜가?"

"다들 뭐 백도 없어 보이는데 없는 사람들은 돈 안 줘요. 보험사들이 자살 방지 홍보하는데 돈을 가장 많이 쓰죠. 본래 보상을 해줘야 했거든요. 요샌 약관도 교묘하게 바꿔서 미루다가 보험 청구 기간 지나면 지났다고 안 해줘요."

"나도 보험 쟁이 몇 년 해봤는데, 진짜 있는 새끼들이 더해..."

"그래도 자살 각오하신 분들이니까 말씀드릴게요. 진짜 자살하실 분은 심장, 신장, 간 기증하시면 돼요. 국내에서는 불법이지만..."

"아니... 갑자기 뭔 일이여? 시벌 미친 노미"

"박사장. 젊은 친구 이야기 좀 들어보게. 그래도 우리 같은 사람들 모을 정도로 수완이 있는 친구일세"

"그래... 어차피 죽을 거 가족들에게 돈 되면 좋지 뭐... 그래서 돈은 좀 되는 거야?"

"네, 한 3억 받을 수 있어요."

"엉? 3억? 그게 가능한가?"

"네 한국에 현금으로 바로 주는 중개인 있어요. 예전하고 달라서 원하는 통장 계좌로 돈부터 입금해줘요."
"구라 같은 구라를 쳐 그러다 돈 받고 도망가면 어떡하고?"

"요즘 같은 시대에 도망가도 어디로 도망가나요. 이 정도 큰 장사하는 조직이고 한국에 뿌리 깊은데 차라리 가족 찾아서 죽이는 게 더 무섭죠."

"그래, 그래도 가족들한테 돈 주고 가는 거라면 괜찮겠네. 마음도 덜 약해지고..."

"네, 저도 나름 인 서울 대학교 나왔고 똑똑하다는 소리 들었는데 진짜더라고요. 예전에 오원춘 사건 있었을 때부터 긴가민가 했었는데... 나름 여러 사이트를 운영하다 보니 연이 닿았어요."

"그래그래 아는 것만 해도 어디여."

"아 ㅆㅂ 진짜 홍사장은 어린 새끼 띄우지 말고 좀 가만히 있어. 야 이 새끼야. 그래서 그 사람들 연락처는 알고? 그리고 널 어떻게 믿어!"

"아저씨 왜 욕을 하고 그러세요. 안 믿기면 믿지 말고 그냥 뒈져요. 가족 없으면 그냥 뒈지면 되겠네."

"이 새끼 뚫린 입이라고 누가 가족이 없긴 없어. 개새끼야. ㅆㅂ 나는 가도 혼자 계신 우리 할머니 걱정된다 이 개새끼야! 어! 흑 , ㅆㅂ 진짜 코인 개 좆같은 게 어떤 개새끼들이 투자하면 좋다고 했어. 아무런 실체도 없고 개뿔 관련 서비스도 하나도 없고... 도지 같은 건 3시간 만에 만들었다고 하잖아. 아.. ㅆㅂ 왜 아무도 말 안 해 주는 건데... 투자하라고 만들어 놓고 상장시켜 놓은 새끼들은 영어 잘하면서 왜 그런 정보 안 올리는 건데!"

"거 참... 입에 걸레를 물었나. 여기서 안 억울한 사람이 어딨소. 깽판 칠 거면 이 모임 말고 다른데 알아보죠. 존만 해 가지고선..."

"심사장은 떡대만큼 말할 때 오금이 저린구먼. 뭘 먹고 왜 이렇게 큰겨?"

"하하. 전 뭐 소싯적에 운동 좀 했습니다. 술 마시면 더러운 이야기만 나오는데 죽기 전에 거래소 만든 새끼들 다 죽이고 가는 건 어떨까요? 어차피 죽기를 각오한 사람들이잖아요. 다 죽이고 중국 가는 거면 괜찮지 않아요?"

갑자기 골목식당에 흐뭇한 공기가 흘렀다. 1분 30초 정도 작은 웅성거림으로 바뀌었다가 누군가 큰 소리로 말했다.

"어따. 심사장이 제대로 맞는 말 하는가 보네. 그 새끼들은 돈에 눈멀고 언론 플레이하느라 바빠서 이런 모임 있는 줄도 모를 텐데 ㅆㅂ 회사 찾아가서 담그는 거 일도 아니겠구먼"

"아닙니다. 쉽진 않을 거예요. 거기도 조폭들이랑 연계가 되어 있어서..."

"엥? 그게 무슨 소린가?"

"맞아요. 제가 히스토리 아는데 예전에 오류 문제로 사람들 단체로 항의하러 갔을 때 1층에 조폭 세웠던 거래소도 있어요. 그런데 이게 거래소랑 무슨 관계있어요? 투자하다 잃었으면 본인 잘못이지."

"야 인마. 그게 말이가 방귀가? 거래소 오류 많은 거나 시세 조작 방관하는 거 ㅆㅂ 다 아는 사실이야." 

"그게 거래소 탓인가요? 거기서 멋도 모르고 일하는 사람도 부지기수예요."

"그건 내 알바 아니고. 어차피 그 새끼들은 자기 알바 아니었잖아. 코인 장려 만든 새끼들이 다 털었다며 그게 사기 아냐? ㅆㅂ 투자하라고 만들어 놓고 지네들은 왜 터는데? 진짜 사람 불러 놓고 지들은 왜 빠져나가는데? 개새끼들"

"박사장 말이 맞아. 그래도 공무원 새끼들은 개고생 하면서 박봉에 사람다운 일 하는데 사실, 그 새끼들 잘 사는 꼬락서니는 내가 못 보겠어."

"자자, 여러분 제가 생각이 좀 있으니 다음 모임 기약하고 적당히 마십시다요."


(중국어)

"아.. 대장 ㅆㅂ ㅈ됐어. 자살하는 ㅅㄲ들 데리고 가려고 했는데 갑자기 떡대 좋은 놈 나타나서 복수니 뭐니 분위기 이상하게 되었어."

"네가 상관할 바 아니고 어차피 조폭 싸움 아니면 장기 손상될 거 없으니까 복수하러 갈 때 미리 계약서 받아놔. 그리고 그런 건 해 본 놈만 할 수 있지 안 해 본 놈은 쫄려서 하지도 못해."

"대장, 그러다 경찰 잡히면 중국 못 가잖아."

"인천에..."


(한국어)

"야... 이거 너무 떨어지는데? 미리 빼길 잘했네? 크크"

"그러게 코인이 뭔지, 토큰이 뭔지 멋도 모르고 덤빈 개미들 다 죽어 나겠는데?"

"앱이니까 뭐 당하는 느낌도 없을 거야. 월급도 바로바로 나가서 사이버 머니처럼 느끼는 애들이잖아."

"어우, 역시 세상은 판을 까는 놈과 그 안에서 놀아나는 놈 딱 두 개뿐이야."




"처리했습니다. 그런데..."

"왜... 뭐가 잘못되었나?"

"처음엔 의심하다가 우편물 사진에 이름이랑 가족관계 증명서 보여주니, 별 반응이 없었습니다."

"그 친구들이 능력이 없어서 그런 거야. 어차피 약육강식인 세상인 것은 그 친구들이 더 잘 아니까."

"자살 클럽 사람들이 뭘 할까요?"

"그건 걔네들이 알아서 할 문제지. 주소 가르쳐 주는 건 범죄에 속하지도 않아. 그 친구들 주소도 지네들도 마음대로 수집하려고 했잖아? 어차피 뉴스 매체 하나 들고 자기네들 기사 내는 것 보면 그 대표는 공인급인데... 투자자도 똑같은 사람 아냐? 알아서 판단하게 놔둬. 능력 있으면 약육강식 하겠지."

"약육강식이 참... 이런 뜻으로도 흐르는군요."

"세상은 어차피 차가운 살 얼음 판이야. 아마 고발해서 다른 놈들 범죄자 만들고 혼자 잘 사는 놈도 있을 테고, 가진 것 하나 없어도 발톱은 진짜인 사자 같은 놈이 있을 수도 있지."

"정말 우리 회사가 더 잘될까요?"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모르지만 우리는 투자금 조절 프로그램이 있었으니까. 사실 없어질 회사는 없어지는 게 맞지. 우린 우리가 할 일을 했을 뿐이야."




"당신 누구야! 누구냐고!"

"아니 이런 미친년이... 니 남편 어딨냐고!"

"우리 남편이 뭘 잘못했다고 그래. 어? 병신 같은 루저들 같은데 니들이 투자 못해서 그런 거 아냐!"

"야이 미친년아. 이렇게 될 줄 몰랐냐? 이희진 사건 몰라? 도박판 만들면서 이렇게 될 줄 몰랐냐고!" 

"어허... 사장님들. 흥분하지 마시고. 이러면 우리가 뭐가 됩니까? 자자. 진정들 하세요. 제가 나서겠습니다."

"자... 아주머니, 아니 아가씨. 우리 돈 먹고 잘 꾸며서 아가씨 같구먼... 지금부터 손가락 하나씩 자를 테니 비명 지르다가 말하고 싶어지면 고개를 좌우로 흔들어요."
"어어아아으으으으 잠깐만요. 남편 출장 갔어요. 미국으로..."

"어우 진작 협조적으로 해 주면 좋았잖아요. 그럼 언제 오나요?"

"그... 그건 몰라요."

"자 그럼 휴대폰 열어 주시고..."

"어디, 캘린더랑 메시지 좀 봅시다."




"아! 아!, 너희들은 포위되었다. 순순히 인질을 내보내고 투항하라!"
"심... 심사장 우리 어떡하니!"

"어우... 이렇게 좋은 집에 이렇게 될 줄 몰랐어요? 우린 뭐 총도 없으니 여기까지 합시다."

심사장이 묶인 여자의 목을 그었다.

"아아아악... 끄으으으윽"

"어, 어, 어, 심사장! 니 미칬나!"

"야이, 미친 새끼야. 심민도!"

"어우 형님들 어차피 우리 죽음 각오했던 사람들 아니오. 인생 무너지는 거 별거 아니구먼요. 어차피 이 정도 죄를 지어야 재판받을 때도 덜 억울하죠"

"야 ㅆㅂ 저 새끼 때문에 ㅆㅂ 빼도 박도 못하게 됐노"

"ㅆㅂ 진짜 말도 안 되는 것 때문에 말도 안 되는 짓거리는 했네. ㅆㅂ ㅆㅂ 개ㅆㅂ!!"




"어우, 그런데 형님들 요샌 조폭들도 코인 한다던데 이런 작전은 좀 위험한 거 아님? 크크"

"하든 말든 돈에 눈먼 놈들이 오니 조폭이던 깡패던 양아치던 모이는 것은 당연하지."

"아냐 조폭은 이제 옛말이야. 우리 검찰 나으리와 짭새들이 열나게 노력하신 끝에 우리 조폭은 거의 사라지고, 뭐 남은 애들은 러시아 마피아랑 손 잡았다더라. 근데 우리나라처럼 치안이 잘 된 나라에 마피아 같은 애들이 설칠 수 있겠니?"

"아무튼 조심들 합시다. 괜히 SNS에 코인으로 돈 벌었네 썰 풀지 말고, 자랑질하지 말고."

"그런데 이런 하락장에서 우리 한탕 더 해보는 게 어떨까?"

"야... 이 정도면 희망 고문 통하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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