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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학준 Jan 05. 2018

스물, 스물 아홉

스물, 스물아홉





 계단만 있는 4층을 내려와서 내리막길, 횡단보도, 문 열린 스타벅스, 문 열린 빠리바게트…. 그래도 간은 달라 할까, 그냥 다 빼고 달라 할까…. 그리고 또 횡단보도를 통과하기까지 내가 어딜 통과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그저 머릿속엔 내장 생각뿐. 횡단보도를 건너고도 계속 고민 중인 걸 하다가, 순대처럼 꽉 들어찬 홍대놀이터 앞이 뜨겁게 나를 가로막았다. 맞다, 홍대놀이터…. 아닌데. 인기가 예전만 같지 않아서, 주말 이 시간도 이 앞을 쉽게 지나다니곤 했었다. 그나저나 내 고민이 이게 시작이라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 


 틈새를 비집고 가면서 뭔가 공통점을 발견했다. 그야말로 막 삶긴, 찜통에 더 있다 나와도 팔릴 순대. 다들 너무나 어리다는 것이다. 지나치면서 남자애 몇 명이 나누는 대화가 그들 나이를 말해줬다. 무슨 술을 마셔야 될지, 그러기 위해선 어딜 들어갈지 의견이 분분한 스무 살. 지금은 1월 1일 새벽이었다.


 그러니까 봐주자, 봐주자 하면서 결국 24시간 분식집에 도착했다. 나는 여기마저도 있는 줄을 보며 아까 그 클럽 앞의 긴 줄과 계속 서 있는 게 맞겠지 긴가민가해하는 표정들을 떠올렸다. 나도 그랬는데. 서울 살아보자 휴학계 내고 올라와 주말 밤마다, 놀 줄도 모르는 게.


 “떡볶이랑 순대요. … 사장님! 내장도 다 섞어주세요.”


 찜통에서 제법 머물렀던 내장이 막 삶긴 순대와 한데 섞여 포장됐다. 손에 들린 봉투 안에서 내장이 내심 순대 몰래 뿌듯해한다. 어쨌거나 식기 전에 집에 도착하려면 올 때와 마찬가지로 홍대놀이터 앞을 지나쳐야 한다. 잘 팔리는 순대로 꽉 들어찬 1월 1일의 홍대놀이터 앞. 분식집 비닐봉투를 든 내 모양은 내장 같지만 그렇다고 해서 순대가 마냥 부럽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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