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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학준 Jun 03. 2018

오르막길 입새

오르막길 입새 





 아직 백팩이 어울리는 한 남학생


 “이번 달에 대출 받으려고.”


 오르막길 입새에 있는 가로등이었다. 후줄근하게 입고 산책을 나선 나는 가로등 밑이 남학생들이라 조금 안심했다. 내가 가까워오자 다른 남학생이 방금 뿜어낸 담배연기를 휘휘 없애면서 


 “나는 대출이라도 됐으면 좋겠다야.”


 그리고 그림자가 생길 정도로 한숨을 푹 내쉰다. 큰돈 나갔을 땔 떠올려봐도 나는 없는 액수들을 말로 주고받는다. 겁이 나서 도망치듯 가로등 불빛의 오르막길을 오른다. 복잡한 대출 관련 용어가 계속 들려온다. 자기들 얘기에 비하면 내 오르막은 수월하다며 내가 오르막길을 다 벗어날 때까지 대출 얘기는 계속 들렸다. 


 와우산 공원을 산책하고 오르막길을 다시 내려온다. 학생들이 있던 입새의 가로등엔 불빛들만 남아 허전해 보였다. 가까이 쓰레기 수거차다. 나와 마주치자 자기가 먼저 피해갈 것처럼 하더니 한 곳에서 서는데, 사오 층 원룸에서 많이도 나왔다. 매달렸던 두 명이 내려 살찐 종량제 봉투들을 싣는다. 아까 남학생들이 내놓았는지도 모른다. 무서운 액수로 대출을 받아 편의점 낼 땐 푼돈. 뭘 먹은 것 같았으나, 오르막길 입새에선 대출 걱정만 했으니, 정작 살이 찐 건 저기 실린 종량제 봉투들이다. 







와우산: 홍익대학교 뒷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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