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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학준 Jun 15. 2018

네모

네모





 안 어울릴 것 같더니, 자모음끼리가 어떤 식으로든 글자가 되듯, 쟤 둘이 사귄단다. 쟤네 둘도 사귄다. 짝을 찾고자 ‘네모’인 컴퓨터 자판 위 자모음들처럼 대학생이라면 바쁘다. 동시에 대학생이고도 번번이 받침이나 되는, 빠지더라도 글자인 네모도 있다—남자친구가 있다는 걸 알면서 나는 왜 그렇게 좋아했을까— 글자가 되겠다는 네모 하나가 손가락을 찾는데, 얼마나 손가락이 자주 왔으면 그 네모 칸의 칠만 은근히 닳아, 항상 연애한 티가 난다. 부럽다.

 

 밤이니까 대충 이렇게 검정색 후드를 눌러쓰고 나왔다. 원룸가를 빠져나오자마자 공원의 테두리인데, 여학생 네 명이 저쪽부터 걸어오고 있다. 쉬엄쉬엄 짝을 찾고자 나온 네모들일 리는 없다. 쉴 때도 학생들은 정문 앞 대학가에서나 쉰다. 네 명 또한 테두리 안엘 들어갈 생각으로 오는 게 아닌데, 그래도 나는 반가워하며 그들과 지나치자마자, 

 

 “꺅~”

 

 일부러 간 것도 아니고 그리로 산책 중이던 내게 일부가 소리치더니 다들 뛰내려간다. 도망치면서도 그걸 재밌어한다. 후드를 눌러쓰고 걸어오는 내가 아무리 가로등이 살펴주는 공원이라도 무서웠던 것이다. 나란히 도망치다가 꺅 뱉은 한 명은 꾸지람을 듣는다. 내가 말이라도 걸었으면 모를까. 나는 멍하니 내려다보다가 산책할 방향으로 고갤 떨구니까 키보드 저 구석 원래 자리로 가 있다. 스물아홉 아직 이십 대, 스스로 네모라고 확신하건만, 나와 글씨를 만들어줄 네모는 방금 네 명을 빼니 더 적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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