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지하철은 짧은 꿈처럼 한강을 보여준다. 꿈을 꾸는 줄도 모르고 지나치다가…, 지나쳐버리고 나서 그래 꿈이었지 입맛을 슬쩍 다신다.
문이 닫히고 지하철은 이어서 잠을 잔다. 타자마자 핸드폰을 꺼낸 사람들, 원래부터 만지고 있던 사람들. 나도 똑같이 핸드폰을 들긴 했지만, 사실은 아까 전부터 계속 외우고 있었다. 이번엔 꼭 한강을 봐야지. 이번엔 꼭 한강을 봐야지.
그러나 항상 놓쳤던 꿈은, 가만가만히도 흘러가는 강물. 바다로 이어진다고 들었는데 그 포부마저 끊긴 듯, 흘러가다가, 끝에는 도시의 빌딩들이 빼곡하다. 너머로 바다가 있다는 걸 한강이 모를 리야 없다. 그럼에도 보이는 곳까지가 저희라며 한강은 빌딩들에게 불만조차도 안 폈다.
하긴, 뭣 하러 한강이 바다로 흘러가 주겠나. 지하철의 사람들은 핸드폰만 만지면서 자고 있고, 어필해 봤자 한 사람도 깨우지 못할 텐데. 오히려 짧은 꿈인 편이 낫다. 짧은 꿈은 자세히 몰라서 달콤하게 취급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