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학준 Sep 30. 2015

종규삼촌

 




 흰색 포터 운전석에서 삼촌이 내린다. 문은 꼭 세게 닫는다. 대충 오늘 하루도 털어버리려고 하는 듯이. 일반 승용차보다 커서 포터는 문을 세게 닫아야 잘 닫힌다는 걸 나중에서야 알았다. 아무튼 삼촌이 우리 집에 놀러 왔다. 평상복 같기도 작업복 같기도 한 차림으로 우리 집을 마치 자기 집처럼 들어왔다. 쪼그만 게 뭘 알겠냐만은 나는 그런 삼촌의 모습이 털털하고 잘나 보였다. 무뚝뚝하다 해도 누나 이름, 내 이름을 부를 때 삼촌은 꼭, 이름 중에 한 글자만 길게 부른다거나 하는 식으로 우릴 괴롭혀주었다. “학—주이” 이런 식으로.






 희한하게도 삼촌이 오면 항상 삼겹살을 구워 먹었다. 좁은 방 안이 키 큰 삼촌과, 고기 굽는 연기로 가득 찼다. 배가 풍선처럼 불러서 집 밖으로 나오면 그다음은, 삼촌을 배웅하는 일이었다. 그때 삼촌이 나를 번쩍 들어 올려 포터 화물칸에 태웠다. 탈것도 많지 않았던 다섯 살 여섯 살한테 거긴 되게 높고 재밌는 장소였다. 안 내려오겠다는 나는, 그럼 그대로 출발해야겠다는 삼촌 말에 또다시 속아서 안겨 내려와야만 했다.



 그때 삼촌 나이가 스물일곱. 내가 알기론 그 훨씬 전부터 삼촌은 도배공으로 일했다. 어느 날은 배웅하면서, 포터 뒤에 올라 타보지도 못하고 끝나기도 했는데, 거기에 이미 벽지와 장판이 둘둘 말려 꽉 실려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문 닫힌 놀이동산을 바라보듯 아쉬워했었다. 삼촌은 그게 다 일 이었을 텐데. 올해 스물여섯. 그러니까 내가 내년이면 그때 삼촌 나이가 된다. 차에서 내려 바지를 툭툭 털면서 조카한테로 걸어갈 수 있을지 나는 아직 자신이 없다. 차는커녕 운전면허도 없다.   



 요즘도 명절 때나 만나면 삼촌은 내게 “학—주이”하면서 불러주는 것 말고는 없다. 왜 그거면 충분할까. 아 그러고 보니, 그때 스물일곱의 삼촌이 우리 집에 놀러 오면서 항상 삼겹살을 사 왔었나 보다. 











작가의 이전글 성수부동산 파라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