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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요마 Aug 06. 2018

펜 끝을 제대로 겨눈 유머집과 믿음에 대하여

유병재, <블랙코미디: 유병재 농담집>

*본 리뷰는 주관적인 견해가 담겨있습니다.


블랙코미디(2017)

블랙코미디

유병재 / 김영사

13,000원




소장가치 3 / 트렌디 8.5 / 재미 7.5 / 정보 5 / 감동 5

추천 키워드


#강자와_혐오와_자신을 향한_펜촉

#자기반성

#SNS유머

#재치있는_짧은_글

#뼈가있는웃음



Review

<펜 끝을 제대로 겨눈 유머집
믿음에 대하여>


나는 유머를 사랑한다. 소심해서 사람들 앞에서 빵빵 터뜨리지는 못하지만 나만의 개그 세계를 만들기 위해 나름대로 힘쓰는 편이다.


 남을 웃기는 일은 쉽지 않다. 사람들은 어떤 유머에 웃을까? 우선 몸개그 같은 말초적인 유머나, 실소를 자아내는 말장난은 연령이나 성별에 무관하게 잘 먹힌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몸개그 동선이나 말장난의 후속타가 터지지 않는다면 지독하리만치 냉혹한 갑분싸를 견뎌내야 할지어다. 후레디 머큐리 형이 이렇게 노래하지 않았던가. Easy come Easy go.라고.


쉽게 짜인 유머는 쉽게 소진된다. 때문에 유머는 설계되어야 하고, 자연스럽게 맥락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 다시, 맥락은 시작부터 빵 터뜨리는 시점까지 차곡차곡 쌓아야 한다.


유머를 듣는 사람은 정보를 수집한다. 의미 없어 보이고, 실없는 말 같은 이야기들이 쌓이면서
듣는 이와 말하는 이가 공유하는 맥락이 생긴다. 그리고,

웃음은 비로소 맥락에서 터져 나온다.


저자 유병재는 맥락의 밑밥을 깔아놓고,

천천히 맥락을 쌓다가 한방 빡 터뜨리는 형식의 유머 설계에 천부적이다.

공감을 바탕으로 이끌어가는 코미디 구성에

적절한 타이밍에 끼어들기.

반박자 빠른 템포로 신선함 주기.

냉소적인 표정으로 헛소리 하는 에티튜드까지.

치열하게 계산한 유머를 잘 구사한다.


<블랙 코미디>는 저자 유병재가 정성을 다해 준비한 폭죽놀이 같다. 푝 피슈슈슈 하고 맥없이 추락하는 작은 폭죽부터 빵빵터지는 것까지 다양하다. 어떤 것은 생각도 못한 타이밍에 펑하고 터지기도 한다. 물론 간간히 불발탄도 섞여있다.


책은 재미있었지만,
어딘가 위태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그알못인 내가 감히 평해보자면

이는 그의 유머가 '유병재'이기 때문인 것 같다.


코미디언 유병재는 유머의 맥락에서 자기 자신을 많이 차용한다. 방송에서 만든 찌질한 이미지를, 자신의 평소 고민을, 주변에서 보고 듣고 느낀 모든 것을 활용한다. 이 과정에서 솔직함과 결합된 코미디는 그를 매력적으로 만들고, 진솔하게 만든다.

사람들은 유병재의 유머가 아닌,
유병재를 보고 웃는다.

그의 촌철살인 유머는 믿음을 담보로 재미를 만들어낸다. 책이 취하는 스탠스는 독보적이다. 스스로 약자의 편에 서서 강하고 부당한 것에 펜 끝을 들이대고, 그러면서도 스스로를 약자의 위치에 포지셔닝하여 자기연민을 하지도 않는다. 외려 자기반성 코너까지 더하여 진정성을 더한다.


이런 성격이 최불암, 만득이, 텔레토비, 스타크래프트 등의 선배 유머집과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다만 스스로 자신은 어떤 사람이고, 어떤 편에 속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시도들이 마냥 즐겁게 읽히지만은 않는다.

어느 순간에 문득 그가 하는 말이 진심일까?

하는 의심이 들기 시작한다.


남 듣기 좋은 말만 모아 놓은 것은 아닐까?

말은 이렇게 하고 행동은 다른 게 아닐까?

같은


농담과 별개로 저자의 도덕성, 언행일치를 체크하게 된다. 유병재라는 브랜드는 믿음에 균열이 가는 순간 농담은 거짓말이 되고 만다.


<니 여자 친구 못생겼어>, <나의 아저씨> 같은 작은 균열들을 확인하고 책을 접한 사람과 그러한 맥락 없이 책을 읽은 사람의 반응은 아마도
 다를 것이다.


나는 전자였고, 아무래도 색안경을 끼고 책을 읽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완독을 하고 리뷰까지 쓰는 까닭도 어쩌면 믿음 때문이다.

저자는 한 장(3장)을 할애하여 스스로를 돌아본다.
그가 만들어가는 맥락 안에 자기반성이 있다는 것,

좋은 방향으로 자신을 고쳐 나아가려는 태도가 있다는 것. 그것을 믿고 앞으로의 농담들도 기대해보려 한다.


우선 펜 끝은 정확히 겨눴다.

그리고 휘두르는 붓질도 퍽 유쾌하다.

남은 것은 믿음의 영역인 것 같다.

나는 그의 유머를 보고 싶다.

앞으로 새로 만들어갈 맥락을 기대하며

(긍정적인 의미로!)


농담으로 쓰인 유병재의 작은 자서전

<블랙코미디>

였다.






책 속 숨은 TMI를 파헤치자

고마워요! 스피드웨건!


저자 유병재는 책 출간 기념 이벤트로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세상에서 가장 느린 사인회를 진행했다.






느슨한 빌리지 에디터들이 뽑은 책들을 보고 싶다면?

https://brunch.co.kr/magazine/nv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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