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시메스, <사소하지만 쓸모 있는 건강법>
내 몸이 정상은 아니라는 것을 안 지는 꽤 된 것 같다. 그렇지만 죽을만큼 아프지 않았고, 병원에 가려면 회사에 휴가를 내고 날을 잡아야했기에 '굳이' 가지 않아도 된다면 그냥 버티는 쪽이 낫다고 생각했었다. 시간이 많던 백수시절에도 내 몸은 적당히 나빴고, 따로 관리하지 않아도 그럭저럭 괜찮았다. 아니, 어쩌면 괜찮은 것으로 착각해왔는지도 모르겠다.
지난 주는 많이 아팠다. 월요일 아침에 침대에서 눈을 떴을때 오른쪽 관자놀이 쪽에서 강한 통증이 왔다. 나는 아주 당연하게 회사 가기 싫은 병(?)이라고 단정짓고는 씻고 집을 나섰다. 인천 to 파주(대중교통을 이용하기에 서울에 들렸다가는 코스로 2시간~2시간반 정도 걸린다) 통근길은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머리는 아팠고 속이 좀 울렁거렸다. 시내버스에서 지하철 1호선으로, 신도림에서 2호선으로 그리고 셔틀버스로 옮겨가는 동안 둔한 나는 '아 오늘은 월요병이 더 심한 건가? 몸이 더 안 좋은 것 같구만.' 하고 짚어넘겼다. 사실 그래서는 안 되었다.
평소처럼 점심을 먹고, 일을 하고, 퇴근을 할때까지 '아 소화가 잘 안 되는군.' 하고 말았지만 문제는 돌아오는 길이었다. 다시 2시간 넘는 시간을 갈아타서 집에 와야했는데 이거 참. 점심에 먹은 것은 명치에 걸렸는지 속은 갑갑하고, 오른쪽 관자놀이는 빠질 것 같고, 이번엔 눈알까지 튀어나올 것 같이 아팠다. 그제야 나는 '체한 것일까?' 라고 생각했으나 이제와서 가스활명수나 훼스탈(소화제)을 먹는다고 나을 것은 아니었다. 고통스럽게 흔들거리며 집에 가서 바늘로 엄지 손톱 밑을 땄다.(엄마가 따주셨다.) 검붉은 피가 흘러나왔다. 피를 닦아내고 집에 있는 매실청을 마시고 그대로 뻗어서 잠을 잤다.
이대로 끝났다면 어쩌다 한 번 온 급체라고 생각할 수 있었겠지만, 화요일도 수요일(이날은 결국 반차를 내고 집에서 잤다.)도 이틀 걸러서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체기는 사라지지 않아서 일하고 통근하는 시간을 제외하면 뻗어있었다. 일요일은 특히 심했는데, 음식냄새만 맡아도 구역질이나고, 머리는 빠개질 것 같았으며, 속이 볶였다. 나아볼려고 계속 자다깨다 했으니 잠은 오지 않고, 별의별 생각이 다 들더라.
혹시 불치병에 걸린 것은 아닐까. 이 증상들이 만성질환이 되어서 평생 고통스럽게 살게 되는 것은 아닐까. 병원비가 왕창 나오는 것은 아닐까. 장기 입원하게되면 회사는 그만두어야할까. 그때 나는 어떻게 살아야하나...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고, 몸이 아프니 이러나 저러나 부정적인 생각이 이어졌다. 두려웠다. 아픔도 돈도 앞으로의 미래도 깜깜했다. 애석하게도 갑갑한 미래가 찾아오는 것을 가장 싸게(?) 막는 것은 예방이었고, 나는 요즘의 나의 생활을 복기했다. 그리고 뻔한 결과지만 반성할 수밖엔 없었다.
아침 안 먹음, 점심은 불규칙하게 편의점 도시락과 라면 혹은 가끔 식당, 저녁은 밤 9시 즈음에 먹고 11시즈음 바로 누워서 잠.
과일 안 먹음, 퇴근길에 군것질 자주함.
운동 안 함. 가끔 걸어서 집에 옴.
수면시간 평균 4~5시간 정도.
이렇게 살면서 아프지 않기가 더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두려움이 나를 엄습했고, 급하게 건강법 책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습관을 바꿀 행동을 하기 전에 책부터 찾는 것은 좋지 않은 판단이지만 나는 '의지할 곳'이 필요했다.
서론이 길었다. 그때 만난 책이 사소하지만 쓸모 있는 건강법(이하 사소한 건강법)이었다. 건강 염려증에 빠진 와중에도 (내 기준에) 힙해보이는 책을 고른 것은, 40%정도의 소장욕구와 60%의 타인의 시선때문이었다. 건강법 책을 잘 찾아보면 높은 확률로 만날 수 있는 책들이 있다. 다이어트/헬스 책들이나 중장년을 위한 생로병사의 비밀 스웩의 책들이 많았다. 나는 밖에서 책을 읽을 때 주변을 꽤 의식하는 편이다. 그래서 건강 = 다이어트나 건강 = 중장년 같은 키워드로 남들에게 보이기 싫었다. 내게 필요한 것은 일상에서 할 수 있는 예방법과 간단한 운동법이었으니까.
<사소한 건강법>은 프랑스의 의사(국민 의사를 내가 검증할 수는 없으니) 미셸 시메스씨가 쓴 책이다.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목차는 다음과 같다.
제1장 건강한 식생활
제2장 건강에 좋은 습관들
제3장 건강한 운동법
제4장 건강 관리를 위한 조언
책은 짧은 산문들을 모아 엮여있다. 주스는 과일이 아니다 / 많이 먹을수록 좋은 케일 과 같은 한 글에 한 주제를 담은 이야기이기에 책의 아무 곳이나 펼쳐서 봐도 유익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문장을 하나 뽑는 다면(책을 보면서 쓰는 것이 아니라 정확한 워딩은 아닙니다.)
당신의 몸은 당신이 살아온 결과다.
(중략)
몸을 함부로 쓰다간
언젠간 그 결과가 돌아온다.
이 문장이다.
사실 <사소한 건강법>이 주는 메시지는 동네 병원에서 진찰을 해주는 의사선생님들의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물 많이 마셔라. 잠 충분히 자고, 술은 줄이고, 담배는 백해무익하다. 야채 많이 드시고 과식하지 마시고 운동하시라. 같은 뻔한 말들이라고 생각할 만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하지만 내가 뽑은 저 문장앞에 자유로운 사람은 얼마 없을 것이다.
내가 지난 일주일 아팠던 이유는 내가 아프기 전에 '그렇게' 살아왔기에 증상이 나타난 것이다. 월요일 아침에 찾아온 두통은 아마 징후였을 게다. 그렇게 살면 안돼! 하는 신호를 나는 무시했고, 아픈 결과로 돌아왔다. 그럼 어떻게 살아야할까.
시메스 선생님이 말씀하신대로 지금의 내 몸이 여태 살아온 결과라면, 그 결과로 향하는 과정을 손봐야하는 게 맞지 않겠는가. 결국은 예방이다. <사소한 건강법>은 이 책을 보면 넌 건강해지고, 이 책을 보면 살이 쑥쑥빠지고 하는 허황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외려 매일을 마주하는 일상에 관해 이야기한다.
우리의 일상은 소중하다. 그 작은 하루하루들이 쌓여 내일의 내가 만들어진다는 작은 진리를 나는 이제 무시하지는 않으련다.
다들 아프지 말고 건강하자요!
- 막연히 건강에 대해 걱정은 되지만 어떻게 해야할지는 모르겠고, 그렇다고 별안간에 헬스나 운동 회원권을 끊기도 좀 주저하는 사람들.
- 어딘가 몸이 아프긴한 것같은데 죽을만큼 아프지는 않고 불안한 사람들.
- 사진은 잘 못찍고 보정도 잘 못하는데 북스타그램 잘 올려보고 싶은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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