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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연 Sep 12. 2018

[책 추천] 교수님, 왜 이제야 돌아오셨어요!

정재승, <열두 발자국>


열두 발자국

정재승 / 어크로스

16,800원


추천 키워드

#쉽고재미있는

#뇌과학

#사회적이슈

#알쓸신잡

#교양쑥쑥


Review

<알고나면 쓸모있고 신비로운 뇌과학>


tvN 화제의 프로그램 '알쓸신잡'에서 곰돌이푸를 맡았던(?) 과학자 정재승 교수의 7년 만의 단독 저서이다.

예약판매부터 베스트셀러에 오르더니 최근에는 판매 10만 부를 돌파했다고. 그 책, 제가 직접 읽어보았습니다.


느슨한 빌리지 8월 베스트셀러 포스트에도 썼지만, 정재승 교수는 이야기를 끌어갈 줄 아는 탁월한 스토리텔러다. 책의 머리말부터 흥미로운 실험 결과를 소개하면서 자칫 어렵게 느껴질 만한 주제라는 장벽을 무너뜨린다. 비단 머리말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챕터에서 인간의 행동을 연구한 실험 결과를 보여준다. 첫 장에서 언급되는 실험은 마시멜로우 실험. 먹지 말고 기다리는 그 실험이 아닌, 정해진 시간 안에 마시멜로우를 가장 높이 쌓는 실험이다. 당연히 경영자가 박사 등 전문직 어른이 제일 높이 쌓았으리라는 기대와는 달리, 어린이팀이 가장 높이 쌓았다고. 실험팀에서 행동을 분석해서 내놓은 이유는 '어른이 너무 생각을 오래 그리고 많이해서'. 전문가 어른은 먼저 계획을 세우고 그에 따라 움직인 반면, 어린이는 우선 쌓고 무너지면 또 다르게 쌓기를 계속했다는 것이다. 정재승 교수는 이 실험을 통해서 때로는 계획보다 먼저 행동하고 실패해보는 일이 더 빠른 길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너무 순진한 말이라고 생각했다. 그 다음을 읽기 전까지는. 그는 이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유독 우리나라에서 시도하는 사람이 적은지 설명한다. 사회적 분위기가 실패한 경험을 경험이 아닌 낭비로 보는 데다가 실패했을 때 다시 일어설 안전망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세계 곳곳을 다니면서 강연한 사람답게 여러 나라의 예를 통해 마음껏 새로운 일을 시도할 수 있는 안전망이 필요하다고 거듭 말한다. 여기서부터 나는 『열두 발자국』에 대한 애정을 내뿜게 되었으니.. 전문 지식과 사회적 발언의 힘을 알고, 게다가 유머감각까지 뛰어나다니! 정재승 교수의 팬이 되어버렸다. 교수님, 이런 글을 쓰실 줄 아시면서 7년 만의 단독 신작이라니요..! (인스타그램까지 팔로우함.)


이처럼 정재승 교수는 인간의 행동을 분석한 흥미로운 실험을 소개하는 동시에 그와 관련된 사회적 이슈를 짚어준다. 게다가 사회적 이슈 하나하나가 4차 산업혁명와 같은 (어떤 방향으로 가는지 언제쯤 일상도 변화할지 알 수 없지만) 세계적 흐름과 맞닿아 요즘 세상에 필요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한 마디로, 어디서 아는 척할 수 있으면서 유익한 정보가 넘쳐난달까? 같은 맥락에서, 나는 이 책을 자라나는 아이들의 부모나 청소년이 많이 읽으면 좋겠다. 나는 이미 글렀지만, 아이들이나 청소년은 변화하는 세상에서 새로 익혀야할 태도와 관점을 익힐 수 있을 듯하니. (아, 물론 저도 노력은 할 겁니다만....)


책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는 책에 담긴 질문과 메시지에 타인과 태도에 관한 고민이 묻어난다는 점.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과학적 근거가 풍부하다는 점. 백 마디 덧붙이는 것보다 직접 보여주는 것이 낫겠다. 관련하여 내가 인상적으로 읽은 부분을 인용하며 마무리한다. 제발, 읽어주소서.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너는 커서 뭐가 될래?", "어떤 직업을 가질래?", "뭘 하면서 먹고 살래?" 같은 질문들을 무수히 받습니다. 어떤 일을 하면서 살 것인가에 대한 질문은 많이 받지만, "넌 뭘 하면서 놀래?", "혼자 있는 시간에는 뭘 할거야?". "여유로운 시간이 생기면 어떻게 놀아야 제대로 노는 걸까?" 같은 질문은 하지 않습니다. "너는 어떻게 노는 어른이 될래?"는 별로 받아본 적이 없는 질문일 거예요. (뒤에 놀이와 능률의 상관관계를 입증하는 실험 결과 설명)
(4차 산업혁명으로 일자리를 잃을까 걱정하는 이들에게, 방송 내용을 그대로 옮기는 기자는 사라지지만 사회적 어젠다를 만들고 좇는 기자는 남을 것이라 이야기하며) 결국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일자리의 지형도가 아니라 업무의 지형도입니다. 직업이 아니라 작업이 중요합니다.
(업무 능률을 높이는 실험 결과에 대해 이야기하며) 제약회사 영업사원들에게 약을 많이 팔 때마다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보다, 그들이 파는 약을 먹고 질병을 이겨내고 있는 환자들을 직접 만나게 해주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라고 말합니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얼마나 의미 있는지 깨닫게 되고 그것이 남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되면, 약에 대해 더 많이 알려고 애쓰고 영업도 훨씬 더 열심히 하더라는 겁니다.



숨은 TMI

정재승 교수는 〈열두 발자국〉 10만 부 판매 기념으로 표지와 똑닮은 케이크를 받았다.

(출처: 정재승 교수 인스타그램 @jsjeong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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