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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요마 Dec 05. 2023

[글쓰기] 나만의 콘텐츠를 세상의 주파수에 맞추는 방법

《제발 이런 원고는 투고하지 말아주세요》, 《중쇄 찍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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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글은 세상에 필요한가?


소설 연재를 시작하면서 '출간'을 염두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내가 글을 올리는 플랫폼에서는 하루에도 수십 개씩 에세이, 소설, 비평 가릴 것 없이 새 작품들이 업로드된다. 쓰는 사람의 연령이나 직업도 다양하다. 초등학생 작가부터 N잡하는 가장,  희망퇴직을 경험한 PD, 시인, 소설가, 일러스트레이터, 증권사, 변호사, 노무사, 워킹맘에 이르기까지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내보인다.

어떤 글에는 감탄을 하고, 어떤 글에는 충격을 받고, 어떤 글에는 동기를 부여받으면서 내 글을 쓰다보면 생각이 많아진다. 지난 글 [자기계발] 아웃풋을 내는 데 자격이 필요한가요?에서 '내가 뭐라고'라고 생각하지 말고 아웃풋을 내보자고 결심은 했다지만, 여전히 '내 글은 세상에 필요한가'하는 의문은 지울 수가 없다. 대한민국 사람들의 독서량은 떨어져가고, 출판시장은 단군이래 최고 불황이라는 말을 근 10년째 반복해오는 시대라지만, 사람들의 쓰고자 하는 욕망과 자신의 이름을 건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열정은 넘쳐난다. 공급에 걸맞는 수요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서 고민은 계속된다. 대 콘텐츠의 시대, 대 창작자의 시대, 누구나 창작자가 될 수 있는 지금. 내가 사람들에게 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세상에 어떤 의미를 전할 수 있을까. 지금 시대에 어떤 이야기가 필요하고, 어떤 이야기가 사람들의 선택을 받을까. 모르긴 몰라도 '나만 좋아하는 이야기'는 콘텐츠로서 힘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방법을 찾기 위해, 매번 그러하듯이 관련 도서를 찾았다. 아니나다를까 현업 출판인들이 쓴 '예비 작가'들을 위한 가이드북부터 '어떤 콘텐츠가 중쇄(초판이 다 판매되어 추가 인쇄를 하는 경우)를 하는가.' 같은 질문에 대한 진솔한 답을 내주는 책까지 세상에 나와있었다. 한 명의 예비저자로서 내 콘텐츠를 세상의 주파수와 맞추는 법을 공부해보았다.



알라딘
같이 볼 콘텐츠, 《제발 이런 원고는 투고하지 말아주세요》, 《중쇄 찍는 법》


《제발 이런 원고는 투고하지 말아주세요》는 출판기획에이전시 '책과강연'의 김태한 부대표가 쓴 '예비 작가를 위한 가이드북'이다. 출간 기획서, 원고 작성법부터 시장조사, 경쟁도서 조사하는 법, 투고 메일 잘 쓰는 법, 출판 계약할 때 유의할 점, SNS로 홍보하는 법까지 기획도서가 기획되고 출간되는 과정의 일거수일투족을 알려주는 실용적인 책이다. '난 이런 작품을 낼거야!' 하는 막연함을 '독자'의 필요를 확인하고, '상품으로서의 책'의 관점에서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중쇄 찍는 법》은 출판사 '멀리깊이'의 박지혜 대표가 쓴 '중쇄를 찍을 만한 콘텐츠'를 만드는 법에 관한 책이다. 하루에도 몇 백권씩 세상에 쏟아지는 책들의 홍수 속에서 독자들에게 선택받는, 세상에 꼭 필요한 책을 만드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저자는 출판인으로서 완벽한(?) 자기객관화로 출판 시장에서 현실적으로 '중쇄'에 이르는 책을 만드는 방법을 제시하는데 구구절절 맞는 말이라 끄덕이면서 읽은 책. 아마도 이요마 선정 올해의 책 5를 뽑는다면 무조건 한 자리를 차지할 책(공신력 없음).

*책의 전체 내용을 다루지 않습니다. 임팩트를 준 부분만 추려서 쓰고, 제맘대로 내용을 편집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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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방법을 찾을 것이다. 늘 그렇듯이 책 속에는 길이 있었고, 그 길을 따라 '예비'를 떼고 독자들에게 선택받는 콘텐츠를 만들 '예정된 미래'를 그릴 것이다.
두 권의 책을 읽으면서, 이런 걸 누가 볼까 하던 무력감과 패배감이 구체적인 목표로 정리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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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원고는 왜 출간되어야 할까?


사람들에게 책을 쓰려는 이유를 물어보면 십중팔구 강연을 통해 많은 사람에게 영향력을 전파하고 자신도 지식 노마드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라고 이야기합니다. 책이 출간되면 세상이 나를 부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입니다.
《제발 이런 원고는 투고하지 말아주세요》 中


고백하자면 나도 저자인 김태한 작가가 말한 '사람들'의 부류에 속했다. 소설을 쓰는 이유는 내가 그리는 세계를 세상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내재적이면서도 대외선전용으로 쓰기 좋은 욕망도 있지만, 셀프브랜딩의 도구로 타인에게 '영향력'을 주고 싶다는 인정욕구가 더 크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회 안에서, 가족 안에서, 친구들 사이에서, 두 사람 이상 모인 어느 장소에서라도 타인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어한다. SNS의 팔로워 수, 좋아요 수, 조회수에 천착하는 건 어쩌면 요즘 시대에 당연한 세태라고 생각한다.

다만, 그런 원초적인 욕망이 '독자들이 보아야할 콘텐츠'인가 물어본다면 '글쎄...'다.
소비자들은 돈과 시간을 투자해 콘텐츠를 본다. 그들이 '영향을 받기 위해' 기꺼이 재화를 지불한다기 보다는 어떤 이로움, 이를테면 필요한 정보를 주거나, 재미있는 시간을 만들어주는 것 같이 얻어가는 이득이 있어야 기꺼이 선택을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내가 하고 싶은 걸 보여주면 사람들이 내 영향을 받겠지' 하는 나이브한 환상을 벗어나야 한다.

이 문제는 출간 기획서를 한 번 써보면 일정 부분 해소가 된다.
'이 책을 왜 읽어야 하는가?'는 질문에 대해 출판 기획자들을 설득해 출간까지 할 수 있는 콘텐츠라면 그것은 세상에 필요한 이야기일 테니 말이다. 저자는 출판 기획서를 하나의 사업 제안서로 '내 아이템이 시장성이 있으니 귀사의 투자를 원합니다.'라는 서류라고 설명한다. 사업 제안서에 사업의 목적과 목표, 아이템의 내용, 소요 예산, 기대 효과 등이 기입되듯 출간 기획서에도 꼭 필요한 이야기가 포함되어야 한다.

- 저자의 인적 사항(이름, 연락처, 약력 등)
- 원고의 정보(제목, 분량 등)
- 원고의 기획 의도
- 주요 독자층
- 저자의 프로필
- 저자와 연결된 소셜미디어


저자는 이 중 '원고의 기획의도'가 다른 항목보다 중요한 정보라고 강조한다.
'이 책을 왜 썼으며, 왜 출간되어야 하고, 누가 읽어야 하는지'에 대한 답변이 들어가야 한다.
나는 이 대목이 이 책의 핵심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길지는 않지만 내가 출판사에서 일하면서 많이 들었던 이야기 중 하나는 '어떻게 출판사가 장사를 할 수 있어요!'라는 말이었다. 아마도 전화를 주신 독자분들은 '책'의 소중함과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을 게다. 하지만 '책'은 물성을 가진 상품이고, 출판사는 상품을 판매하는 회사이다. 그렇기에 '팔릴만한 콘텐츠'를 발굴해, 제작해, 판매한다.

그렇기에 저자의 제안처럼 '원고를 투고'하기 전에는 필연적으로 내 콘텐츠의 필요와 쓸모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왜 필요한지, 누가 읽을지, 그들에게 어떤 효용과 이득을 줄지, 그렇게 출판사도 저자도 윈윈할 수 있는 결과를 만들 수 있을지 생각하지 않고, '나만 좋아하는 예술'을 한다면 안 된다. 이전에 소식을 전했던 소설을 쓰는 과정에 출판 기획서의 과정을 대입해보니 내가 착각을 하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그간 나는 에세이나 실용서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도 '문학'은 예술이 아닐까. 하는 착각을 하고 있었다. 그건 오만한 생각이었다. 책을 추천할 때도 '이 책은 정말 좋아.'라는 말보다 '이 책은 이럴 때 읽으면 좋아.'라거나 '중학생 아이들이랑 같이 읽기에 좋아.' 같이 구체적인 목적과 독자가 상정되어 있을 때 더 와닿지 않는가. 소설을 쓸 때도 기획단에서 '누가 읽어야 하는가. 어떤 의미를 전하고 싶은가.'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아무에게도 필요 없는 소설이 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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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행하는 콘텐츠, 중쇄의 황금비율 레시피


이왕 세상에 내 이름을 건 콘텐츠를 내놓는다면 잘 되었으면 하는 마음은 예비 작가라면 누구나 하는 생각일 게다. 출간 기획안을 쓰면서 자기객관화 타임을 갖고(?) 나선, 잘 되는 것들의 공식을 기획안에 더하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책을 찾다가 《중쇄 찍는 법》를 만났다.

저자 박지혜 작가는 오랜 출판 기획편집자 생활을 통해 찾아낸 '중쇄의 공식'을 이렇게 설명한다.

2할의 전복성, 7할의 충분성, 1할의 미래지향성


전복성, '책이 지닌 독자적인 메시지가 충격적이면서 쉽게 얻지 못하는 것인가'
충분성, '전복성이 가진 파격을 신뢰할 만한 것으로 자연스레 이끄는 근거가 충분한가'
미래지향성, '내일의 나는 오늘보다 더 나아져 있으리라는 기대와 희망을 품게 하는 메시지'

(보다 자세한 설명과 내용은 《중쇄 찍는 법》를 사서 읽기를 권한다. 버릴 문장이 없다.)

그러나 너무 전복성이 짙은 책은 받아들이기 어렵고, 충분성이 확보되지 않은 책은 사람들이 사서 볼만한 가치를 주지 못하는 등 비율 조절이 중요하다고 저자는 덧붙인다. 초쇄 2,000부를 넘겨 중쇄를 찍는 책들의 조건은 《제발 이런 원고는 투고하지 말아주세요》의 '책의 기획 의도'와 자연히 연결이 된다. 어떤 사람들이 이 책을 읽을지, 그들에게 어떤 효용을 줄지 고민한 책에, 적절한 전복성과 충분성, 미래지향성이 더해진다면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적절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결과가 따라오는 건 자명하지 않겠는가.

이 책을 읽으면서 정리가 되었다. 나만 좋아하는 원고와 볼만한 콘텐츠의 차이는 '독자를 얼마나 생각하는가'에 달렸다는 사실을 말이다. 독자에게 필요한 이야기를, 그들에게 약간의 충격/전복의 메시지와 함께, 충분히 읽을 만하도록, 내일을 기약하는 가능성을 담아 전달한다고 생각과 고민을 선행하고 원고를 쓴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나아지겠다 생각하니 괜스레 설레기까지 하더라.

나를 포함한 예비 작가들이 '나만의 콘텐츠'를 '세상의 주파수'와 맞춰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면 좋겠다. 각자의 자리에서 세상에 필요한 이야기를 생산해, 더 다양하고 개성있는 콘텐츠들이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더불어 모두가 잘 되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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