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요마 Dec 06. 2023

16.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운의 영역 구분하기

좋아하는 것이 마땅히 없어서요

unsplash.com

16.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운의 영역 구분하기


공모전 공고가 올라오고 나는 한동안 글을 쓰지 못했다. 뭘 써야하지, 잘 해야하는데, 이번엔 진짜 진짜로 당선되어야 하는데. 하는 조급함이 계속해서 올라왔다. 처음에는 중편(원고지 300매 이상) 공모를 노리고 시작했던 계획은 남아있는 물리적인 시간이 줄어가며 단편(원고지 80매 내외)으로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올해도 이렇게 공치는구나 싶었다. 매번 비슷한 패턴이었다. 


이번엔 꼭 써야지! 꼭 우승해야지! 하는 자신감으로 공고를 보며 전의를 불태우다가, 백지 앞에서 2-3주를 허비한다. 한 문단 정도 쓰다가 엎고, 또 엎고를 반복하다 마감일이 일주일 남은 걸 확인한다. 더더더 무리한 계획을 세운다. 글이 잘 써질리가 없다. 마감일 전날 포기선언을 한다. 내년엔 미리미리 써놓고 꼭 제출한다고 다짐한다. 자책감과 자기혐오에 빠져 한동안 또 글을 못 쓴다.


이렇게 또 1년을 흘려보낼 수는 없었기에, 백지 앞에서 1-2주 정도 허비한 시점에서 나는 결단을 내렸다. 목표를 '꼭 당선 될만한 멋진 글을 써야지.'가 아닌, '완성해서 제출해야지'로 수정한 것이다. 이렇게 생각한 이유는 명료했다. 


완성과 제출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었고, 당선작으로 뽑아주는 건 심사위원의 몫. 그러니까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운의 영역에 있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생각을 이렇게 정리하니 공모전은 '1등을 해야만 하는 부담스러운 대회'에서 '나와의 약속'으로 다시 정의할 수 있었다. 한껏 긴장해 들어갔던 힘을 빼고 내 할 일을 하니, 한 문단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막혔던 전개도 술술 풀리기 시작했다. 


할 수 없는 일을 계획하고 좌절하며 자기혐오로 가던 악순환도 '나와의 약속'을 지켰다는 이유만으로 깨끗하게 해소되었다. 우체국에 등기를 부치고 나오면서 들었던 충만함은 지난 몇 년간 '해야지 마음만 먹고 하지 못한 나를 비난하던' 씁쓸함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행복한 감정이었다.


노이즈를 걷어내고 통제할 수 있는 일에만 집중하자는 깨달음을 얻었으니, 이번엔 결과를 기다리며 아무것도 안하던 과거를 바꿀 시간이다.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일에만 집중하는 오늘로 채워갈 생각이다.
(계속)



매거진의 이전글 15. 생각의 방향이 잘못되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