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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요마 Feb 05. 2017

5. 그 놈의 붕어빵(5)

Ssm 매일 한 장 - 변신, 변두리

* 어플 '씀'의 제시어로 소설을 이어 써보려합니다.

* 2월 4일 제시어는 '변신'와 '변두리'



*

  끝까지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이 피더슨 재우는 알리바이도 확실하고 증인도 있다며 결백을 호소했다. 나는 그 때문에 더더욱 문고리를 세게 쥘 수밖에 없었다. 그의 말을 그대로 믿는다면 어젯밤에 나는 그와 닮은 생판 모르는 남자에게 일말의 의심도 없이 문을 연 꼴이 되는 것이었다. 문틈으로 보이는 그가 내가 아는 그일지라도, 그가 나를 해하지 않고 붕어빵만 던져놓고 갈지라도 그를 의심할 수밖엔 없다.


"꿈이라도 꾼 거 아닐까?"


  그는 상황을 무마하려는 듯 웃으면서 말한다. 그렇지만 이건 도무지 웃을 상황은 아니다. 꿈이라 해도 한 번 웃고 넘길 문제는 결코 아니다.


"그런 말이 나와? 아니. 너야말로 술 취해서 주사 부린 것 아니야?"

"많이 안 마셨어. 그리고 철용이가 나 집 들어가는 걸 봤다니까."

"들어간 다음에 어떻게 되었는지는 못 봤잖아."

"내가 말했잖아 바로 뻗었다고."

"혹시 필름 끊기고 우리 집으로..."

"나를 의심하는 거야?"

"아니... 분명 너였다니까."

"증거 있어? 그렇게 말하면 서운하지."


  그는 억울하다는 듯 호소한다. 만약에. 정말 만약에 그가 취해서 우리 집에 왔다면 생판 모르는 남자일 경우보다 일이 심각해진다. 술 취한 남자한테 문을 열어준 것은 확률상 더 위험한 일이니까. 나는 차라리 그가 바라는 그 증거가, 나의 기억이 잘못되었으면 했다.


"하얀 와이셔츠에 짙은 파란색 넥타이. 촌스럽게 노란 땡땡이가 가득한."

"그게 뭐?"

"어제 니가 현관 앞에 있었을 때 입었던 옷."

"응? 그거 내가 아니라니까."

"그리고 와이셔츠 단추 근처에 묻어있던 노란색 얼룩."

"와이샤쓰에 뭐가 묻든 뭔 상관이야?"

"상관있지. 너가 집에 벗어놓은 옷이 맞다면."

"아니... 정말로 아니라니깐. 나는..."

"집 가서 확인부터 해봐. 나도 아니길 바라고 있으니까."

"세쟌 부."

"확인이 될 때까진 문 안 열 거니까. 거기 계속 서 있든 말든 알아서 해."


  말은 씩씩하게 했지만 무섭다. 문이라도 문에 달린 걸쇠라도 없었다면 어땠을까 싶다. 그렇지만 얼룩이 있는 와이셔츠가 나오든 나오지 않든 이제부터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어느 쪽이 사실이든 나는 잠들 수 없을 것 같다. 이 피더슨 재우를 돌려보내고 문을 닫는다. 그리고 잠근다.

  그가 놓고 간 붕어빵 봉지가 신발장에 있다. 나는 푹 젖어서 너덜너덜 해진 흰 봉투를 냉동실에 넣는다. 한숨을 한 번 쉬고 다시 푸스스 한숨을 쉬는 듯한 소리를 내는 소파에 앉는다. 맹수, 아니 남자로라도 변신할 수 있다면 이런 걱정을 할 필요가 있으려나 생각하며 휴대폰으로 호신용 전기충격기를 검색해본다. 이 시대에 안정은 없다지만 나에겐 안전도 없다.

 

**

  집에 돌아와 일단 빨래통을 뒤졌다. 세쟌부가 기억하는 넥타이는 당장에 빨지 않았다고 해도 와이샤쓰에 얼룩이 있었다면 분명 조치를 했을 것이다. 가뜩에다 흰 옷이라 뭐가 묻으면 얼룩이 빠지지 않는데 제정신이라면 트리오라도 묻혀서 비벼놓았을 것이다.

  빨랫감에 얼룩이 진 아니면 트리오가 묻은 옷은 없다.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고 물 한잔을 마신다. 아니 이게 다행인 일일까. 세쟌 부에게 문전박대당했는데. 뭐가 그녀를 열 받게 만든 것일까.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나는 그녀가 집어던졌던 깡깡 얼은 붕어빵을 집어 든다.


'어제 그게 나든 아니든 붕어빵을 받았으면 좋은 게 좋은 것 아닌가.'


  그녀는 가끔씩 잘 알다가도 모를 행동을 한다. 정상적인 이성을 가진 사람은 따라가지 못할 감정 기복이 있는 것 같다. 약간의 피해의식도. 어쩌면 오늘이 그녀의 그 날, 뭐라고 하지. 마술인지 마법인지 하는 그 날인 것일까.

  그 날이 온다한들 인간적으로 걸쇠를 걸어놓고 얘기하는 건 정말 아니었다. 남들이 보면 내가 마치 상습적으로 여자를 때리는 사람 내지 돈 받으러 온 사람마냥 만드는 이유는 뭘까. 나는 나쁜 사람이 아니다. 세쟌 부를 지켰으면 지켰지 걸쇠를 걸어놓고 테레비에 나오는 범죄자 면회를 하듯 이야기를 할 상대는 아닌 것이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많다. 나라고 화나는 일이 없고 짜증 나는 일이 없을까. 그녀와 있으려면 나는 이렇게 늘 참아야 하는 걸까. 나의 감정은 저 구석 변두리에 겉돌고 뭔진 몰라도 내가 잘못했다는 말을 반복해야 하는가. 뭐가 문젠지 말이라도 해주면 오해라도 덜 생기련만 그런 것도 아니고.

  나는 냉장고에서 맥주캔 하나를 꺼내 침대에 걸터앉는다. '인간관계라는 건 쉽지 않구나.' 한숨을 쉬면서 침대에 한 손을 짚는데. 옷이 하나 잡힌다. 아뿔싸.


-그 놈의 붕어빵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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