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학이 Feb 26. 2024

자신감수영

오늘도 나에게 취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운동은 수영이다. 제주에 와서 바다수영을 하게 되면서 장거리 운동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 지구력이 부족한 편이라고 생각했었는데 하면 할수록 느는 실력이 신기하면서도 더 잘하고 싶은 욕구가 가슴속에서 타오른다.


 바다수영을 하지 못하는 겨울 동안은 회원들과 실내수영을 함께하는데 장거리운동을 위해 50m 수영장을 30번 왕복하며 3km 정도의 운동량을 소화한다. 평소 실내수영은 25m에서만 했기 때문에 재작년 처음 나갔던 수영대회를 위해 한라수영장을 찾았을 때 완주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었다. 그땐 한 바퀴도 겨우 돌았는데 지금은 천천히지만 호흡과 킥을 조절해 가며 장거리가 가능해졌다. 역시 익숙해질 때까지 반복하는 방법 밖에 없는 것 같다.


 거울을 보며 하는 운동(요가, 에어로빅 등) 말고 수영만큼 자기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환상을 품은 운동이 있을까? 초급반 시절에야 나도 포기하고 싶은 순간들이 있었지만 눈 딱 감고 출석하다 보면 선생님이 말씀하신다.

 "다음 시간부터 오리발 가져오세요."

 나는 날개라도 달린 것처럼 기분이 날아갈 듯 좋아지고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을 숨길 수가 없다. 이제 내 수영도 한층 업그레이드될 것이라는 설렘에 사로잡히게 된다. 평영발차기를 배우고 중급반으로 가면서 오리발을 신는 날은 나에게 취하는 날이다.  배운 것을 하나하나 생각해 내며 자유형을 하는 상상 속 내 모습은 실제 나의 실력보다 항상 높고 드라마틱하게 그려지기 때문에 자신감이 상승되기 마련이다.


 오늘도 아침수영을 하며 드는 생각이 내가 글라이딩도 제법 잘하고 킥도 2비트, 4비트 팔과 맞춰가며 쭉쭉 잘 가고 있는 착각(?)에 빠져서 수영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 순간만큼은 넓은 야외수영장에서 햇살을 받으며 혼자 수영을 하는 영화 속 장면이 떠오른다.


 하지만 강습받을 때 찍어주시는 영상을 보면 선수 같은 동작을 그럴듯하게 하고 있을 것이라는 나의 생각과는 달리 아주 느리고 소심하게 수영하는 나를 볼 수 있다. 그래서 영상은 자극이 필요할 때 아주 가끔 보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다.  


 하면 할수록 끝이 없는 수영의 세계. 이제는 팔꺾이를 배우는 중인데 몸에 힘을 빼고 가볍게 떨어뜨리는 것이 참 안된다. 어깨를 유연하게 돌리며 눌러주고 팔을 앞으로 쭉 빼야 하는데 말은 쉽지만 물속에서는 몸 따로 마음 따로다.

스타트도 그렇고 이것 또한 무한 반복의 연습을 통해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오늘도 수영가방을 챙겨놓고 꿈나라로 간다.



작가의 이전글 책이 선물해 준 시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