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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학이 Feb 27. 2024

보름달이 비추는 밤

첫 러닝 도전기

 제주에는 산책하기에도 달리기에도 좋은 해안도로가 있다. 해가 떨어질 때쯤 바닷가 쪽을 가보면 달리기 하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나도 그들을 보며 바닷바람을 맞으면서 뛰면 얼마나 상쾌하고 좋을지 상상만 해왔다.


 바다수영을 동호회 회원들과 함께 하고 수영친구들과 대회 준비를 하면서 혼자 하는 운동보다 크루가 있을 때 내가 가진 능력의 최대치를 찍을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해 봤다. 운동은 좋아하지만 의지가 약하고 주변 영향을 많이 받는 성격 때문에 더욱 그런 것 같다.


 혼자 몸을 이끌고 규칙적인 운동을 한다는 것은 굉장한 의지가 필요하다는 것을 해가 갈수록 느끼게 되었고 이번 3월에 열리는 ‘제주 mbc국제마라톤’을 참가하게 되면서 또 다른 종목에 도전을 시작했다.


 학교운동장을 몇 번 뛰어 본 게 전부인 내가 과연 10km가 가능할까? 단거리는 학교대표로 뽑힐 만큼 자신 있었는데 오래 달리기는 못했던 어릴 적 나를 불러와 다시 한번 뛰어보자고 했다. 1년 동안 한 바다수영으로 폐활량은 조금 나아지지 않았을까 하는 약간의 기대를 가지고 용기를 냈다.


 달리기는 준비운동이 중요하기 때문에 고관절과 무릎을 풀어주고 햄스트링을 늘려주는 동작을 15분 정도 하면서 몸을 풀었다.

외도동에서 내도동 해안도로길을 지나 현사포구까지 가기로 목표를 삼고 셋이서 함께 뛰었다.


 역시나 쉬지 않고 같은 속도를 유지하며 뛰는 것은 엄청나게 힘이 들었다. 2-3km 정도 뛰니 숨이 차오르고 다리가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호흡을 깊게 쉬면서 양쪽 다리를 최대한 힘껏 내디뎠다.


 바다수영 처음할 때 숨이 차고 힘들었던 기억을 되살리며 오늘을 이겨내면 조금씩 나아질 거라 최면을 걸었다.

건강한 몸으로 이것도 못 해낼까, 조금만 더 가자! 내 몸뚱이 지방을 더 태워보자!

오만가지 생각을 하며 중간중간 걷기도 했지만 현사포구가 보이기 시작했다.


 드디어 도착!


 뛰는 속도를 보고 이호테우 빨간 등대까지 가려다 나의 컨디션 난조로 현사포구에서 돌아가기로 했다.

어찌나 다행인지..

 돌아가는 길 다리는 후들후들 떨리지만 보름달이 우리를 비춰주니 오늘 내가 흘린 땀이 앞으로의 달리기에 기름칠을 해줄 수 있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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