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커피의 비밀

by 미쓰조앤

나는 바리스타로 일하지만 커피가 하루 한 잔이면 족한 사람이에요. 다행인가요? 불행인가요? 카페인에 약해서 아침 첫 잔은 엄두도 못 내요. 사실 커피 한 잔 없는 날도 무사하지요.


커피 만드는 사람 맞아요? 네, 매일 커피를 만들어요.

레터링 by 조앤

난 커피처럼 알코올에도 취약해서 술을 먹지 못해요. 직장 생활 내내 술 거절하기 바쁜 사람이었어요. 내 몸이 술을 분해하는 효소가 없기 때문에 아주 적은 술도 나를 힘들게 했다는 걸 나중에 알게 되었어요. 얼굴이 빨개지고, 심장이 고동치고, 손발이 살짝 붓고, 이내 잠에 취하고. 커피의 향이 강한 것처럼 술의 향도 강해요. 나에겐 커피도 쓰고 술도 써요. 그러니 나는 쓴맛을 아는 <어른>이 아직도 못되었어요.


친구들은 차 마시기를 좋아했고, 커피를 좋아했고, 술을 즐겼어요. 나는 집에서 엄마가 만드시는 곡류 차, 옥수수 차, 보리차 무엇보다 숭늉이 좋았어요. 밥의 단맛이 옅게 스며있고 밥이 눌려 구수해진 평안한 맛이 나요. 숭늉은 엄마를 닮았어요. 그 밋밋하고 심심한 맛이 추석과 설날에 엄마가 만드셨던 <식혜>에서 또 맛볼 수 있었어요.


이제 나는 추석에 엄마처럼 <식혜>를 만들어요. 엿기름을 물에 풀어두고 찬 밥이 없으면 밥을 짓고. 오랫동안 물속에 가라앉힌 엿기름가루는 무거운 것은 서서 가라앉으며 삭히죠. 그 물에 밥을 넣고 폭폭 끓여요. 설탕이 귀했던 시절에 보리싹 틔운 것과 밥에서 우러나온 단맛이 명절날 먹을 수 있었던 달콤한 음료였다고 생각하니 내 입맛은 지금 어디에 와 있나 생각해봐요. 난 엄마보다 훨씬 많이 설탕과 꿀을 넣을 텐데. 옅은 단맛보다 강한 단맛을 찾는데. 그래요. 난 단맛을 좋아하는 사람이었어요. 그래서 나는 알게 되었어요.


커피를 만들면서 커피를 알아가는 만큼 내가 어떤 입맛의 사람인지, 어떤 몸을 갖고 있는 사람인지를.


난 내가 만들어낸 나의 레시피가 없어요. 만들 수 없어요. 난 이미 만들어진 레시피를 따라 만들지요. 그 레시피에 충실하려 노력을 하지요. 사는 일도 이와 같을까요? 내가 처음부터 만든 것이 단 하나도 없지만 앞서 만들어진 레시피를 따라 해 보는 일이 시작이라는 거.


손님들에게 내가 만든 커피가 맛이 좋다고 칭찬을 많이 들어요. 나는 말해요. 레시피대로 했는걸요. 감사해요라고.

레터링 by 조앤

그리고 내 마음속으로 말해요. 내 마음을 제일 많이 담았어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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