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8000m급 14좌를 완등 한 라인홀트 메스너는 다음과 같이 의미심장하게 말했다고 한다.
<정상>이란 산의 꼭대기가 아니다. 정상은 하나의 종점이고 모든 선이 모여드는 곳이며, 만물이 생성하고 모습을 바꾸는 지점이다. 종국엔 세계가 모두 바뀌는 곳이며, 모든 것이 완결되는 곳이다.
공자는 정상으로 가는 <길>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세 가지 길에 의해 우리는 성지에 도달할 수 있다. 그 하나는 사색에 의해서다. 이것은 가장 높은 길이다. 둘째는 모방에 의해서다. 이것은 가장 쉬운 길이다. 그리고 셋째는 경험에 의해서다. 이것은 가장 고통스러운 길이다.
아바스 타파아스. 그의 이름이다.
그는 미네소타로 떠났을 것이다. 작은 키였지만 큰 눈을 가졌다. 커피 위에 얹는 휘핑크림을 아주 좋아했다. 올 때마다 항상 추가로 넣어 달라는 게 인상적이었다.
어느 날 그가 007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특별한 조끼를 입고 있었다. 슈트 안에 총을 감추기 위해 입은 조끼처럼 보여서 넌지시 물었다. 그 조끼를 왜 입었는지. 돌아온 답변은 이랬다. 척추뼈에 염증이 생겼는데 통증을 줄여준다고. 서있을 때, 걸을 때 허리를 지지해 주는 조끼라고. 나는 가볍게 물었는데 무거운 대답이 돌아왔다. 순간 멈칫했고, 그의 마음이 무겁게 전해져 왔다.
네팔 연방 민주공화국
जननी जन्मभूमिष्च स्वर्गादपि गरियसि
산스크리트어: 어머니와 조국의 대지는 천국보다 좋다.
그는 네팔에서 왔다. 그의 이름을 말할 때 나는 어느 나라 사람인지 분간을 할 수 없어서 물었다. 나는 네팔에 히말라야가 있다는 것과 그 큰 산을 끼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머리 저편 속에서 오랜만에 끄집어내었다. 여기 달라스에 있는 알링턴 대학에서 마스터 과정(대학원) 공부를 마쳤다. 에스에스 회사가 첫 직장이었다. 계약직으로 오래 일했다고 했고 정규직으로 전환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가 열심히 살아왔음을 난 금세 알아챌 수 있었다. 세상에서 제일 높고 깊은 산이 그의 배경이었다. 멋있다고 생각했다. 그가 그 산에 올랐는지 아닌지는 상관이 없다. 그는 그 산의 결실이고 열매이니까. 나는 이렇게 큰 배경을 가진 사람은 처음이니까.
그를 위해 기도하겠다는 나의 말에 그는 눈물을 글썽이었다. 마음이 복잡한 게 전해져 왔다.
그가 한 달 일정으로 미네소타의 병원으로 치료를 위해 갈 것이라는 말을 들은 것은 한 달 전이었다. 의사와 스케줄을 조율하는 중이었다. 거기가 자신의 병을 가장 잘 치료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나는 사실 처음과는 달리 병원 예약을 기다린다는 그가 무슨 영문인지 걱정이 안 되었다. 믿을만한 근거도 없는데 그의 쾌유가 눈에 보였다. 나는 그에게 말했다. "Everything will be fine!" 나는 정말 확신했다. 그는 회복될 것이라고.
어제 드디어 그는 회사에 병가를 내고 예약된 병원으로 떠나기 직전 나에게 들렸다. 진료와 치료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이다. 그의 큰 눈이 불안으로 흔들리는 게 보였다. 그에게 가장 큰 인생의 어려움임이 확실했다. 건강을 잃으면 할 수 있는 게 없지 않은가.
다들 특별한 장소에서 태어나 자랐다. 나는 한국에서 그는 네팔에서. 씨줄과 날줄이 마주치듯 내가 일하는 곳에서 이 순간 교차된 것이다. <인연>에 대해 나는 오래 생각했다.
나는 그가 잘 이겨내리라 믿는다. 지금까지 그는 앞만 보며 열심히 달려왔다. 쉼이 필요한 것이다. 뒤를 돌아보고 고개를 돌려 옆을 살피는 시간 말이다. 책으로는 알 수 없었던 길이다. 사색으로 넘어갈 수 있는 길이 아니다. 경험으로 내 몸을 갈며 한 발 한 발 뚜벅뚜벅 걸어야 하는 길 위에 그가 외롭게 서있는 것을 나는 어제 보았다.
경험을 통하여 이르는 정상이 고통스럽다고 공자는 말씀하시는데, 그 길이 나에게는 가장 명징한 길이었다. 그것만이 내 것이 되었기 때문이다.
지금 어려운가. 힘든가. 고통스러운가.
이 고통을 통과하면 그다음은 무조건 회복이다. 치유가 일어난다. 설령 또 다른 고통을 줄줄이 맞이한다 해도. 죽을 것 같을 테지만. 죽음은 종결이 아니다. 그러니 회복을 믿고 일어서야 한다.
긴 시간 병원에서 머물러 있어야 할 터인데. 나는 그의 <고독의 시간>을 떠올렸다. 내가 떠나고자 계획한 여행이 아니잖은가. 그리운 가족이 있는 고향 땅도 아니잖은가. 내가 어찌해볼 수 없는 아픈 몸을 내어 맡기고 회복을 간절히 바라고 바라며 버티어내야 할 시간이 될 터인데. 나는 학교 다닐 때 그림일기 썼던 기억을 떠올리며 노트 한 권을 샀다. 그리고 그것을 그에게 건넸다. 그 빈 노트에 자신을 그려보기를 바랐다. 어떤 것으로든 그 노트가 채워져 가는 사이 그의 몸이 건강을 되찾고, 그의 마음 또한 지혜로 자라나 밝은 미소로, 웃음으로 반갑게, 감사하게 곧 다시 만나게 되기를 나는 진심으로 바랐다.
그는 지금쯤 무거운 마음으로 미네소타에 도착했을 것이다.
내가 그를 위해 써준 위로의 카드는
아바스 타파아스 ABAS TAPAS
You are Awsome, Be Happy! You're A big Smile.
You're TreAsure, be Peaceful. You're smArt and Special.
당신 안에 있는 것들을 보아요.
There is something
you must always remember,
you are braver than you believe,
you are stronger than you seem,
you are smarter than you think.
당신이 꼭 기억할 것은,
당신은 당신이 아는 것보다 용기가 있고
당신이 보는 것보다 강하며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현명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