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콩이 에스프레소 기계 안에서 위이잉 소리를 내며 으깨져요. 뜨거운 열기가 그 몸을 훅, 감아 덮어 커피의 진액을 짜내면 나는 작은 소주잔 크기의 샷으로 떨어지는 그 몸의 새까만 눈물을 받아내지요.
커피는 몸이 부서져 열기와 섞일 때 그 짙은 향을 피워내요. 나는 강한 것에 약하여 쓴 내를 참아내고 있으면 이내 향은 흩어져 낙엽을 한데 모아 태우는 냄새로 남아요. 나무 타는 익숙한 향이 되는데 그 순해지고 가벼워진 몸은 가닿을 길 없는 허공 속으로 곧 사라져버려요.
커피퍽 by 조앤 커피콩 찌꺼기는 납작하게 눌려져 그 쓸모를 다한 몸을 기계에서 떨어뜨려요. 그 모양과 크기가 김밥을 썰어 놓은 모양과 똑같요.
요사이 에스프레소 기계가 시름 시름하여 걱정을 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커피콩이 갈아져 열기와 섞인 후 에스프레소 기계 속에서 김밥 모양으로 빠져나온 커피퍽(puck)을 손가락으로 눌러 보았습니다.
왜 아픈지 알고 싶었습니다.
커피퍽(puck)은 내 손에서 힘없이 부서졌는데 이제 보니 흙과 똑같았습니다. 아직 온기를 잃지 않은 금방 만들어진 흙이 이와 같을까요. 흙을 닮은 커피의 고단함을 생각했습다.
이 커피콩이 자라는데 햇빛과 물과 공기가 필요했을테지요. 이 커피콩을 따낸 여린 손도 있었을테지요. 나에게로 와서 마침내 기계 안으로 밀려들어가 몸의 진액을 다 주고 가루로 남은 커피의 몸을 나는 힘들이지 않고 부서뜨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끝은 아닙니다.
나에게 온 커피는 나를 거쳐 사람들에게로 가서 위로와 활기와 에너지로 전환되었지요. 피곤함을 물리쳐주고, 낮은 마음을 위로하며, 아침을 깨워주었요.
내 손을 거쳐 커피는 비로소 그 생을 향기롭게 바꾸었다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징검다리가 될 수 있어 참 좋구나 생각한 아침이었습니다.
레터링 with chalk by 조앤Love is in the air
And it smells like coff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