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마당 도서관에서 별을 잃다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by 미쓰조앤

별마당 도서관에서 별처럼 많은 책들을 보았다. 도서관이라고 나는 생각하지 않았다. 지붕을 가리지 않아 천장을 통해 들어오는 은은한 햇살이 환해서 기분이 좋았다. 따뜻한 기운이 눈이 내리듯 조용히 위에서 내려와 아래로 낮게 번졌다. 이런 햇살 아래서 라면, 긴 소파에 누워 가벼운 책 한 권을 얼굴에 얹고 그대로 한숨 자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높이 꽂아 놓은 책은 별만큼이나 나에게서 멀다 싶었다. 사다리를 놓고 별을 낚는 것처럼 책을 꺼내보고 싶기도 했지만 무섭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래서 도서관이 아니라 서점이라고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빼곡히 꽂혀있는 책들 사이에 있었지만 왠지 배부르지 않았다. 책들이 내 눈길과 내 손길에서 한참 벗어나 있었고, 가닿을 수 없는 곳에 얹혀 있었다. 책들이 전방위로 나를 에워쌌다. 황홀할 것 같았는데, 누가 잠시 나를 번쩍 들어 책들 사이에 놓아둔 것 같이 어리둥절했다는 게 맞을 것 같다.


저녁에 (김광섭의 시에 조앤이 덧붙이다)


저렇게 많은 책들 중에서

책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책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책은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나는 어둠 가운데서 그 자리를 떠난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너를 생각하면

문득 떠오르는 작은 별 어린 왕자

나는 그가 키웠던 유일한 장미,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린 왕자와 장미 되어 다시 만나자


책이 먼 저 높은 곳이 아니라 마당에 펼쳐놓은 평상처럼 낮은 곳에 있기를 나는 바랬다. 별이 쏟아지는 마당에 누워 한 손으로 팔베개를 하고, 한 손으로 책을 펴기를 바라보았다. 책을 읽다 잠들기를 바라며, 무엇보다 책을 구경하는 사람이 아니길 나는 진심으로 바라왔음을 기억했다.

책이 별처럼 높아 고개를 들어 한참을 올려다 보기는 처음이었다. 내가 시간을 내어 다시 여기 별마당에 올지 알 수 없었다.

별마당에 불이 꺼지면

그때,

그때가 오면

그때가 되면

나는 나의 작은 왕자를 찾으리라

두 개의 작은 행성 사이를 오가리라

어둠 가운데 빛나는

너를 만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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