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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쓰조앤 Mar 20. 2021

레드 리버 쇼어 밥 딜런

시詩하고  답答한 그녀 / 레드리버(Red River)로 떠나다

red river shore / 조앤

밥 딜런의 레드리버 쇼어 노래를 들었다.

.. 먼바다에서 들려오는 아련한 소리로 들렸다.

밥 딜런의 노래  가사를 찾았다.

... 가까운 파도로 철썩거렸다.

밥 딜런의 노래 가사를 공책에 적었다.

... 내 빈 발가락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는 모래가 되었다.

밥 딜런의 노래 가사를 입에 넣고 <낭송>했다.

... 마침내 노래가 내 마음 안으로 들어왔다


밥 딜런의 노래는 시詩가 되었다.


... 숨죽여 울음을 참지 못하고

큰 울음을 작게 만들어

길게 울었다.


   음악은 내게 쉽게 다가오지 않는 것 중 하나다. 이유는 어렵다고 말할 수 있다. 가사의 전달이 없으면 더 그랬다. 감각이 그쪽으로는 열리지 않아서 그렇다고 지금은 이해한다. 그래서 둘째가 음악을 좋아하는 것도 아주 늦게 알게 된 거였다. 악보를 읽는 거, 음의 높낮이, 장단을 맞추는 일이 모두 나에겐 신기했다.  누구든 스스로  악기를 배운다는 것 자체가 감동이었다. 악보를 보고 노래를 부르는 일부터 음악을 좋아하는 일까지. 악기는 많은 기계 중 하나였고 나는 배우고 싶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나는 노래를 들을 때 항상 가사를 중요시했다. 의미가 좋아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가사가 없으면 소리만으로 그 노래 자체를 해석하기 어려워서 그랬던 것 같다. 가사를 붙잡고 리듬과 멜로디를 알아내고 싶었던 것. 그러니 가요는 좋아는 곡들이 늘어갔지만 그에 비해 클래식 연주곡들은 여전히 닿지 않은 부분들이 많았다.


   <밥 딜런>에 관해서라면 미국 가수라는 것과  그가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으나 수상 수여식에 참가하지 않았다는 정도를 알고 있었다. 그의 노래를 몇 곡 찾아서 들어본 적은 있었다. 그러나 그것으로 한 사람의 음악을 이해할 수 없었다. 사실 나는 그것이 필요하다고 느끼지 못했다.


    <Red River Shore>라는 노래를 들었을 때 리듬보다 가사가 굉장히 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쩐지 가사에 더 치중한다는 생각이 들자 가사가 궁금해졌다. 리듬은 오래전 포크송들과 비슷하게 들렸다.


   노래의 가사말은 문자적으로 해석이 되어도 항상 흐릿한 창밖과 같았다. 무언가 알듯 모를 듯 다른 언어에서 오는 간격을 좁히기 어려웠다. 두리뭉실하게 무엇을 말하는지는 알 것 같다 정도. 나는 한국어 해석을 찾았다. 그러나 레드리버 쇼어를 한국말로 번역한 글을 찾지 못했다. 노래를 들으며 긴 밥 딜런의 노래 가사를 공책에 적기 시작했다. 조금 더 선명하게 그가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들렸다. 아, 내가 이 노래를 따라 부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쉬움을 뒤로하고 나는 그의 노래 마디마디를 따라 그의 가사를 연필로 나누어 놓았다. 그러자 읽기가 수월해졌다. 노래는 따라 못하니 대신 소리를 내어 읽기로 했다. 노래처럼 리듬을 타려고 노력했다. 음이 없을 뿐이지 나는 노래를 부르는 마음이 되어 그의 가사를 여러 번 낭송해보았다.


   <Red River>는 미국에서 아주 주요한 큰 강들 중 하나이다. 한국의 한강, 낙동강처럼. 특히 레드 리버는 내가 사는 텍사스주와 오클라호마 주를 나누는 경계의 강이기도 했다. 내가 오클라호마를 여행 삼아 갔을 때 나는 이 레드 리버를 건넜던 것을 떠올렸다. 강폭이 그리 넓지는 않았고, 나는 새로 난 다리로 건넜는데 그 옆에 오랫동안 사용했던 낡은 철교도 여전히 나란히 있었다. 한강 철교가 오래되어 부식된 모습이 연상되었다.


   내가 거주하는 달라스는 북텍사스에 속하는데 위쪽의 오클라호마는 한 시간 거리에 지나지 않는다. 나는 이 노래의 배경이 되는 레드 리버에 가보자는 생각에 마음이 들뜨기 시작했다.

오클라호마에서 텍사스로 건너오는 길
텍사스  환영 간판

오클라호마에서 들어오는 사람들을 위해 여행안내소가 다리를 건너자마자 있었다. 거기를 가서 강 쪽으로 가는 길을 알아보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그 안내소로 들어가는 길을 계속 놓치게 되었다. 진입로가 일방통행이면서 곡선으로 구부러져 있어서 앞쪽의 길이 예상이 안되었다. 무엇보다  트럭과 일반 차가 진입하는 길도 따로 떨어뜨려놓은 탓에 어리바리 계속 진입에 실패하여 잘못하면 도로 고속도로로 빠져나가게 되는 형국이었다. 눈앞의 안내소 빌딩이 손에 닿을 듯 하나 끝내 그쪽으로 못 들어가고 다시 돌아 나오기를 3번이나 했다. 내비게이션으로는 강이 아주 가까운데... 여행지로 개발이 안 되어 있었다.  대형 트럭들이 주차장에 몇 대 보이는 오후였다.


   사실 레드 리버 강이 근처 큰 호수를 지나 텍사스 주 동쪽 편의 루이지애나 주까지 흘러간다는 것을 나는 알고는 있었다. 그 호수 공원은 가까이 캠핑을 할 수는 곳으로 꽤 괜찮다는 말도 여러 번  들었다. 그렇지만 거기로 가면 강의 느낌은 없고 커다란 바다 같은 호수일 게 분명해서 일부러 강가, 강변을 찾아가 보려고 나섰 던 것이었다. 달라스 주변에는  호수들이 많다. 텍사스는 땅이 넓은 만큼 호수라고 가보면 끝이 안 보이는 바다 같았다. 이 거대한 호수들은 거의 대부분은 인공 호수라고 한다.  


   나는 잠시 생각했다. 오늘은 여기까지로 할 것인지. 호수 공원으로 갔어야 했구나. 길이 없는 곳에서 길을 찾으려는 꼴이구나 싶었다. 더군다나 초행길이고 나 혼자였다. 집에서 1시간 정도 떨어졌지만 주 state 사이의 경계가 국경같이 낯설기 시작했다. 내가 이 다리를 3번은 건넌 것 같은데,  내가 이방인, 불법 체류자가 된 느낌이 훅 밀려왔다.  그래, 주말에 호수 공원에 가서 이 노래와 비슷한 장소를 찾자. 아예 개발 자체가 안 되어있는 줄은 몰랐으니.


   나는 이 노래의 배경이 되는 레드 리버가 가까이 있다는 사실이 마치  이 노래가 나를 위해 만들어진 것처럼 느껴졌다. 책이 작가를 떠나면 독자들에게 다양한 모양으로 해석되듯이 노래도 가수의 손을 떠나 청자에게 다른 모양으로 다가가기는 마찬가지다. 나는 어느 순간 이 위대하다는 가수가 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다가와 이 노래를 만들고 불렀다며 신난 아이가 되었다.


    나는 돌아 나오는 길이 많이 아쉬웠는데, 그 허름한 철교 다리 밑 쪽에 RV 트레일러를 옆에 두고 빨간색 트럭 한 대가 보였다. 그 안에 사람이 있었고, 개 한 마리가 보이자 나는 저절로 그쪽으로 방향이 틀어져 버렸다.

 오래된 철교 @ 레드 리버

거기는 비포장도로인데 가까이 철교가 보이니 한 번 용기를 내기로 작정했다.  나는 전화 통화를 막 끝낸  차 안의 남자에게 물었다.  강으로 가고 싶다고. 허름한 옷차림의 흑인 사내는 내가 멈추어선 곳에 차를 주차하고 강으로 갈 수 있다고 말해주었다. 나는 개를 붙잡아 달라는 부탁을 하고는 얼른 내려 강 쪽으로 향했다.

거기는 모래를 퍼내는 회사의 트럭들만 오고 가는 길이었지만 강으로 갔다 올 수 있다고 했다. 흙길을 따라 내려가니 아무도 없었다.  트럭 두 대가 나를 지나갈 때 빨간 흙먼지를 안개처럼 부려 놓았다. 왜 레드 리버인지 알았다.

내가 밟는 땅이 붉었다. 가장 가까이 강가로 내려가 사진을 찍었다.  

저 다리를 오갔을 많은 사람들. 나에게 이쪽에 작은 길이 있다 말해준 아저씨의 남루한 차림. 이 강은 많은 이야기들을 담고, 품고 바다로 가는구나 싶었다. 이 강가에서 왔다는 그 소녀, 그 사람은 이 강을 닮았다는 것인가.

마음으로는 밥 딜런의 노래를 여기서 듣고 싶었으나 트럭 두 대가 지나갔을 뿐 여기를 나처럼 찾을 사람은 없을 듯싶었다. 너무 한적한 곳이고 여행지로 개발된 곳도 아니었다. 여기서 내가 사라지면 찾을 길도 없겠다 싶어 지자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했다. 사실 좀 무섭다는 생각도 들었다. 총총거리는 발걸음으로 내 차로 돌아왔는데 차가 그 사이 방전이 되어 시동이 안 걸렸다. 나는 다시 그 흑인 아저씨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밖에 없었다.


  Knock Knock Knock

 Can you help me?


그는 느긋한 표정으로 내 차에 배터리 충전을 도와주었다.  그는 내가 사는 동네의 바로 이웃 도시에서 태어나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여러 도시에 가보았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 여기에 정착했다고. 나는 내가 캘리포니아에서부터 왔다고 하자, 달라스와 캘리포니아 어디가 좋은지를 물었다. 나는 더운 여름을 빼고 달라스가 좋다고 했다. 춥지 않은 겨울도 좋다고. 그는 어디에서든 익숙해지면 좋은 게 아니냐고 했다. 그는 집이 없음이 분명해 보였다. 그의 빨간색 트럭 옆에 세워둔 RV 트레일러는 캠핑용이 아니라 주거용이었다. 나는 방전된 이 차 다음으로는 트럭을 사고 싶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큰 트럭 말고 작은 콤팩트 한 트럭을 타고 싶다고. 그러자 그가 말했다. 일반 차의 재질이 약한 것에 비해 트럭은 차 전체 재질이 메탈이어서 더 안전하다고. 다음에는 트럭을 사라고. 나는  지갑에 현금 20불이 있는 것을 확인했다. 방전된 차를 회복시키려면 집에 전화를 하거나 보험 회사에 전화를 해야 하는 판이었는데 그게 얼마나 지난한 일이 되는지 알기에 정말 감사할 뿐이었다. 나는 그에게 말했다. 내가 여기 왜 왔는지를. 나는 가장 훌륭하다는 미국 가수 밥 딜런의 노래를 이제서야 들었다고. 너무 감동이 되어 이 강을 보고 싶었다고. 오늘은 행운이라고. 이 강을 보았고, 네가 여기 있어서.


God bless you!

Thank you so much.


나는 손사래 치는 그에게 간신히 20불을 건네고 집으로 향했다. 차 안에서  밥 딜런의 노래를 편안한 마음으로  틀었다.

돌아오는 길 석양의 하늘에 무지갯빛이 걸려있었다. 반원 동그란 큰 무지개가 아니라 손바닥만 한 크기의 네모 무지개. 비 오지 않은 맑은 날이었다.


얼마 만에 나 혼자 나선 길인가.

얼마 만에 길 위에 서 본 것인가

얼마나 시간이 흘러야 여기 이 땅이 편안해질까.


아, 시구나.


밥 딜런은 이번만큼은 노래가 아니라 시를 썼구나. 노벨상부터 전설처럼 내려오는 그를 향한 많은 수사들,  그동안 사람들에게 회자된 지점을 비로소 수긍할 수 있었다. 나는 이 노래로 그를 만났을 뿐이었지만 이 노래, 이 시 하나로 충분했다.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Red River Shore> 노래 가사에 어려운 단어들은 없었다. 그래서 쉬웠다는 것은 아니다. 낯설기는 마찬가지. 그 쉬운 단어가 보였다 안 보였다, 손에 잡혔다 빠지기를 반복했다. 이 노래를 이 시를 다 알았다 말할 수 없다. 밥 딜런이 이런 맘으로 노래했나 보다 할 뿐. 명료한 게 좋고 분명하게 칼처럼 선명하게 내 손에 쥐고 싶지만. 그렇게 명확하다고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는 것도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강 속은 투명하지 않았다. 호수를 거쳐가는 곳에서는  강의 안을 들여다볼 수 있을까. 강을 따라오면서 함께 묻어온 많은 바람과 비와 사연들을 레드 리버는 그 호수에 풀어놓을 것인가. 호수는 그 이야기들을 모두 품어줄 것인가.


  레드 리버는 이제 <Red River Shore>와 함께 내 가슴에 흐른다. 슬퍼지면 나는 바다로 갈 것이다. 이 붉은 강을 바다에 풀어놓을 것이다. 이 강가로 나를 데려간 사람을 바다에 풀어놓을 것이다. 푸르고 깊은 바다로 돌려보낼 것이다. 


...사람의 서러운 사랑 바다로 가

한 마리 고래가 되었기에

고래는 기다리는 사람의 사랑이 아니라

놓아주어야 하는 바다의 사랑이기에.

정일근의 시 <기다린다는 것에 대하여>중에서.




https://youtu.be/g_i60WH12Q4

*노래를 부른 사람은 밥 딜런이 아니다.

   Song by Jimmy Rafave


<Red River Shore>

Some of us turn off the lights and we lay
Up in the moonlight shooting by
Some of us scare ourselves to death in the dark
To be where the angels fly
Pretty maids all in a row lined up
Outside my cabin door
I’ve never wanted any of ’em wanting me
’Cept the girl from the Red River shore

Well I sat by her side and for a while I tried
To make that girl my wife
She gave me her best advice when she said
Go home and lead a quiet life
Well I been to the East and I been to the West
And I been out where the black winds roar
Somehow, though, I never did get that far
With the girl from the Red River shore

Well I knew when I first laid eyes on her
I could never be free
One look at her and I knew right away
She should always be with me
Well the dream dried up a long time ago
Don’t know where it is anymore
True to life, true to me
Was the girl from the Red River shore

Well I’m wearing the cloak of misery
And I’ve tasted jilted love
And the frozen smile upon my face
Fits me like a glove
But I can’t escape from the memory
Of the one that I’ll always adore
All those nights when I lay in the arms
Of the girl from the Red River shore
Well we’re livin’ in the shadows of a fading past
Trapped in the fires of time
I tried not to ever hurt anybody
And to stay out of a life of crime
And when it’s all been said and done
I never did know the score
One more day is another day away
From the girl from the Red River shore

Well I’m a stranger here in a strange land
But I know this is where I belong
I ramble and gamble for the one I love
And the hills will give me a song
Though nothing looks familiar to me
I know I’ve stayed here before
Once a thousand nights ago
With the girl from the Red River shore

Well I went back to see about her once
Went back to straighten it out
Everybody that I talked to had seen us there
Said they didn’t know who I was talkin’ about
Well the sun went down a long time ago
And doesn’t seem to shine anymore
I wish I could have spent every hour of my life
With the girl from the Red River shore

Now I heard of a guy who lived a long time ago
A man full of sorrow and strife
That if someone around him died and was dead
He knew how to bring him on back to life
Well I don’t know what kind of language he used
Or if they do that kind of thing anymore
Sometimes I think nobody ever saw me here at all
’Cept the girl from the Red River sh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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