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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쓰조앤 Apr 28. 2021

이순신, 만날 수 있다면

<칼의 노래 / 김훈>

 

   다 읽었다.

   가슴이 먹먹해진다. 이순신의  <마지막> 모습과 책의 마지막 장 앞에서 그의 식대로 나는 오래 혼자 앉아있었다


   노량 바다에서 그가 원하던 대로 떠나는 일본의 병사들을 막고 서서 그의 부하들은 조선의 원수를 갚았다. 일본으로 돌아가는 퇴로 앞에서 이대로 보낼 수 없다 했던 분노에 찬 적의가 이순신 안에 가득했었다.

   나에게 바다는 얼마나 낯설던가. 나는 물이 무섭다. 새파랗고 깊은 속을 알 수 없거니와 물의 부력은 나를 떠올리는 힘이 아니라 다만 나를 쓰러뜨리는 힘으로 다가올 뿐이었다.


    이순신은 그런 바다에서 싸웠다. 그는 그런 바다에서 뜨고 지는 해를 보았다. 그는 거기서 죽기를 바랐다. 그는 달빛에 젖어 잠들었다. 그는 갑옷을 벗지 않았다. 그는 많은 날들을 깊이 잠들지 못했다.


    7년의 긴 시간들. 적은 보이지 않았고, 벨 수 없는 곳에 머물렀다 했던 그의 초조함이 나를 긴장하게 했다. 그의 일에 대한 치밀함은 숨이 막힐 듯했고 공사의 분명함은 얼음과 같았다.

   

    그는 병사들과 봄에  씨를 뿌리고 파종을 했으며, 고기를 틈틈이 잡아서 말렸다. 가을엔 무와 배추를 거두어 소금에 절였고, 된장을 담그고 장독을 땅에 묻었다. 새 볏짚으로 백성들의 집 지붕을 갈아 주었고, 막사의 창을 덮어 겨울을 준비했다. 좋은 나무들을  골라서 베어 배를 새로 만들었고, 수선하였으며 화살을 만들었다. 둔전에서 걷은 곡식을 군량으로 비축했다. 병사들은 옷을 삶고 머리를 잿물로 감았다. 그는 조정의 지원을 받지 않았다.


   그는 총탄에 맞은 날,  갑옷을 벗을 수 있었다. 몸이 새처럼 가벼웠을 거라 나는 생각한다. 무겁디무거운 책임의 중압감을 벗어놓고 바라본 바다의 풍경들은 어떠했을까.


   팔다리가 그의 몸에서 멀어져 갔다... 고,

몸이 희미해졌... 고, 멀어졌... 고, 통제되지 않았다.. 고 했다.

   적의 칼에 맞는 죽음이 더 낫다고 그는 항상 생각했다. 임금의 칼은 무의미하고 무내용하다 했다. 그것은 현실 위에서, 객관적 사실에 입각하여 내리는 판단과 결정과는 거리가 먼 정치였는데, 그는 그것을 견디기 어렵다 했다. 그는 언제나 글이 아닌, 칼로 자르고 벨 수 있는 구체적 현실 안에서 살고자 했다. 그러한 삶을 구축하고 관리하고자 했다.


     맵다.

 코가 찡하다.

 김훈의 문장이 <칼의 노래>에서 그렇다.

 <칼의 노래>를 주어와 동사만으로 충분한 글로 썼다고 작가 김훈은 말했다. 그래서, 그렇기 때문에 눈물 나게 아름답다고 했다. 나도 그렇다.

  

    보이지 않으나 분명한 적들을 나의 현실로 받아들이는 일은 어려운 일이다. 객관적인 사실로 확실하게 파악할 수 있는 수적으로 우세한 적들을 적은 병사들과 그의 죽음이 아니면 물리칠 수 없는  싸움이었기에 비장함으로 애통함으로, 같이 할 수 없는 고독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나는  피카소의 이 그림을 보자마자 그를 떠올렸다.  피카소는 잘 모르지만 이 그림만큼은 가슴에 칼같이 꽂혔다. 달빛에 젖어 오래오래 홀로 앉아 있었다던 그의 모습 그대로였다. 투구를 옆에 내려놓고 바다 위에서 흔들리는 달빛만이 벗이 되었을 그 순간을 나는 잠시 훔쳐볼 수 있었다.


그리고...

만날 수 있다면,

@핀트레스트

   나는 그를 위해 이 케이크를 만들고 싶다.  

그가 늘 세세하게 묘사했던 먼바다와 가까운 바다가 이렇지 않았을까...

   여진이 되어,  그가 출옥하였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가는 마음을 더하여 이 케이크를 그에게 전하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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