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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쓰조앤 Apr 30. 2021

불행의 가면을 쓰고 오는 축복

명자나무 / 장석주

manseok Kim @pixabay


명자나무

장석주


불행을 질투할 권리를 네게 준 적 없으니
불행의 터럭 하나 건드리지 마라!

불행 앞에서 비굴하지 말 것. 허리를 곧추세울 것. 헤프게 울지 말 것. 울음으로 타인의 동정을 구하지 말 것. 꼭 울어야만 한다면 흩날리는 진눈깨비 앞에서 울 것. 외양간이나 마른 우물로 휘몰려가는 진눈깨비를 바라보며 울 것. 비겁하게 피하지 말 것. 저녁마다 술집들을 순례하지 말 것. 모자를 쓰지 말 것. 콧수염을 기르지 말 것. 딱딱한 씨앗이나 마른 과일을 천천히 씹을 것. 다만 쐐기풀을 견디듯 외로움을 혼자 견딜 것.

쓸쓸히 걷는 습관을 가진 자들은 안다.
불행은 장엄 열반이다.
너도 우니? 울어라, 울음이
겸딤의 한 형식인 것을,
달의 뒤편에서 명자나무가 자란다는 것을 잊지 마라.






차이.
다름.
다르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본다

온도의 차이.
냉장고 안과 밖의 온도가 마주쳤을 때, 마주친 냉장고의 겉면에는 습도가 모여 무거워졌고, 물방울들이 맺혀 아래로 떨어졌다. 차이가 만들어내는 큰 에너지를 보고 새삼 놀라는 것이다.

내가 사는 곳은 미국 중남부 지역인데 남쪽 멕시코에서 올라오는 덥고 습한 해양성 기단과 북쪽 캐나다에서 내려오는 차갑고 건조한 대륙성 기단이 이 지역에서 마주친다. 그때가 이맘쯤이다. 4월과 5월 사이. 여름으로 가는 길목에서 둘은 서로 세력 싸움을 한다. 그 에너지에 이름을 붙였는데, 토네이도라 부른다. 오클라호마는 텍사스의 북쪽에 위치해 있어 더 자주 토네이도 영향을 받는다. 그 마주침은 너무나 거칠고 거대하다. 바다에서라면 태풍이 될 텐데, 땅 위에서는 무서운 속도의 기둥 회오리로 커져서 주변 것들을 모두 빨아들이며 몸부림치는 것이다. 바람기둥의 안쪽은 허한 것인가? 태풍 한가운데는 잠잠하다 하던데.

아무런 차이가 없는 곳. 차이가 생기지 않는 곳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 생성, 크리에이트와 파괴, 공포는 같이 일어나는 일임을 깨닫는다. 한류와 난류가 만나서 생기는 태풍. 그 에너지는 바닷속을 정화시키고, 태풍을 견딘 바다를 더 풍성하게 만들어 주게 된다. 그러나 태풍이 사람의 삶 속에 미치면 파괴, 공포로 와 닿는다. 그러나 내가 이 공포, 파괴를 이해하면, 극복하면 그 정화된 바다와 그 풍성한 바다의 생성물을 획득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하는 것 아닐까.

차이는 나쁜가. 토네이도는, 태풍은 나쁜가.
가장 다른 차이는 가장 큰 에너지를 만들 수밖에 없을 것 아닌가. 생명의 탄생이 이러함 속에 있었구나 생각해 보는 것이다.

너와 나
생존자들끼리 만났던 것이었구나.

이 땅에서
그때
그 장소에서

살아남은 자들끼리만 부딪칠 수 있었던 것이었구나.
너와 나
그 다름이 마주치지 않으면 생명은 없는 것이구나
애당초
나는, 없구나.

manseok Kim @pixabay


불행을 극복하면 불행은 불행이 아니다.
불행의 가면을 쓰고 있는 축복이다.
그러니,

불행을 질투할 권리를 네게 준 적 없으니
불행의 터럭 하나 건드리지 마라!

쓸쓸히 걷는 습관을 가진 자들은 안다.
불행은 ¹장엄 열반이다.
너도 우니? 울어라, 울음이
겸딤의 한 형식인 것을,
달의 뒤편에서 ²명자나무가 자란다는 것을 잊지 마라.




*장엄莊嚴
1. 규모가 크고 엄숙함. 법당이나 교당의 규모가 엄숙하고 크다는 말 또는 그렇게 꾸미는 일.
2. 향이나 꽃을 부처님께 올려 엄숙하게 꾸미는 것.
3. 수행자가 법력과 덕행을 갖춘다는 뜻으로도 쓰임.(출처:원불교대사전)


**명자나무 : 산당화, 명자꽃이라고도 하며, 중국 원산으로 오랫동안 관상용으로 심어 왔다. 높이 2m 내외에 달하고 가지 끝이 가시로 변한 것이 있다. 은 어긋나고 타원형이며 양 끝이 좁아지고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으며 턱잎은 일찍 떨어진다.
[네이버 지식백과] 명자나무 [Japnese Quince] (두산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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