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쿠나의 수영 일기 1
한 달 반의 자유시간이 생겼다.
일을 하지 않아도, 과제를 하지 않아도, 매여있는 어떠한 일도 없이
원하는 대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한국에서의 1.5달.
1년 전의 나라면 고민할 것도 없이 여행을 떠났을 테지만
(사실 논문을 마치면 인도로 여행을 가겠다고 마음먹었었다),
당분간 한국을 떠나 살 예정이라
가족/친구들과 시간도 보내고 싶고, 고국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보자 싶었다
(물론 돈도 똑 떨어졌다).
한 달 반의 버킷 리스트 중 첫째는 수영 배우기다.
사실 나는 물에 대한 공포증이 있다. 가끔 샤워기에 얼굴을 대고 있다가도
물에 잠겨 숨이 멎을 것 같은 공포가 밀려오곤 한다.
그러나 사실 수영을 배우기 시작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일기를 들춰보니 무려 2008년부터 송파구 체육문화회관에서 수영을 배우기 시작했다.
물론 하다 말다 하니 실력이 늘 리가 없다.
매 번 초급 레인에서 킥판을 손에 쥐고 발차기부터 시작한다.
발차기가 어느 정도 되면 음-파를 연습한다.
물에 들어가면 음-
오른팔과 어깨를 한 바퀴 돌리며 동시에 얼굴도 물 밖으로 빼며 파-
를 해야 하는데,
이상하게 물속으로만 들어가면 음- 하는 것도 잊어버리고
얼굴을 내놓을 땐 목을 졸리다 겨우 풀려난 것 마냥 허어-허어- 하고 숨을 가파르게 쉬다가
물까지 마셔버리는 식이다.
9년째 음-파를 배우면서도 여전히 수영을 하려는 것은
역시나 물공포를 극복하기 위한 것도 있고,
굳이 물공포를 극복하려는 것은 물에서 하고 싶은 일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2012년에 수영을 열심히 배웠던 것은
스쿠버 다이빙을 해보고 싶어서였다. 결국 오픈 다이빙 자격증을 땄었다.
하지만 제아무리 날 센 칼도 쓰지 않으면 무뎌지는데
안 그래도 어설픈 내 수영 실력으로 겨우 오픈 다이빙 자격증을 딴들,
그때뿐이었으니 물에만 들어가면 음-파부터 안 돼버린다.
그리곤 작년에는 서핑을 배우고 싶은 마음에 다시 수영을 시작했다.
하지만 태국에서 인도네시아로 이동한 후에 마땅한 수영장을 찾지 못해 또 관두고 말았다.
여전히 물에서 하고 싶은 일들이 많다.
서핑도 배우고 싶고, 바다 수영도 하고 싶다.
(그리고 물론 살도 빼고 싶다)
꼭 수단으로 생각하지 않더라도 수영 자체가 주는 유익이 많다.
지속하지 않아서 그렇지 수영을 할 때 내 몸의 컨디션이 정말 좋아진다는 걸 여러 차례 느꼈다.
또 그 짧은 레인을 왔다 갔다 하면서 많은 생각들이 떠오르는데,
좀 거창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삶에 대해서,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해 깊은 영감을 얻게 된다 (이 이야기는 다른 포스팅에 따로 꼭 남기고 싶다).
나에겐 수영이 테라피가 되는 이유이다.
그래서 이번 한 달 동안 꼭 자유형만이라도 마스터를 할 생각이다.
적어도 음-파는 꼭 졸업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