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시키지 않은 일을 하는 이유
4년 차 중증 와상 환자의 보호자로 사는 삶.
아무도 원하지 않았던 사고가 일어났고 누구도 시키지 않았던 짝꿍을 돌보는 일이 어느덧 나에게 삶의 일부가 되어가고 있다. 사고가 나던 날 저녁 응급실에서 만신창이가 되어 잠자듯 누워있는 짝꿍을 보면서도 현실감이 없었다. 이게 말이 되는 상황인가? 아침에 멀쩡하게 나간 사람이 대체 왜 여기 누워있는 건지, 눈물도 나지 않는 현실을 부정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곧 눈을 뜰 것 같은 느낌으로 마주하며 그 옆을 지켰다. 그 후 한 달간 중환자실을 거쳐 일반 병실에 나온 그를 마주하면서 나는 다짐했다.
‘나는 너 무조건 일으킬 거야.’라고 미래를 향한 결의를 다졌다.
하지만 하루에 1시간도 제대로 못 자고 몰아치는 간병 일정이 지속되면서 무색해지는 결의 앞에 나는 두 번째 좌절을 만났었다. 코로나가 한창이었던 시절, 다른 보호자와의 교대도 쉽지 않아서 혼자 24시간 돌봄을 20일 정도 지속하자 정말이지 내가 먼저 죽을 것 같았다.
보호자가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환자의 돌봄은 상상 이상의 현실을 경험하게 해 주었다. 다른 가족과 교대를 하고 병원 밖을 나온 날은 집 밖에 나올 수 없을 만큼의 에너지의 소진과 무력감으로 차라리 병원에서의 생활이 더 나을 것 같았다. 몸도 지쳐갔지만 남아 있던 마음의 공간도 어느새 우울감이 채워지고 있었다. 그런 나의 모습을 지켜보는 가족들과 주변 친구들의 심정은 당연히 살필 수 없었고, 그들이 하는 이야기는 내 마음에 들어올 여유 같은 건 만들지 못했다. 어떠한 고통인지 상상을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지인들의 말은 위로가 아닌 강 건너 불구경하는 사람들의 가십거리가 되는 듯 비수가 되어 나에게 꽂혔다.
“도대체 어떤 마음이면 남편을 돌 볼 수 있는 거야?
결혼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았잖아?”
사고가 나고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을 때 친구가 나에게 물었던 질문을 시작으로 지금까지도 주변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다.
“사랑의 힘이야?” 친구가 묻는다.
“사랑이 뭔데?” 나는 되물었다.
“그 사랑의 의미를 난 잘 모르겠지만 근데 그냥 해. 이유가 없어. 이 사람이 내 남편이니까.”
사실은 정확한 사랑의 의미를 모르겠어서 대답을 하지 못하였다. 분명한 것은 내가 짝꿍을 돌보는 일을 ‘못 하겠다.’ 또는 ‘내가 해야 할 일이 아니다.’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답을 찾아보고 싶어 힘든 순간이 올 때마다 나에게 질문을 해보곤 했다.
"나는 왜 이렇게 힘들고 아무도 시키지 않은 일을 하고 있을까?"
답을 찾기 위해 애쓰지만 선명함이 드러나지 않으면 그것으로 인해 오히려 괴로움을 만들어내는 나를 발견했다. 그러다 갑자기 짝꿍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결혼 후 목공에 취미를 가진 짝꿍은 일상에 필요한 것들을 소소하게 만들어주었다. 기성품이 너무 잘 만들어져 있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이지만 목재를 구해 재단을 하고 자르고, 깎고, 다듬어가며 만드는 힘들어 보이는 일을 왜 하냐고 물었었다.
"재미있잖아. 내 손으로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의미나 이유는 없어."
라며 툭 던지는 한 마디가 자꾸 맴돌았다.
'그래, 왜 꼭 이유를 찾아야 할까?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이 중요한 거지.'라는 결론을 내렸다.
최근에는 사람들의 질문이 줄어들기는 했다.
왜냐하면 내가 쓴 에세이가 나왔고, 그 내용을 읽고 난 후 각자의 방식으로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은 것 같다. 아마도 그들은 여전히 궁금해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질문을 삼키고 나를 지켜봐 주고 있다. 물론 나의 생각이다.
확실히 요즘은 미래를 향했던 결의에 힘은 빠졌다.
파이팅만 넘치던 시간에서 파이팅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들을 현실에서 찾아야 했다.
정확히 말하면 환자와 보호자가 함께 잘 살아가기 위해 에너지의 배분과 노력을 다르게 하고 있다. 짝꿍과 연애를 시작하고 결혼이라는 인생의 과정을 만나면서 나는 한 사람을 통해 내 인생을 다시 세울 수 있었다. 큰 의미나 특별한 이유를 찾지는 못했지만 아무도 시키지 않은 일을 지속할 수 있는 것은 나의 몸과 마음이 짝꿍에게로 향하고 있는 시간만큼은 환자가 다시 자신의 삶을 세울 수 있게 도와주고 싶다.
마지막이 언제가 될지 모르겠다.
단정 짓지도 않을 것이고, 머뭇거리지도 않을 것이다.
지금 우리가 함께 하고 있다는 사실만큼 중요한 것은 없기에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우리의 시간은 다르게 흐르지만 그것 또한 삶의 한 모양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