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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희 Nov 17. 2019

히가시쿠조의 고씨 할머니

2019.10.16.

일본에 온 지 팔개월이 지나고 있다. 아침부터 교토 히가시쿠조의 집청소 알바를 했다. 일층은 작은 공장이고 이층은 칸막이로 여러명이 살수있는 가건물이다. 주변에 건물들은 대부분 새로 지어진 건물들로, 이 건물만 유독 눈에 띄었다. 할머니가 노환으로 돌아가셨는데 가족이 안계셔서 장례나 집을 정리할 사람이 없었나 보다. 몇 달이 지나 결국 건물 주인 아저씨가 사람을 구해 청소를 알아보았다. 연락 받은 이 동네 출신 막걸리 만드는 뮤지션 형아가 나에게 도움을 청했다. 모두 그사람을 "리" 상으로 부른다. 나도 그 형을 리 라고 부른다. 높은 계단을 딱 스무개 올라가니 바로보이는 공동 세탁기와 화장실, 창고같은 부엌이 보이고 그 오른쪽이 청소할 방이였다. 천장은 낡아서 뜯겨지고 비가 샐것 같았다. 옆방 할아버지께 빗자루 쓰레받기를 빌렸다. 어디서 왔냐고 물으시길레 부산에서 왔다고 했다. 열심히 하라고 웃어주셨다. 이불과 옷들을 비닐에 담아서 일층으로 내려보냈다. 이 작은 방에 옷걸이가 백개 가까이 걸려 있었다. 물이 가득찬 유리병속에 틀니도 보인다. 벽에는 동네 가게 이름과 전화번호등이 한글과 카타카나가 섞여서 적혀 있다. 일본어로 쓰여진 한글공부 책도 눈에 보인다. 한반도 출신이신가 보다. 그닥 사진들은 보이지 않았다. 제사지낼때 사용하는 일본식 싱잉볼을 찾았다. 후지폴라로이드 필름카메라를 찾았다. 버려지는것들. 소유자가 없다. 누구에게 물어보나. 일을 받아온 "리" 상에게 물어보았다. "가져가". 


 한국이나 북한에서 가져온 물건이 하나도 안보이는것으로 보아 아마 한번도 가보지 못했을까 생각했다. 우편함의 이름이 네글자였는데 맨 첫글자가 고씨였다. 제주도 출신일까  

오년전 교토에 처음 왔을때 알게되었던 기타리스트 친구가 오일전에 암으로 죽었다는 소식을 아침에 메일로 알게되었다. 지난 오월 동쪽의 아버지 집으로 이사하는것을 도와주고 편의점에서 밥을 얻어 먹었는데 그것이 그 친구와 마지막 식사였다고 생각하니 참 씁슬했다. 교토로 돌아와서 먼저 연락 못해본것이 후회된다. 다음주 그친구와 처음만났던 집에서 마침 연주가 있는데 그친구를 생각하면서 연주해야지 생각들었다.
후지산에 살던 친구는 한국에 다녀왔더니, 차가 침수되고 도쿄를 오가는 길이 마비되었다고 연락왔다.
새로운 알바를 시작해서 새 은행 통장을 만들러 은행에 갔는데, 남은기간이 짧아서 만들수 없다고 했다.


이곳은 한국보다 가을이 조금 늦게 오는듯 하다. .
더위가 사라지고 새로운 계절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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