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증이 심한 이십 대 여자 양초가 복도를 뛰어다니며 발차기를 했다
태권도 단증이 있다던 양초의 발차기에 알간들이 기겁을 했다
누군가 맞을까 봐 그런 게 아니고
복도를 누비는 발차기 챔피언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으로 양발을 높이 찢고 다녔다
어쩔 줄 몰라 방방 뛰는 알간들을 뒤로하고 반건조가 그물처럼 이불을 던지고 얼싸안았다
씌워진 이불 아래로 눈을 잃은 발재간이 허공을 휘저었다
알간들이 병실에 들어가 허물처럼 벗어던진 옷가지들을 챙겨 나왔지만
멈추지 않는 발차기에 옷을 입히는 것은 힘들었다
양초들은 웅성거리며 미친년이 왔다면서 구경을 하고
이불을 덮어쓴 태권도 시범녀는 크게 웃어대며 허공에 발길질을 했다
반건조는 "태권! 태권!" 하는 시범녀의 구호에 맞춰
"하지 마! 하지 마!"를 외쳤고
알간들은 다급히 어부에게 전화를 걸어 처방을 받았다
그날의 발차기 사건은 강력한 진정제 주사 한방으로 종료되었지만
눈먼 발차기에 반건조는 이곳저곳 멍이 들었고
잠에서 깨고 제정신이 돌아온 시범 양초는
내가요? 왜요? 를 되려 물었다
그리고 그날 이후 반건조는
그녀를 피해 다녔다
- 용어 정리 -
* 양초 : 흔들리는 불빛으로 밤에 잠도 안 자고 스스로의 몸을 녹여가는 정신병동 입원 환자들
* 반건조 : 반 간호조무사, 반 건달인 정신건강보호사 (흔히 보호사라 불리지만 요양보호사 아님)
* 알간 : 의료인 면허가 있는 정식 간호사 (RN)
* 조간 : 보조 간호사 (AN)
* 어부 : 혼자서 몇십 명의 환자를 살펴야 하는 로컬 만성기 정신병원 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