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학기가 시작했을 땐, 맨 앞쪽에 앉았다. 그게 강의실에 들어가기도, 나기 가도 편했으니까. 물론 수업에 집중 잘되는 건 덤이었다. 그런데 점차 동기들과 친해지고, 말을 트게 되자 앞자리가 부담스러워졌다. 교수님의 주요 질문 대상이었으니까. 그래서 점차 뒷줄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대부분의 동기들이 중간쯤에 앉고 싶어 한다는 사실이다. 앞줄은 부담되고, 맨 뒤는 너무 수업에 동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일까 봐 다들 중간에 앉았다. 몇몇 공부에 열의를 가진 동기들만 맨 앞에 몰려 앉았다. 보통 여자 동기들이었는데, 우르르 같이 앉았다. 나와 내 친한 동기는 점점 더 뒤로 빠질 수밖에 없었다.
뒤에 앉아서 동기와 조금 떠들다가 교수님이 들어왔다. 교수님은 평소처럼 수업을 시작하려다가 너무 시끄러운 강의실에 한마디 하셨다.
“처음 강의 시작할 때는 조용하더니, 이제 떠드는 거 보니까 많이 친해졌나 보네요, 그렇죠? 그래도 자꾸 떠들면 수업 늦게 끝나요. 어차피 하루에 나가야 할 진도는 나가고 마쳐줄 거니까.”
그 말을 끝으로 강의실은 조용해졌고, 수업은 원활하게 진행되었다. 뒤에서 강의실을 바라보니 참 신기했다. 맨 앞에서 수업만 듣고 있을 때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1/3은 강의를 듣고 있었고, 1/3은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그리고 1/3은 조용히 폰을 만지작 거리면서 시간을 때우고 있었다.
동기들이랑 종종 이야기를 하다 보면 몇 명은 회사에서 등록금이 지원된다고 했다. 물론, 전부 다는 아니지만 말이다. 그래서 유독 공부에 관심이 없는 동기들이 있어 보였다. 공부보다는 그냥 대학 생활을 ‘체험’해보고 싶어 하는 것처럼. 동기들은 카풀 멤버로 파벌이 갈려서 전부 따로 놀았다. 왜 그런지는 모르지만, 쉽게 말 걸고 다다 가긴 힘들었다. 이미 친해져 버린 사람들끼리만 대화를 하는데, 그 장벽을 쉽게 뚫을 수 없달까. 고등학교 때는 그래도 다들 이야기하고 다 같이 놀긴 했는데. 대학은 동기라도 수업이 겹치지 않으면, 남이나 다를 바 없어서 그런 걸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수업을 주르륵 이어가던 교수님이 말했다.
“여러분이 안 떠드니, 수업이 너무 일찍 끝나네요. 오늘은 여기까지만 합시다. 모두들 수고 많았어요.”
모든 동기들이 동시에 고개를 들면서 교수님을 바라보는 게 보였다. 마치 미어캣처럼, 모두가 똑같이. 졸던 사람도, 폰 가지고 놀던 사람도, 필기하느라 고개를 숙인 사람도 말이다. 밤 10시가 훌쩍 넘은 시간이라서 그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