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두 번째 종강

by 글도둑

드디어 두 번째 종강이다. 두 번째의 대학 생활이 끝났다. 그때도 이번처럼 혼자 터덜터덜 내려갔던 걸로 기억한다. 그때는 눈이 온 다음이라 빙판길이었고, 천천히 조심조심 내려가야 했다. 그때와 같은 것은 혼자 내려갔다는 것이다. 왜 아싸처럼 지내게 됐는지 해명하자면 이렇다.


이상하게도 나와 함께 지내던 동기들은 하나둘씩 학교를 떠났다. 처음에 친해진 친구는 자퇴하고 다른 학교로 다시 들어갔다. 봉사를 하고 싶다면서. 또 한 명은 이직한다고 베트남 행을 기다리고 한 명은 저 멀리 지방으로 발령받아 휴학 중이다. 다른 한 명은 군대 갔다. 그 결과, 나와 함께 어울리는 동기는 딱 한 명 남았다. 그 외, 새롭게 편입해서 들어온 사람들과 친해졌지만 같이 듣는 수업이 달라서 함께 자주 다니지 못한다.


다 변명이다. 그냥 내가 반 자발적, 반 타의적 아싸라서 그렇다. 야간대학을 다니면서 일을 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굉장히 힘들고 귀찮다. 각종 과제와 함께 일을 병행하다 보면 스트레스가 쌓인다. 그런데 대학 생활을 하면서 인간관계에 대한 스트레스까지 받긴 싫었다. 때문에 나는 대학 동기들과 거리를 두었다. 정말 나와 성향이 비슷한 이들을 제외한다면 굳이 친해지려 하지 않았다.


그 결과, 아무런 부담 없이 학교를 다니면서 과제와 시험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나는 대학에 들어오면서 학교가 가진 인프라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싶었다. 때문에 동아리 활동과 각종 대외 활동도 해보고 싶었다. 동기들과 술 한잔 하면서 시시한 농담이나 할 바에는 그게 더 도움될 것 같았다. 그래서 다양하게 지원해봤다. 1학기에는 교환 학생 멘토링 프로그램, 여름 방학에는 글쓰기 프로그램, 2학기에는 커피 동아리.


하지만 교환 학생 멘토링은 서류에서 떨어졌다. 야간대 학생이라 그럴까. 글쓰기 프로그램은 스케줄 근무를 하는 내가 갈만한 시간대가 아니었다. 대신 글쓰기 교수님과 안면을 트면서 첨삭을 받기 시작했다. 커피 동아리도 마찬가지였다. 동아리 활동에 참여는 하나도 못했다. 주말에 MT를 갔다면, 나는 그때 카페에서 커피를 팔았으니까.


일과 학업을 병행한다는 것은 둘 다 할 수는 있지만, 둘 다 제대로 못하게 된다는 의미기도 하다. 내년에는 뭘 할 수 있을까 걱정이다. 커피 동아리 말고 주식 동아리를 들어볼까 싶다. 글쓰기는 꾸준히 첨삭받고 싶다. 다른 프로그램은 포기해야 한다. 나에겐 1순위가 일이고, 2순위가 학교니까.


이런저런 이유로 터널 터널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왔다. 기나긴 2학년 생활이 끝났다. 이제 절반이다. 4년이라는 대학교의 시간이 절반이 지났다. 올해는 내가 뭘 이뤘을까. 내년에는 뭘 해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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