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도둑 Jun 08. 2020

spare를 써버렸지 뭐얌

빠끄

https://youtu.be/M5IKlHohwi4


"하나뿐인 spare, 너만 남았어."


월간 윤종신의 20년 1월 곡, 'spare'는 이방인 프로젝트의 시작이다. 이 노래는 넷플릭스의 영화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넷플릭스 드라마, '빌어먹을 세상 따위'에서 나온 '그게 스페어야.'라는 대사에서 시작한 그의 노래는 프로젝트와 너무나 잘 어울렸다. 무엇보다 우리의 삶에도 하나의 스페어가 있다는 내용이 강렬하게 다가와서 글을 쓰게 되었다.


떠나보니 그냥 여기까지 왔다는 그. 내비게이션인 음악이 가란대로 저 멀리 미국까지 왔다. 이번 달에 갈 수 있는 만큼 멀리 날아온 그에겐 하나의 스페어, 이방인 프로젝트만 남아있다. 쓸 만큼 써버린 낡은 건 보내주고 닳고 닳아 버린 타이어를 하나 남은 스페어로 교체한다. 언젠가 더 갈 길이 없을 때까지, 그때까지 스페어가 잘 버텨주기만을 바라면서 드라이버 윤종신은 그의 낧은 캐딜락인 월간 윤종신을 밀어붙인다. 혹시 날아오를지 모를 미래를 기대하면서.


윤종신에게 음악이 내비게이션이고 월간 윤종신의 스페어가 이방인 프로젝트라면 우리의 내비게이션과 스페어는 뭘까. 그는 모두가 하나의 스페어를 달고 태어나는 게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나는 이런 생각을 한 적 있다. 10대, 20대, 30대마다 한 번의 타이밍이 있다. 핸들을 다른 쪽으로 돌릴 수 있는 타이밍.


어릴 적, 나의 내비게이션은 고장이 났다. 덕분에 이리저리 헤매던 끝에 길을 잡았다. 어린 나이에 취업 전선에 뛰어들어서 일을 시작했다. 조선소에 들어가서 일을 시작할 때도 계획은 있었다. 어디서 뭘 배우고 어떻게 공부를 하고 어떤 부서로 옮길지. 사실 길은 다 찾아놨다. 다만 중간에 길이 살짝 끊겨있었을 뿐이다. 그래서 핸들을 돌렸다.


막상 돌려놓고 보니 돌아가야 하는 길은 생각보다 멀고 험했다. 거칠게 핸들을 돌린 나머지, 낡은 타이어가 터져버렸고 스페어를 갈아 끼웠을 뿐이다. 윤종신은 50대에 스페어를 써버렸다며 이 곡을 냈다. 나는 20대에 한번 갈아 끼운 게 아닐까. 이제 닳기 전에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만 남았다.


하나 남은 스페어를 끼고 거친 길을 달리는 기분은 어떤가. 덜컹 카레는 운전석에서 흔들리는 핸들을 꽉 쥐고 내가 가는 길이 맞기를 바라며 액셀을 밟는다. 식은땀이 등줄기를 흐른다. 때때로는 불안감이 엄습하고 가끔씩은 열정이 다 떨어져서 쉬어간다. 아직은 잘 버티고 있다고 다독이면서 말이다.


우리는 언제 핸들을 돌려야 하는가. 그리고 스페어는 언제 갈아 끼워야 하는가. 누군가는 핸들을 못 돌려서 이상한 곳으로 달려간다. 누구는 스페어를 제 때 사용하지 못해 사고를 낸다. 핸들과 스페어, 인생의 타이밍과 기회.


월간 윤종신의 20년 1월 곡, 'spare'에는 래퍼 염따가 참여했다. 언제나 새로운 시도와 콜라보에 도전하는 윤종신이 대단하다. 정체하지 않고 늘 흘러가는 그의 행보를 꾸준히 따라가보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커피팔이 소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