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굳히다
- 퇴직 서류도 정상적으로 처리가 되자, 슬슬 아는 사람들에게 인사하러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퇴사한다고 동기들에게 알리니, 몇몇 친한 놈들이 연락이 왔었다. 적어도 밥 한 끼는 같이 먹고 가라면서 말이다. 그 외 다른 부서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도 연락이 많이 왔다. 내가 맡은 업무 상, 다양한 사람들과 업무를 같이 했기 때문이다. 퇴사가 2주 남은 시점부터는 매일이 회식이었고 술이었다. 평소라면 가지 않았을 반 회식과 다른 부서 회식, 그 외 파트 회식, 부서 회식까지. 간에 피 대신 술이 도는 것 같았다. 취한 채로 출근했고, 취하려고 퇴근했다. 사람들의 아쉬움이 소주잔에 넘쳐흘렀다.
11.
“윤 부서장님, 저 이번 달 18일부로 퇴사하겠습니다.”
나는 밑도 끝도 없이 던졌다.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그게 전부였다. 부서장은 많이 당황한 눈치였다. 간혹 퇴사를 하게 되면 죽는 것처럼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 그런데 생각보다 퇴사는 간단하고 쉬우며, 별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아직 잘 모른다. '회사'라는 놈은 우리를 평생 동안 지켜주지 않는다. 그것보다 중요한 건, ‘무엇을 때문에 퇴사를 하는 것' 인가였다.
“뭐? 퇴사한다고? 니 부서이동 때문에 그러나?”
부서장의 목소리는 생각보다 컸다. 그는 나를 이곳에 잡아두고 있다가 유용하게 써먹을 생각이었을 것이다. 내가 진짜 퇴사할지는 몰랐겠지.
“제 생각에는 이번 달, 1일부로 다른 부서로 이동해야 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의미가 없잖습니까. 지난달에 분사 추진이 된다고 공지되면서 사원, 대리들도 똑같이 협력사로 옮겨야 된다고 했을 때, 그때부터 퇴사에 대한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품질경영부에서 받아 줄 수 있으니 오라고 해서 부서이동을 추진했습니다. 그게 제 마지막 희망이었습니다. 부서이동이 안되면 퇴사할 생각이었습니다. 부서장님이 사원들을 불러놓고 말을 하셨을 때, 차근차근 준비했습니다. 알아본 기업도 있고요.”
회사가 나를 쉽게 놓아주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내가 회사에 남으면서 포기해야 하는 많은 것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저는 개인적으로 해외에서 1년 정도 지내보고 싶습니다. 더 넓은 세계를 보고, 더 많은 것을 느껴보고 싶습니다. 현재 워킹 홀리데이에 지원해놨고, 다른 회사와 해외 취업에도 원서를 넣어놨습니다. 그중에서 오라고 연락 온 기업도 있었고요.”
부서장은 잠시 동안 말이 없었다. 몇 초가 지났을까, 종이를 볼펜으로 몇 번 두들기던 그가 입을 열었다.
“그래, 정 그렇다면 보내줘야지. 우리가 널 잡을 입장은 아니지. 그런데 지금 분사도 사실상 추진되기 어렵고, 만약 추진이 되더라도 네가 직영 조직에 남을 수 있는데, 꼭 퇴사를 해야 하나? 어처피 원하는 것은 우리 회사에 남는 거 아닌가?”
회사는 말을 참 쉽게 바꾼다. 분사를 추진하면서 T.F.T를 꾸린 것이 불과 한 달 전인데, 지금은 또 분사를 못한다고 말을 바꾼다. 다름 아닌, 자금 문제다. 분사해서 다른 회사로 꾸릴 자금이 없다. 당장 돌아오는 부채를 막기도 급급한 상황이었고, 그것 때문에 성과급이 나오니, 마니 떠든 게 엊그제다.
“지난번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엔지니어로 성장하기 위해서 우리 회사로 왔습니다. 그래서 부서이동에 대해서 요청드렸던 건데, 분사 추진이 안 된다면 부서 이동이 안 될 이유는 또 뭘까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인사는 대체 어떻게 일을 하는 것일까. 이런 일들은 공식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당연한 게 아닌가? 담당 임원은 분사 추친 때문에 부서 이동이 안된다고 하고, 우리 부서장은 분사 추진이 어려우니 기다리라고 한다. 앞 뒤가 맞는 게 하나 없다.
“아직 확정 난 게 없으니까 조금 기다려보라는 거지.”
그 기다림이 한 달을 넘기니, 기다리는 게 아니라 붙잡혀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난 내 운명을 다른 사람 손에 맡기는 게 싫었다. 대학 대신 취직을 선택한 것도 그런 이유였다. 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만 움직이고 싶었다. 남들의 장기짝이 아니라.
“그게 10월이었고, 지금은 11월입니다. 부서장님.”
그는 한숨을 내쉬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알았다. 대신 이번 달까지는 근무하는 게 어때? 이건 내가 부탁을 좀 하마.”
부서장의 하얀 머리카락과 듬성듬성 비어있는 공간이 보였다. 꽤나 힘들어 보이는 표정이었다. 그의 주름이 눈에 들어왔다. 그의 부탁은 어렵지는 않았지만 쉽지도 않았다. 당장 다음 주에도 면접이 있었다.
“그건 한번 생각해보고 내일 말씀드리겠습니다.”
자리에 일어나서 나는 바로 현장으로 나갔다. 이미 결정은 했다. 남은 건 방법의 문제였다. 밖에는 바람이 불어서 쌀쌀했다. 가을바람이 생각보다 찼다. 다행히 햇볕이 들어서 많이 춥지는 않았다. 걸어서 10분 정도 걸리는 반장 사무실로 가던 중, 내 자전거가 떠올랐다. 작년에 이맘때 샀던 자전거였는데 추석을 보내고 나니 사라져 있었다. 부서 배치받고 일주일 뒤에 8만 원이나 주고 산 자전거였는데 말이다. 1년 가까이 타고 다녀서 큰 아쉬움은 없었지만 짜증이 왈칵 솟아올랐다. 이 회사에는 도둑이 너무 많다. 단순한 자전거 도둑부터 크게는 회사공금까지 도둑질한 놈들도 있으니까 말이다.
통칭 x차장 사건으로 8년간 180억이나 횡령한 사건이 떠올랐다. 그 일이 일어난 덕분에 내가 하는 일이 많이 무서워졌다. 내가 다루는 예산도 마음만 먹으면 횡령이 가능했다. 대기업이라는 놈의 시스템이 생각보다 허술했다. 겉 보이기에는 철옹성이지만, 사실 자세히 보면 미세한 실금이 쩍쩍 가있는 모래성이었다. 그 모래성은 '유가 하락'이라는 파도에 한번, '분식회계'에 두 번, '공금 횡령'에 세 번 부닥치며 허물어져가고 있었다.
짜증을 가라앉히며 터벅터벅 발걸음을 놀렸다. 2반 사무실에서는 다행히 김반장이 있었다. 자주 보급소를 돌아다니느라 자리에 없는 경우가 많았다. 거의 아버지뻘 이신 분이었지만 나를 많이 챙기고 도와주신 분이었다. 대신 까칠한 욕쟁이라서 대하기 힘들었다. 욕하는 만큼, 챙겨주시는 분이였지만 말이다.
“반장님, 저 왔습니다.”
“어이, 왔어? 뭔 바람이 불어서 여기까지 왔노?”
그는 커피포트에서 차를 한잔 따라주었다. 2반의 김반장은 끔찍이도 몸을 아꼈는데, 특히 술을 절대 안마시기로 유명했다. 술 좋아하기로 소문난 임 차장이 그에게는 별다른 소리를 안 했다. 김반장의 회사 짬밥이 임차 장보다 오래됐고, '임 대리' 시절을 함께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가 따라준 차는 우엉차였다. 향이 꽤나 독특한 했다.
“다른 건 아니고요, 반장님, 저 18일까지 근무하고 퇴사하려고요. 하하...”
“응!? 지난번 말했던 부서 이동은 어떻게 됐냐? 잘 안됐어? 왜?!”
그는 차를 마시다 말고 소리쳤다.
“네, 부서이동도 잘 안되고, 회사에 비전도 안 보이고 해서 해외로 한번 나가보려고요.”
김반장도 한숨을 한번 푹 내쉬더니 천천히 말했다.
“그래, 잘 생각했다. 내가 볼 땐 임 차장이 팍팍 밀어붙여서 윤 부서장을 설득해야 했어. 근데 지금 지 자리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그럴 턱이 있나? 없지. 에휴, 네가 고생이 많았다. 근데 너 짐은 어떻게 할 거냐?”
“알아보니까 기숙사에서 택배를 보낼 수가 있더라고요. 그렇게 해서 보내려고 합니다.”
“아냐, 아냐, 잠깐만, 네 집이 서울이었나? 아, 용인이랬지. 그래. 내가 아는 사람 있으니까 한번 부탁해볼게. 기다려 봐.”
그러더니 스마트 폰을 톡톡 두드렸다. 곧 전화를 걸어서 어떤 사람과 통화하기 시작했다.
“어이, 그래, 권 부장, 잘 지내? 이번 주는 언제 내려와? 아니, 별다른 건 아니고 우리 부서에 있는 애가 이번에 퇴사를 한다고 해서 말이야. 짐을 빼야 되는데, 도움을 조금 받을까 하고. 응, 많지는 않대. 박스 한 3 ~ 4개? 응, 그렇지. 그래, 고마워.”
그렇게 전화를 끊더니 나를 보고 씩 웃었다.
“자, 다음 주에 수요일까지 정리 싹 해놔. 그럼 그 사람들이 실어서 올라갈 거야. 내 아들도 위에 올라갔을 때, 이렇게 해서 택배비 아꼈어. 우리 회사 납품차량이라서 어처피 텅 빈 상태로 서울로 올라가거든? 이번에도 잘 해줄 거야.”
차를 다시 나에게 따라서 내밀더니 그는 말을 이어갔다.
“내가 그동안 급하고 강압적이긴 했지만, 나쁜 의미는 없었던 거 알지? 난 네 편이다. 솔직히 회사가 우리에게, 노동자에게 제대로 해주는 건 없어. 회사는 믿을 수 도 없고, 믿어서도 안돼. 그리고 임 차장도 그러는 거 아니야. 아무리 자기 일자리가 힘들더라도, 살 사람은 살고, 갈 사람은 가야 되는 게 맞아. 윤 부서장도 너무했네. 어처피 분사 추진도 제대로 안된다고 하는데 그냥 보내주면 뭐가 덧나나? 에잉.......”
후루룩거리면서 차를 마시자, 입에는 독특한 향이, 몸에 뜨거운 기운이 퍼졌다. 옆 반의 장 반장은 재밌고 수다스럽다면, 김반장은 까탈스럽지만 세심하고, 정겹다.
“감사합니다. 짐은 잘 정리해 놓을게요.”
나는 고개를 꾸벅 숙이면서 말했다.
“그래, 그래. 근데 갈 거면 더 일찍 가지 그랬어? 시간적인 여유를 주면, 오히려 마음도 불안하고 회사에서 자꾸 잡으려고 할 텐데.”
“아무리 그래도 우리 반원들에게는 인사는 제대로 해야죠. 그리고 정리해야 되는 일도 조금 있으니까요. 어쨌든 감사합니다, 반장님.”
“일은, 남는 사람 몫이야. 너는 그냥 떠나면 돼. 그런 거 신경 쓰지 마. 내가 할게. 그 뭣이라고. 대신 우리 반 보급소 예산이나 조금 올려주고 가. 그러면 내가 알아서 할게. 허허허”
나는 그저 웃었다. 떠나갈 때는 최대한 잘 떠나야 한다. 미련이 없도록, 후회가 없도록 잘 떠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들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이곳에서 만든 인연들을 잘 정리해야 한다. 다 풀려버린 실타래처럼 뒤엉킨 실을 정리하려면 시간이 걸리 듯, 내가 이곳에서 풀어놓은 인연을 차곡차곡 주워 담아야 한다. 그래야만 미련 없이 이곳을 떠날 수 있을 것 같았다.
“감사합니다, 반장님.”
나는 인사를 하고 다시 밖으로 나섰다. 그는 내 손을 꽉 쥐고 악수를 했다. 격려가 담긴 그의 손을 놓기가 꽤나 힘들었다.
“맞다, 다음 주에 우리 반 회식하거든? 그때 인사하고 가면 될 거야. 백숙 먹으니까 몸보신하고 가면 닦겠네.”
“그럼 그때 또 찾아뵙겠습니다.”
밖은 바람이 세게 불었지만, 신기하게도 춥지 않았다. 나는 곧이어 보급소 1반의 장 반장에게 찾아갔다. 장 반장의 반응은 조금 달랐다. 많이 당황스러워 보였다.
“간다고? 어디로?”
나는 차근차근 해외에 대한 이야기를 해드렸다. 그는 못내 아쉽지만 차마 붙잡지는 못했다.
“아니, 그렇다고 부서 이동은 임 차장이 안 시켜준다나?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퇴사하는 건 너무 이르지 않나?”
“부서 이동은 어렵다고, 기다리라고만 하네요. 회사 사정도 안 좋은 걸 알고, 제가 또 해보고 싶은 게 있으니까요. 그렇게 되었습니다, 반장님.”
“아니, 그래, 우리가 잡을 수는 없는데, 그렇다고 그렇게 그만 두면 일은 누가 하나? 임 차장이 받아서 하나?”
“네, 차장님이 하기로 했습니다. 솔직히 더 이상 지원부서에 누가 오려고 하겠습니까? 이 시국에.”
“그렇긴 한데, 참, 임 차장 업무 하기도 바쁜데 우리 반을 챙길 여력이 있을까 걱정되네. 그래도 네가 있어서 중간에서 조율해주고, 그래서 그나마 버틴 거 아이가? 뭐, 어쨌든 이렇게 된 거 가서 잘 되길 바래야지.”
“네, 알겠습니다. 반장님.”
그렇게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던 중, 밖에서 담배를 태우던 정기 감이 나를 불렀다.
"류사원, 잠깐 나 좀 보자."
나는 그가 담배를 피우고 있는 흡연장으로 가서 이야기를 들었다.
“네가 우리 회사를 떠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우리 회사가 나쁜 것만은 아니야. 물록, 지금은 힘들지. 힘들고 어렵고 고달픈 데, 그래도 우리 회사는 여전히 대기업이야. 예전에는 우리 회사 정규직이다, 그러면 딸 그냥 데려가라고 했었어. 그래서 여기 과장, 차장 중에 거제 출신 여자랑 결혼 사람들이 많아. 그때는 우리가 최고였어.”
그는 담배를 한 모금 마시고 내뱉었다.
“지금은 비록 이럴지 몰라도, 나중에는 분명 다시 예전 모습으로 돌아갈 거야. 좋았던 시절로. 물론, 힘들겠지. 그렇지마는 우리가 이 시기만 잘 이겨내면 괜찮아질 거라고 봐, 나는.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결국 이거야. '너무 성급하지 않았나', 아직은 조금 더 지켜봐야 하는데 너무 섣부른 판단을 하지 않았나 싶어. 솔직히 우리 회사가 주인이 없어서 그렇지, 아주 좋은 회사라고. 이 정도는 끄떡없다고.”
때로는 그런 사람들을 접한다. 자신이 알고 있는 것으로만 판단을 내리고, 그 판단을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는 이들. 그런 이들은 대부분 크게 성공하거나, 크게 망하기 마련이다. 그 판단에 걸려있는 수많은 짐들을 깨닫는 다면, 이야기기 달라지지만, 나는 상관없다. 하고 싶은 것도 있고, 미련도 없었다. 그 덕분에 퇴사에 대해서 빠르게 결정 내릴 수 있었던 것이다. 확실히, 정기 감의 말 대로, 우리 회사가 나름 ‘대기업’ 타이틀을 달고 있고, 거제도의 가장 큰 회사 중 하나다. 덕분에 정부에서도 우리를 쉽게 못 버리고 '혈세' 소리 들어가면서, '좀비 기업'소리 들어가면서 지원해주고 있는 거 아닌가.
“기감님, 저도 일 년 동안 여기서 업무 하면서 많이 배웠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잘 배운 것이 ‘추진력’이에요. 뭐든 일단 방향을 정하면 밀고 나가라고 하더라고요. 임 차장님이요. 하하하.”
“그건 알아, 알겠는 데, 우리는 조금 아쉽다는 거지. 젊은 사원, 대리들이 다 빠져나가면 일은 누가 하나? 어쨌든, 가서 잘 해. 여기 나갈 정도면 꼭 더 잘 돼야 한다. 우리야 뭐 분사만 안되면 좋은데, 도통 회사에서 진행되는 걸 안 알려주니 원, 나도 그건 잘 모르겠다.”
그의 고민은 담배연기를 타고 이리저리 흩어졌다. 붉게 타들어가는 담배의 끝이 보였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내게 안전보호구 업무를 인수인계해주셨던 박 과장이 생각났다.
"류사원, 넌 좌우명 있어? 난 이거야. '내가 최고다.' 그런 자신감과 자부심을 가지고 해야 돼. 그래서 살아남을 수 있어. 결국, 회사에서도 피 튀기는 경쟁은 있고, 싸움은 있으니까. 남을 누르지 않으면, 내가 눌린다. 세게 밀어도 안되고, 약하게 보여서도 안된다. 알았지? 뭐, 너야 아직 한참 남았지만 말이다. 하하하.."
회사만 들어오면 공부도, 경쟁도 끝나는 줄 알았다. 사실 회사야 말로 '더 좁은 곳'에서 '더 많은 사람들'과 경쟁하는 곳다. 부서를 위해서, 나를 위해서 다른 부서를 밟아야 했고, 동기들과 선배를 밟고 올라가야 했다.
장 반장이 있는 사무실을 벗어나서 은행이 있는 건물로 향했다. 그곳에서 셔틀버스가 운영되기 때문이다. 폰을 만지작거리다 앞을 보니, 커다란 셔틀버스가 한 대 섰다. 나는 버스에 올라서 자리에 앉았다. 뒤에는 무표정으로 버스에 앉아서 자신의 목적지에 도착하기만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의 목적지에는 도대체 무엇이 있을까, 그들을 왜 썩어버린 눈동자로 멍하니 버스에 앉아 있을까. 그들의 눈동자에는 활기가 없었다. 나도 그들의 눈에는 그렇게 보이는 걸까. 나는 그들처럼 이곳에 머무르는 것보다 밖으로 나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그다음 날, 윤 부서장에게는 이번 달 18일, 계획대로 회사를 그만둔다고 말했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고 어쩔 수 없는 건 안다고 말했다. 모든 것이 결정됐다. 난 11월 18일, 퇴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