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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도둑 Sep 16. 2021

5. 맛과 향의 궤적

커피 플레이버 휠

테라로사 도서관, 플레이버 휠

커피를 마시면 어떤 맛을 느끼는가. 누군가는 살짝 고소하면서 쌉싸름한 맛이라고 말한다. 또는 살짝 시면서 달달한 느낌이라고 할 수도 있다. 고소하다고 말해도 그 안에서는 견과류의 고소함이라거나 호두 또는 아몬드 같을 수도 있다. 초콜릿 향과 단 맛이 나도 밀크 초콜릿이나 다크 초콜릿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처럼 커피에서 느낄 수 있는 맛을 모아서 하나의 원에 때려 박은 것이 커피 테이스티 휠이다.


맛을 느끼는 것은 주관적인 영역이다. 따라서 커피 또한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결국 '내가 어떤 맛과 향을 좋아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따라온다. 앞에 알아봤던 커핑은 개인의 취향을 배제하려 노력한다. 그러나 여기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 내가 자몽 같은 풍미라고 느꼈다면 그냥 자몽 같은 거다. 커피의 맛에 있어서 절대적인 기준은 없다. 다만 다양한 사람이 비슷하게 느끼는 경우가 있을 뿐이다.


맛과 향에 포함되지 않는 바디감도 빼놓을 수 없다. 바디감을 굳이 한글로 말하자면 식감 혹은 질감이라고 볼 수 있다. 입 안에 머금은 커피가 얼마나 묵직한지 또는 가벼운지를 나타낸다. 이해가 안 된다면 우리가 물을 마시는 것과 우유를 마셨을 때를 떠올려보자. 우유가 더 무겁게 느껴지지 않는가? 이런 느낌을 바디감이 있다, 무겁다 라고 표현하게 된다. 보통 커피를 마시면서 가볍다, 무겁다는 식으로 표현한다.


이런 공부를 하다 보면 커피를 마시면서 플레이버 휠을 떠올리게 된다. 이 맛은 어디쯤 속하는 걸까. 과일처럼 느껴지는 산미와 단 맛은 사과 같은 풍미 같다. 아니면 너무 시다 못해 살짝 짠 듯한 레몬 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맛을 느껴보고 표현하기 시작하면 점점 바리스타가 되는 느낌이다. 우리는 혀에서 느껴지는 풍미를 표현하는데 익숙해져야 한다. 여기서 혀에 대한 잘못된 상식을 집고 넘어가자.


어릴 적, '혀의 맛지도'라는 사진을 교과서에서 본 적 있다. 혀의 좌우 옆부분이 신 맛, 뒷부분이 쓴 맛 등 혀의 위치에 따라서 느껴지는 맛이 있다는 이야기다. 이는 잘못된 사실이다. 2001년 미국의 사이언스 아메리칸지에서는 '모든 맛은 혀의 어느 부분에서라도 감지할 수 있다.'라고 되어있다. 우리가 잘못 배웠던 이유는 19세기 후반에 보고된 연구결과를 잘못 해석해서 지금까지 반복 인용된 거라고 한다. 때문에 커피의 맛을 배우면서 '혀의 어느 위치에서' 맛이 느껴지는지 확인하라는 말은 틀린 사실이다. 


신기하게도 같은 생두라도 나라, 지역마다 맛과 향이 다르다. 토양에 따른 영양분 공급 차이가 화학물질 생성에 변수로 작용하는 듯싶다. 이는 와인에도 적용되는 테루아(terroir)의 개념이다. 토양을 포함한 지질학적, 기후학적, 생물학적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커피나무의 품종 다양하다. 나라와 지역적 특성에 품종의 다양성, 그리고 커피 체리의 가공 과정까지 거치면 정말 다양한 생두가 출하된다.


그럼 얼마나 많은 방식으로 다양성을 만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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