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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커피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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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도둑 Oct 15. 2021

12. 색의 맛

로스팅 단계

초록색의 생두가 뜨거운 로스터 안에서 돌아간다. 돌고 돌고 또 돈다. 달궈진 드럼통에서 열기가 담기면서 생두는 천천히 녹색빛을 잃어간다. 녹색은 서서히 노란빛을 띠다가 주홍빛으로 변해간다. 시간이 더 흐르면 팝콘 튀기는 소리 같은 1차 크랙이 발생한다. 타다닥 거리는 소리를 듣다 보면 어느새 갈색빛 원두를 보게 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색은 점자 짙어진다. 갈색에서 진갈색으로 변해가면서 아주 작은 소리가 한번 더 들려온다. 2차 크랙이다. 2차 크랙 이후에 원두를 살펴보면 커피 원두 표면에 반질반질한 기름기에 보이기 시작한다. 커피 오일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색은 왜 이렇게 변해가는 걸까.


결국은 또 화학 시간이다. 생두는 로스팅하면서 수분이 제거된다. 동시에 엽록소가 파괴되면서 노란색 색소인 엽황소가 드러나게 된다. 이후에 마이야 르와 캐러멜 라이징 반응이 일어나며 원두는 점차 짙은 갈색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생두의 단백질은 고체 상태로 들어있는 지방이 2차 크랙 이후에 열분해를 거쳐서 밖으로 흐른다. 생두의 온도가 170도 이상이 되면 휘발성 오일이 생성되는 화학반응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다크 로스팅(강배전)을 판단하는 기준을 커피 오일로 삼는 로스터가 많다고 한다. 이는 생두 세포 구조 손상 정도를 파악하는 것이다. 생두의 세포구조 손상 정도가 심할수록 오일이 외부로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물론, 강한 화력으로 빠르고 짧게 볶은 경우에는 약배전이지만 커피 오일이 많이 나올 수도 있다.


이번엔 온도에 따라서 로스팅 진행 과정을 따라가 보자. 어느 정도 예열한 로스터에 생두를 투입한다. 나는 보통 180도에서 투입한다. 현재는 250g씩 로스팅하면서 연습하고 있기 때문에 너무 높은 온도에 투입하면 살짝 타버리는 현상이 발생해서 180도 정도가 적당하다고 느꼈다. 물론 생두의 상태에 따라서 다르게 조정할 필요도 있지만 평균적으로는 180도로 잡고 있다.


투입 직후, 로스터 내부의 온도는 빠르게 떨어진다. 로스터 내부엔 두 개의 온도계가 있다. 하나는 BT(Bean Temperature) 다른 하나는 ET(Environment Temperature)이다. BT는 투입된 생두가 가장 많이 닿는 부분의 온도를 측정하고 ET는 로스터 드럼 내부의 온도를 측정한다. 이때 BT의 온도가 눈에 띄게 떨어진다. BT와 ET는 어느 정도 간격을 두고 온도가 상승한다. 이때, ET가 항상 BT보다 높은 온도를 유지한다.


떨어지던 온도는 어느 순간 멈췄다가 상승하기 시작한다. 멈추는 곳을 터닝 포인트라고 한다. 이후 생두가 가지고 있는 수분을 증발시키며 생두는 열을 흡수하는 과정을 거친다. 130도가 넘어가면서 생두는 노란빛을 띠기 시작한다. 150도가 넘어서면서 마이야르 반응이 서서히 일어나고 160도부터는 카라멜라이징 반응이 일어난다. 이후 195도 전후로 1차 크랙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1차 크랙 이후부터 디벨롭 구간이라고 표현한다. 이때부터 생두가 아닌 원두로 커피를 추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디벨롭 구간을 잘 조정하며 커피의 맛을 이끌어내는 것이 로스터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로스팅 이후엔 아그트론 넘버로 원두를 분류할수있다.아그트론이라는 회사에서 개발한 커피 색도계 수치로 로스팅의 정도를 파악할수있다. 이때 원두 상태의 색과 분쇄 이후의 색을 측정해볼 필요가 있다. 로스팅의 방법에 따라서 분쇄 전후의 차이가 크거나 작을수있다. 


이제 로스팅의 진행과정을 보다 자세히 들여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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