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시작한 지 이제 3주가 되어가는 시점이다.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서 세척제를 얼마나 써야지 편해지는지, 남는 시간에 뭘 하면 되는지 파악했다. 그중에서 가장 편하고 쉬운 일 하나를 소개하자면 '택배'라고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전자동 에스프레소 머신은 무게가 꽤 나간다. 기본적인 무게가 30kg 정도 된다. 거기에 파손 방지 포장재와 박스로 꽁꽁 싸매고 나면 부피도 커져서 들기 애매한 자세가 된다.
그런데 왜 쉬운 일인가 하면 트럭을 타고 멀리 있는 택배사에 맡겨야 하기 때문이다. 엔지니어가 운전하는 트럭에 박스를 가득 싣고 택배사를 다녀오면 약 한 시간 정도 소요된다. 운전은 엔지니어 분이 해주기 때문에 나는 옆에서 이런저런 말을 붙이며 편하게 앉아있는다. 물론 싣고 내릴 때 잠깐 힘써야 하긴 하지만. 시간을 여유롭게 보낼 수 있다는 게 사실 알바 입장에서 가장 좋다. 너무 할 게 없어서 지루하면 그만큼 시간이 안 가는 것도 곤욕이니까.
택배를 보내는 물량은 그때그때 다르다. 슬슬 낙엽 대신 눈송이가 떨어져서 그럴까. 갑자기 보내야 하는 물량이 늘었다. 아직 해보지 않았지만 언젠가는 해보고 싶은 알바, 택배 상하차가 이런 느낌일까 싶을 정도로 물량이 많다. 보통 4 박스에서 5박스였는데 이번엔 13박스였다. 에스프레소 머신은 본체와 함께 수도를 연결하는 호스와 전원 케이블, 그리고 머신 밑에 두는 받침대가 한 세트다. 커피 머신 박스에는 호스와 전원 케이블이 들어간다. 철로 된 받침대는 따로 박스에 담는데 그것까지 포함하면 박스는 x2가 된다.
돌아가는 길에 엔지니어는 택배가 제일 귀찮다고 한다. 이것저것 다 챙기고 박스 포장해서 내보내는 일을 전부 도맡아서 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수리해야 하는 머신은 자꾸 늘어나니 귀찮다고. 반면 알바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편한 업무가 없다. 다만 졸거나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기엔 눈치 보이니 이런저런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시시콜콜하시만 시간 때우기 좋은, 그런 주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