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이란 주관적이다. 그래서 무엇이 맛있다고 단정하긴 어렵다. 마찬가지로 커피 또한 '어떤 커피가 맛있다'라고 단정 짓기 힘들다. 그럼에도 맛있는 커피를 나누는 기준이 있다면 얼마나 설득력 있는지가 관건이다. 내 취향이 아니더라도 마시기 좋은 커피. 어느 순간 얼음만 남아있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그런 커피는 어떤 부분이 좋은지 표현하기도 쉬울뿐더러 추천하기도 쉽다.
커피에 대한 주관이 어떤지 보면 카페의 방향성이 보인다. 여기 있는 카페는 어떤 주관적인 맛 보여줄까.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또 다른 생각이 불쑥 튀어나온다. 커피 한 잔 마시는데 떠오르는 게 너무 많다. 어디 생두인지, 얼마나 볶은 원두인지, 어떻게 추출했는지, 바디감이나 마우스 필, 산미가 어떻고 단 맛은 어떻고, 자몽의 풍미니 잘 익은 사과의 뉘앙스니. 360도로 빙글빙글 돌리면서 별에 별게 다 있는 아로마 휠을 보면 어질어질하기까지 한다. 그렇게 분석하고 평가하는 끝에 커피라는 기호 식품이 발전한다.
나는 스무 살이 넘어서야 카페라는 공간에 익숙해졌고 아메리카노라는 걸 마시게 됐다. 사실 카페라는 공간을 이용하기 위한 입장료에 가깝다고 본다. 아니면 카페인을 충전하기 위한 에너지 드링크 정도. 그러나 바리스타로 일하고 로스티를 배우면서 조금씩 달라졌다. 마치 커피를 하나의 레스토랑 요리처럼 세밀하게 따지고 평가하게 된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주관적인 커피의 맛은 균형이다. 어느 한쪽으로 튀어서 너무 시거나 너무 쓰지 않는. 마시기 편해서 친구와 함께 이야기를 하다 보면 어느새 다 마셔버리는 커피. 일을 하거나 취미 생활을 하면서 함께하기 좋은 커피 말이다. 적당히라는 단어처럼 균형이란 놈은 참 어렵기만 하다. 얼마나 더 공부해봐야 내 커피 주관이 명확해질지 궁금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