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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커피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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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도둑 Jan 24. 2022

프리미엄 핸드드립 커피, J.Bright 812

들어서는 순간 성령이 임한 것 같다. 곳곳에 종교의 발자취가 보인다. 이름이 왜 J.Bright인지 알 수 있다. J가 Jesus로 보였다. 812는 무슨 의미일까. 드립이 주종목인지 싱글 오리진에서 드립과 아메리카노를 고를 수 있다. 다양한 종류가 있었는데 그중에서 에티오피아 예가체프를 주문했다. 당연히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수제 쿠키도 팔길래 오레오 쿠키도 같이 시켰다.


요즘 가는 카페마다 수제 쿠키를 판다. 스콘이나 쿠키는 다른 베이커리 중에서 간소한 장비로도 만들 수 있어서 그런 듯 싶다. 주문을 하고 카페 안을 둘러봤다. 사무실로 쓰이는 공간과 단체석이 보였다. 단체석 옆에는 커피 클래스를 진행한다는 종이가 붙어있었다. 주말에는 교회 모임도 진행하는 것 같았다. 커피와 쿠키를 받아서 먹었다.



커피는 살짝 산뜻한 느낌만 났다. 미묘하게 올라오는 단 맛과 뒤 따라오는 씁쓸한 맛. 다른 건 몰라도 예가체프를 강하게 볶았다는 사실은 확실했다. 예가체프라는 원두는 꽤나 유명한 편인데 특유의 꽃 느낌이나 강한 산미가 느껴지지 않았다. 맛이 애매했다. 반면 쿠키는 맛있었다. 내가 오레오를 좋아하기도 하고. 반죽 안에도 오레오 파우더를 넣었는지 씹을 때마다 달짝지근한 맛이 올라왔다.


쿠키를 먹고 커피를 마시면 씁쓸한 탄 맛이 더 강하게 느껴졌다. 그나마 느껴지던 신 맛도 확 죽었다. 예가체프를 왜 이렇게 볶았을까. 다른 곳에서 예가체프를 마셔보고 그런 맛을 기대한 사람이라면 거부감이 들지도 모르는데. 아니면 아메리카노로 추출해서 그런 걸까? 드립으로 추출해도 큰 차이는 없을 것 같다. 어떤 차이가 있는지 궁금해서라도 한번 더 와서 드립으로 마셔보고 싶다. 프리미엄 핸드드립 커피라도 되어있으니까 드립은 한번 마셔봐야지.


인테리어에는 공을 꽤 많이 들인 티가 났는다. 널찍한 공간과 별도로 마련된 단체석, 입구 근처에 놓인 커피 용품과 원두 통, 커피 관련 서적까지. 그런데 반면 커피장비는 훼마 에스프레소 머신과 빈스 밀 그라인더가 보였다. 더욱 드립 커피 맛이 궁금해진다.


요즘 드는 생각은 장비가 주는 맛의 차이가 상당하다는 사실이다. 비싼 장비는 비싼 맛을 낸다. 장인은 도구를 가리지 않는다지만, 나 같은 초보는 확실히 도구가 중요하다. 실력이 없으면 장비라도 좋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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