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뜩 쌓인 데미타스가 유령처럼 SNS를 떠돌고 있다.'에스프레소 바'라고 불리는 작은 카페들이 등장하면서 말이다. 사약처럼 쓰다고 외면받던 에스프레소가 어떻게 유행하게 됐을까.
우선 첫째로 소비자의 커피 경험이 늘었다.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 늘고 스페셜티 커피가 평준화되면서 커피의 맛을 따지는 사람이 생겨났다. 커피에 대한 다양한 경험 덕분에 에스프레소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줄어들게 된 것이다. 게다가 저렴하게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다는 점도 한 몫한다. 요즘 카페는 기본 5,000원부터 시작한다. 그런데 에스프레소 바는 한 잔 값으로 두 잔 이상의 에스프레소를 즐길 수 있다. 물론 양은 훨씬 적지만. 개인적으로 꼽는 가장 큰 이유는 데미타스 잔이 작고 예쁘다는 점이다. 사진이 예쁘게 잘 나온다. 그래서 잔과 잔을 겹쳐놓고 사진 찍어서 SNS에 올리는 것이 통과 의례일만큼.
생산자인 사장님들은 어떨까. 우선 에스프레소 '바'라는 콘셉트 상, 공간을 넓게 쓰지 않아도 된다. 에스프레소는 양이 적고 금방 마실 수 있기 때문에 회전율도 높다. 따라서 작은 공간을 임대해서 시작할 수 있다. 초기 자본에 대한 크게 줄어든다. 거기에 음료를 만드는 시간도 단축된다. 아메리카노나 라테처럼 뜨거운 물이나 스팀 우유를 넣을 필요가 없으니까. 초기 비용은 적게 들고 음료는 빠르게 나오면서 손님은 금방 마시고 나간다. 카페보다 더 쉽게 시작할 수 있다는 소리다. 저렴한 곳에서 회전율을 높일 수 있는 효율적인 사업. 젊은 사장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
소비자는 다양한 커피를 즐겨서 좋고 생산자는 효율적으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어 좋다. 장점들이 시너지를 내면서 트렌드가 만들어졌다. 새로운 흐름은 커피업계에 다양성을 불어넣는다. 다방 커피와 믹스 커피에서 아메리카노로, 아메리카노에서 이제는 에스프레소로 흘러가고 있다. 그러나 아메리카노의 위치는 여전히 공고할 것이다. 카페에서 친구와 수다를 떨기 위해선 여전히 아메리카노를 먼저 찾을 테니까.
초단기 임대업에 가까운 편한 의자와 테이블이 있는 카페는 여전하다. 그리고 커피를 즐기는 이들을 위한 스페셜티 커피와 로스터리 카페가 생겨났다. 곧이어 경기도 외곽처럼 넓은 곳에 대형 카페가 들어섰다. 커피와 베이커리, 레스토랑까지 함께하는 초대형 카페. 마치 관광지처럼 만들어둔 카페와 정반대로 아주 작은 곳에 들어서기 시작한 에스프레소 바. 유행이 한번 휩쓸고 지나가면 과연 얼마나 많은 곳이 살아남을지 궁금해진다. 흐름을 타고서 에스프레소 바는 커피 문화에 자리 잡을 수 있을까. 결국은 그게 관건이다. 우리나라의 카페 문화는 앉아서 이야기하는 공간이다. 그저 다양한 커피 문화가 자리 잡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