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커피 노트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도둑 Feb 10. 2022

무인 카페, 만월경

경기 성남시 분당구 미금일로 55 103호 24시 무인카페 만월경 구미점


커피 업계에서 에스프레소 바가 유행한다면, 아파트 단지 근처엔 무인 상점이 유행하고 있다. 작은 평수에 들어서는 무인 상점 종류는 점점 늘고 있다. 처음에는 인형 뽑기였다. 초창기엔 오락실이 한 종류로만 운영되는 느낌이었다. 곧이어 코인 노래방도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그리고 각종 머리띠나 모자들이 가득한 셀프 사진관으로 번졌다. 그다음엔 식품업계였다.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와 다양한 과자를 파는 곳이 등장했다. 갈비와 냉면을 포장에서 파는 곳도 나타났고 밀키트 또한 합류했다. 그리고 카페도 빠질 수 없다.


푸른 고래가 그려진 무인 카페, 만월경. 처음에는 스타벅스 원두를 쓰던 걸로 기억한다. 이제는 가맹점이 많아져서 더 좋은 스페셜티 커피 원두를 쓰게 되었다고 설명이 붙어있었다.



만월경은 전부 자동판매기로 판매하고 있었다. 쿠키나 마카롱 같은 디저트는 한대의 자판기로 팔고 음료는 자그마치 세대의 자판기가 필요했다. 음료 종류도 커피류부터 에이드와 주스까지 있었다. 가운데의 기계는 컵과 얼음을 담고 왼쪽의 기계는 커피를, 오른쪽의 기계는 에이드와 주스를 담당하고 있었다.


나는 당연히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주문했는 게 잘게 부서진 얼음들이 쏟아지고 그 컵을 잡고 커피 자판기로 가면 커피를 추출해줬다. 맛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샷이 기본 1 샷이라 연하게 느껴지긴 하다. 얼음이 잘게 부서져서 잘 녹아서 더 연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산미가 감돌면서 가벼운 바디감이 깔끔하게 느껴진다.


고소한 커피 향이 올라와서 가격 대비 괜찮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집 가는 길에 편하게 마시기 좋은 느낌이다. 다른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보다 편하고 심지어 안에 앉을자리까지 있다. 내가 방문한 곳은 지역 상생 이벤트를 하고 있었다. 동네에 사는 화가에게 그림을 받아서 전시하고 판매하고 있었다. 당연히 퀄리티는 그저 그랬다. 그러나 충분히 재밌는 이벤트다. 근처에 미대생이라도 있으면 퀄리티가 확 올라갔을 텐데, 살짝 아쉽다. 대학가 근처에서 했다면 훨씬 좋았을까?



무인 상점이 유행하는 이유는 최저 임금이 올랐기 때문이다. 알바를 고용하느니 비싼 자동판매기 한대 들여놓는 게 장기적으로 이득이라는 계산이다. 그 계산이 맞아떨어졌는지 무인 상점은 점차 많아지고 있다. 당장 패스트푸드점과 다이소만 가도 셀프 계산기가 자리를 떡하니 차지하고 있으니까. 한적한 장소에서 여유롭게 장사할 수 있고 직장을 다니면서 운영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그러나 단점도 있다.


우선 무인 상점은 도난에 취약하다. 실제로 기계를 뜯어서 돈을 빼간 사례가 뉴스를 탄 적이 있다. 당연히 CCTV에 걸려서 잡혔지만 말이다. 그러나 물건을 한 두 개 훔치는 정도로는 잡기 쉽지 않아 보인다. 그다음엔 청결도 문제다. 매일 와서 청소를 하더라도 음료와 얼음을 다루는 카페는 위생 관리에 취약하다. 에스프레소 머신은 자주 관리를 해줘야 하는데  무인 카페도 관리를 잘할 수 있을까. 프랜차이즈를 내주는 본사 측에서 관리를 잘할지 살짝 궁금해진다.


중장년층은 키오스크를 비롯한 무인 상점에 익숙하지 않다. 그렇다는 것은 가장 큰 소비자층인 중장년 측이 이용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그만큼 매출이 쉽게 오르지 않게 된다. 그다음은 신규 음료의 개발이다. 자동판매기에 신규 음료를 등록하려면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해야 하고 안에 있는 재료를 바꿔줘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자판기 내의 공간에 따라서 다양한 음료를 넣어두기 어려울 듯싶다. 그래서 휘핑크림이 올라가거나 얼음을 갈아서 먹는 스무디, 프라푸치노 종류의 음료는 없어 보였다. 다양성의 부족할 수밖에 없다.


벽에 잔뜩 붙어있는 쿠폰들


이런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무인 상점은 늘어간다. 만월경의 점포수가 늘어난다는 소리는 이용하는 소비자가 많다는 의미다. 자잘한 단점보다 투자 대비 효율이 높다는 장점이 더 크게 작용하는 듯싶다. 또한 무인 카페를 이용하는 젊은 층이 생각보다 많을지도 모른다. 더군다나 코로나 시국이라서 더 유리할지도. 물론, 더 시간이 지나야 정확히 알 수 있지만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왜 에스프레소 바가 늘어나고 있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