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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커피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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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도둑 Feb 22. 2022

보정동 카페거리, 로스터 디오


바에 있는 작은 칠판엔 '에티오피아 게샤'라고 적혀있었다. 비싸 보이는 디팅 그라인더도 보였다. 아메리카노는 두 원두 중에서 선택이 가능했다. 에티오피아와 케냐. 나는 에티오피아로 주문했다. 카페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로스팅을 직접 하는 로스터리 카페로 보였다. 플로어는 그리 넓진 않아도 천창을 노출시켜서 넓은 느낌이 든다. 한편에는 투명 유리로 로스팅 작업실이 보였다. 태환의 프로스터와 메타 빈스 제연기가 자리 잡고 있었다. 1kg대 모델인데 저걸로 이 카페를 운영하려면 자주 로스팅해야 해서 귀찮을 듯하다.


화이트 톤으로 가득한 매장에 인조 식물이 주렁주렁 매달려있었다. 플로어 중간에는 정사각형의 바 테이블과 인조 식물을 늘어져있다. 이런 인테리어는 청소하기 힘들다. 누가 잡아당겨서 뜯어지는 경우도 있고 거미줄이나 먼지가 생기기 쉽기 때문이다. 심지어 호불호도 갈린다. 안쪽 소파와 테이블, 창가 쪽 쿠션 의자는 매우 편했다. 친구들과 와서 사진 찍고 수다 떨기엔 딱 좋은 공간이다.


그러나 로스터리와 스페셜티 커피라고 하기엔 맛이 밋밋했다. 메뉴판에 쓰여있는 꽃 향기는 느껴지지 않았다. 부드러운 산미만 살짝 느껴졌을 뿐이다. 스페셜티 커피라는 단어는 그래서 양날이다. 자칫하면 기대하고 먹는 손님에게 실망감을 느끼게 할 수 있으니까.



커피 리브레에서는 '스페셜티 커피를 독특한 경험을 주는 커피 또는 커피 경험'이라고 정의했다. 다른 방식으로 정의하는 곳도 많다. 미국의 스페셜티 커피협회는 '탁월한 향미로 로스팅된 최고 품질의 커피 생두'라고 한다. 어디서는 100점 만점에 80점 이상의 점수를 받은 생두를 뜻하기도 한다. 로스터 디오의 스페셜티 커피는 어떤 관점에서 스페셜티 커피를 추구하는 걸까.


커피를 마시러 다니면서 맛에 대해서 평가하려고 애를 쓰곤 한다.  이미 경험했던 맛이 떠오르다 보니 특색 있는 커피를 찾기 더욱 어려워진다. 게다가 아메리카노는 더 어렵다. 그럼에도 아메리카노만 먹으러 다니는 이유는 가장 많이 팔리는 음료가 늘 아메리카노라서다. 어느 정도 근처에 있는 카페를 다 돌아다니고 나면 시그니처 메뉴만 먹으러 돌아다녀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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