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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도둑 Apr 26. 2022

27,000+ 28,000

로스터리를 준비하면서 가장 신경 썼던 부분 중 하나는 영업 신고였다. 식품 가공업은 공장으로 취급받기 때문에 일반적인 영업 신고보다 따지는 게 많았다. 내가 임대할 장소에 식품 가공업 허가가 나오는지 우선 시청과 구청에 문의하고 임대 계약을 진행했다. 그래도 혹시나 싶은 마음이 계속 들었다. 몇 천만 원을 투자해서 설비와 장소를 마련했는데 허가가 안 나면 어쩌나? 혹시나 내가 잘못 물어봤거나 잘못 알려줬다면 어쩌지? 이런 생각이 맴돌았다.


불안함을 느끼면서 아침 일찍 시청으로 향했다. 미세먼지로 뿌연 하늘을 보면서 도착한 시청은 차분한 분위기였다. 코로나로 인해서 1층에 테이블을 마련하고 종합민원상담 구를 운영하고 있었다. 앞에서 응대하는 분에게 용건과 해당 과에 대해서 말하면 테이블을 배정해주셨다. 테이블엔 컴퓨터와 전화기 한대가 놓여있었다. 그 자리에 앉아서 기다리다 보면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를 통해서 용건을 설명하고 관련 서류가 있는지 확인하는 절차를 거쳤다. 나는 미리 시청에 문의해서 해당 자료를 전부 작성해서 갔다. 시청에 전화하면 다 알려준다. 제대로 전화해서 물어만 본다면 말이다. 내려온 담당자는 보통 이런 걸 모르고 와서 서류를 직접 뽑아서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열심히 찾아보고 온 덕분에 일처리가 빨라졌다.


곧 이어서 내려온 위생과 담당자는 필요한 서류를 확인하고 순서를 적어줬다. 구청에서 사전 검토해야 하는 내역은 순서대로 하수도법(하천관리팀), 수질법(환경관리), 건축법과 국토계획 이용 법률 등이 있었다. 설명을 듣고 얼른 구청으로 행했다. 넓고 차분했던 시청과는 다르게 구청은 약간 시끌벅적했다. 장소가 시청보다 협소해서 그런지 층마다 민원창구를 따로 만들었는데 테이블이 몇 개 없었다. 그리고 민원으로 목소리 높이는 사람이 꽤 있어서 더 시끄럽게 느껴졌다. 어떤 분은 나 죽는 꼴 보고 싶냐며 언성을 높이고 있었다. 사업에 실패하면 나도 저렇게 될까 무섭다.


내가 거쳐가야 하는 과는 전부 한 층에 모여있었다. 순서대로 이쪽 가서 서류 주고 대기하고 저쪽 가서 서류 주고 대기하다 보니 1시간이 훌쩍 흘렀다. 허가와 조건부 허가를 받아내고 다시 시청으로 향했다. 다시 절차를 걸쳐서 담당자를 불러내고 서류에 적힌 검토내역을 보여줬다. 그리고 이어지는 결제. 등록면허세 27,000원과 민원접수비용 28,000원을 납부했다. 그 뒤엔 담당자에게 다시 서류를 제출한다. 3일 이내로 처리하는 게 원칙이기에 다음 주에 현장 실사가 나온다고.


오전에 현장 실사가 온다는 연락을 받고 작업실에 갔다. 30분쯤 기다리니 시청에서 봤던 담당자가 도착했다. 빠르게 현장을 둘러보고 신고한 구역과 상태를 확인하고 입을 열었다.


"영업등록증은 오후면 나오니까 찾으러 오시면 됩니다."


기다리는 시간과 준비한 시간에 비해서 너무나 쉽게 영업등록증이 나왔다. 이제  사업자등록, 카드 가맹, 기타 등등 귀찮은 절차를 거치면 본격적인 자영업자의 길에 들어선다. 1년 내로 망하는 확률이 90%라는 자영업자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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