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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도둑 May 17. 2022

29,000

오늘 원두를 버렸다. 아니, 어쩌면 내일도. 새로운 블렌딩을 만들려고 다양한 생두를 조금씩 샀다. 조금의 기준은 1kg. 보통 생두 수입사들은 1kg 단위로 판매한다. 20kg 이상 구매하면 더 저렴하지만 아직은 그럴 여력이 없다. 커피 리브레 생두를 몇 개 구매했다. 온두라스, 르완다, 콜롬비아. 가격대는 만원 후반 대다. 꽤 비싼 편인 만큼 특색도 두드러진다.


르완다 부산제는 커핑 노트에 플로럴, 청사과, 체리, 자몽 등이 적혀있었다. 1kg에 14,500원, 2kg를 샀다. 한 번에 500g씩 넣어서 로스팅을 한다. 500g의 생두를 집어넣으면 대략 420g 정도의 원두가 나온다. 로스팅 포인트에 따라서 수분이 더 많이 날아가기도, 더 적게 날라 기도 한다. 작은 생두는 열을 받아서 팽창하여 부풀어 오른다. 안에 있던 수분이 증발하면서 타닥거리는 소리와 함께 터져 나온다.


먹음직스러운 고소한 냄새와 연한 갈색 빛. 미디엄 정도로 볶았다. 로스팅이 끝났으면 원두를 식혀준 뒤, 냉각한다. 이후 커핑이라는 작업을 거친다. 로스팅이 잘 됐는지, 컵 노트의 특징이 있는지 확인하는 작업이다. 하얀색 커핑 볼에 분쇄된 원두를 넣고 뜨거운 물을 붓는다. 4분 뒤에 위에 둥둥 떠다니는 부유물을 제거하고 기다린다. 10분부터 맛을 보기 시작한다. 커피의 맛과 향, 바디감과 산미, 그리고 클린 컵과 단 맛.


이때, 쓰레기통으로 갈지 원두 보관함으로 갈지 결정된다. 원두의 일부가 타버려서 오는 매캐한 쓴 맛이나 덜 익은 부분에서 오는 풋내와 떫은맛을 찾는다. 저런 맛이 느껴진다면 판매상품으로 가치가 없다. 전부 쓰레기통에 쏟아버리고 새롭게 로스팅을 준비한다. 로스팅 프로파일을 확인하면서 뭐가 문제일까 찾아본다. 쓰레기통에서 올하 오는 고소한 커피 원두의 향이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긴장하자, 이러다 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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