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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도둑 May 19. 2022

8,000

작업실에서 소소한 커피 모임을 하나 만들었다. 참가비는 8,000원. 모임은 커핑과 커피 주제 대화로 약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정도 걸렸다. 첫 모임이라서 짧게 끝났지만 점차 커핑 시트지를 통해서 점수도 기록해볼 예정이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왔다. 나를 포함해서 총 9명이었는데 그중에 카페를 운영하는 분들도 계셨다. 아무래도 용인이나 신갈역 인근에 커피 모임이 없어서 가능한 일인 듯싶다. 첫 모임으로 선정한 원두는 라오스 카티 모르 레드 허니, 에티오피아 굳이 함 벨라, 케냐 니에리 레드마운틴, 콜롬비아 엘 메손 핑크 버번이었다. 혼자서만 커핑 하다가 다른 사람들 앞에서 커핑을 진행하려고 하니 긴장됐다.


원두를 갈아서 시향을 하고 뜨거운 물을 붓는다. 4분 뒤에 크랙을 걷어내고 10분부터 맛을 평가했다. 약 30분까지 시음해보고 원두의 맛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이번 4종류의 원두 중에서는 케냐와 에티오피아가 인기 있었다. 특히 케냐는 강렬한 산미가 두드러졌는데 식을수록 사과 같은 단내가 났다. 생두 가격을 알려주지 않고 투표를 했는데 케냐와 에티오피아에 몰렸다. 제일 비쌀 것 같은 생두로는 케냐가 뽑혔다. 케냐와 에티오피아 둘 다 만원 후반대의 비싼 녀석들이다.


이후엔 커피 관련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커피의 단 맛이 느껴지는지에 대해서. 일단 오신 분들께 커피, 그것도 아메리카노나 에스프레소처럼 설탕이나 시럽이 들어가지 않은 커피에서 단 맛을 느낀 적이 있는지 물어봤다. 어떤 분은 단 맛을 느낀 적 없다고 하셨고 어떤 분은 원래 달다는 말을 하셨다. 반대로 소주는 어땠는지 물어보자 바로 '달다'라는 대답이 나왔다. 그렇다면 물은 어떨까. 경우에 따라서 달게 느껴진 적이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사실 우리가 느끼는 아메리카노와 에스프레소의 단 맛은 향에서 온다. 커피 원두에는 올리고당을 비롯한 다당류가 포함되어있으나 로스팅 과정 중에 다 사라진다. 볶아진 원두 내에 잔류하고 있는 당분은 우리가 느끼기에 매우 적은 수준이다. 설탕의 단 맛을 느끼려면 1%는 넘어야 한다. 그러나 20g의 원두를 농도 1.25 TDS로, 320g 추출한다면 약 0.1 정도의 당분이 남는다.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수치다. 그럼에도 우리가 커피의 단 맛을 느꼈다고 한다. 그것은 에스프레소에서 주는 달짝지근한 향과 시럽처럼 찐득함에서 느낀 거라고 볼 수 있다. 최낙언 교수님의 연구에 의하면 향에서 느끼는 게 가장 크다고.


소주에는 실제로 감미료가 들어가서 달다는 맛을 느낄 수 있다. 반면, 물은 '필요성'에 의해서 달다는 느낌을 받는다. 열심히 등산하고 나서 정상에서 마시는 시원한 물 맛은 아주 달콤하다. 이는 몸에서 수분의 필요성을 느끼고 이를 해소하면서 오는 '단 맛'이다. 비슷하게 뜨거운 여름에 마시는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에서 우리는 단 맛을 느끼게 된다. 게다가 카페인을 통한 각성 작용이 이를 더 부채질할지도 모른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끝에 3시가 돼서 손님들이 전부 돌아갔다. 다음 모임은 어떤 주제로 이야기를 해야 할지 고민이다. 아직은 어색하지만 차츰 커피 모임이 활성화될 거라고 믿는다.



커피 원두와 드립백 주문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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