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베이커리 카페-첫 아르바이트

by 글도둑

내게 연락이 온 것은 단순한 문자 한 통이었다. 아주 단순한 문자 한 통.


[B 베이커리 경기점, 일요일 오후 3시 이전에 방문해주시면 됩니다. 간단한 이력서와 보건증 지참 바랍니다.]


보건증은 에버랜드에 지원하면서 미리 만들어뒀다. 덕분에 아르바이트를 구하려고 다운로드한 이력서를 약간 다듬어서 출력했다. 이력서의 제목은 매우 단순했다. '일은 잘 합니다.'


이력서의 전반적인 내용은 이렇다. 저는 사회생활을 20살 때 시작했고, 아르바이트를 해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전에 취직을 해버렸다. 그 덕분에 서비스 업은 내가 가장 해보고 싶으면서도 두려운 업종이다. 내가 늘 이용만 하던 카페나 식당에 종업원으로 있다 보면 새로운 시선이 생길 것 같아서 해보고 싶었다. 딱 이정도.


일요일 오후에 면접을 보러 갔다. 브리오 슈도 레 매장을 찾기 위해서 지하 1층을 한 바퀴 돌았다. 생각보다 상호명이 낯설어서 찾기 어려웠다. 근처에는 빵집이 꽤나 있었다. 그중, 이벤트 홀의 맞은편에 있는 우리 매장은 생각보다 좁았다. 베이커리 카페였지만 테이블은 5개였고, 후방 홀과 전방 홀로 나눠져 있었다. 후방에는 파티시에들이 디저트를 열심히 만들고 있었다. 앞에서는 아르바이트생으로 보이는 여자와 남자가 빵을 포장하면서 매장으로 다가오는 손님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B 베이커리 입니다."


나는 후방 홀로 가서 이야기를 했다. 아무래도 그곳에 직원분들이 계실 것 같았다. 안에는 세 명의 직원이 좁은 공간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알바 면접 보러 왔습니다."


"아, 네. 잠시만 앉아서 기다려주세요."


나는 가장 구석진 테이블에 자리하고 앉았다. 잠시 뒤, 젊은 여자가 하얀색 유니폼과 빨간색 앞치마에 초코 파우더를 잔뜩 묻힌 채 등장했다. 나보다 약간 나이가 있어 보였지만, 점장을 맡기에는 꽤나 어려 보였다. 그리고 정말 피곤해 보였다. 눈꼬리가 약간 처져있었는데, 가뜩이나 피곤함으로 찌들어있는 얼굴인데 더 피곤하게 보였다. 그녀는 피곤함이 덕지덕지 뭍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력서는 가져오셨어요?"


나는 '넵'이라고 대답하면서 준비해온 이력서와 보건증이 들어있는 파일을 내밀었다. 그녀는 이력서를 대충 보더니 몇 가지 질문을 했다. 그 사이 아르바이트생이 우리에게 커피를 가져다주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였다.


1. "왜 지원하신 거예요?"

"나중에 북카페를 차리고 싶은데, 카페에서 일을 꼭 해보고 차리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지원했습니다."


2. "여기는 빵, 베이커리가 주고 커피나 음료는 부가적일 텐데 괜찮으신가요?"

"네, 일단은 서비스 업 자체를 경험해보려고 해요. 아르바이트를 해본 적이 한 번도 없거든요. 그리고 커피를 처음부터 공부하려고 하는 건 아니라서요. 일단 커피 타보는 걸 해봐야 이게 저랑 맞는지 알 것 같아요."


3. "알바 경험이 한 번도 없으세요?"

"네, 알바를 해보기도 전에 취직을 해서 회사를 다녔었습니다."


다시 한번 슬쩍 이력서를 읽어보던 그녀는 차분하게 매장에 대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우리 매장은 말 그대로 프랑스에 본사를 두고 있는 베이커리, 레스토랑이에요. 이곳은 베이커리 카페로 운영되고 있어요. 빵이나 디저트 이름이 전부 불어라서 외우기가 약간 어려울 거예요. 바로 일을 시작하셔야 하니까, 인터넷에 '브리오 슈도 레' 검색해서 사이트 들어가시면 메뉴들이 있어요. 그거 다 외워오시면 돼요. 제가 제품 설명은 한 번씩 다 해드릴 거예요. 그리고 커피 종류는 그리 많지는 않지만 배우실수는 있을 거예요. 선임 아르바이트생들에게 이야기해놓을 테니까, 잘 인수인계받으시면 돼요. 지금 아르바이트 생들이 2주 내로 전부 관둬요. 내일부터 바로 오 실수 있죠? 내일 가장 선임으로 2명 붙여줄 테니까, 많이 배우셔야 해요. 알았죠?

보니까 나이도 어느 정도 있고, 사회 경험도 있으니까 금방 배우실 것 같네요. 근무조건은 공지 올려놓은 대로, 시급 6,470원에, 주휴수당이랑 식대도 있고요. 그리고 앞으로 다른 아르바이트생들도 더 뽑을 건데, 나이도 있고, 군대도 다녀오셨으니까 중심을 잡아줬으면 좋겠어요. "


뭔가 다양한 말을 내게 쏟아냈다. 일단 나는 합격했으며, 곧 다른 아르바이트생들이 그만두고, 앞으로 아르바이트생 시간 관리를 서로 조율하도록 하겠다는 말이었다. 드디어 나는 '카페'에서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베이커리 카페'이긴 하지만.


"그럼 월요일부터 출근하시면 되고, 복장은 검은색 바지와 운동화만 신고 오시면 돼요. 상의 유니폼이랑 앞치마, 모자는 매장에 있으니까 그걸 쓰시면 되고요. 혹시 궁금하신 점 있나요?"


"혹시 베이커리 일도 하게 되나요? 빵을 굽는다거나?"


그녀는 무뚝뚝한 얼굴로 말했다. 회색 빵모자에, 머리 망에 쏙 들어가 있는 머리망, 더 피곤해 보이는 처진 눈꼬리, 왼쪽 눈 밑에 있는 작은 점이 눈에 들어왔다.


"아뇨, 베이커리 관련된 일은 대부분 직원분들이 할 거예요. 원하시면 조금씩 배워보실 수는 있어요. 물론, 하시는 일이 익숙해지시면요. 베이커리 관련된 일은 아마 포장이 전부일 거예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알겠다고 한 뒤, 월요일, 그러니까 내일부터 출근하겠다고 말했다. 그렇게 나는 베이커리 카페에서, 백화점 지하 1층에서 처음으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다. 많은 지원 끝에, 많은 면접 끝에 드디어 카페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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