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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도둑 Jun 30. 2022

81

습도계가 81%라고 알려줬다. 오늘은 커피를 볶아야 하는 날이다. 댐퍼를 조금 더 열고 투입 온도를 10도 더 올려서 로스팅을 준비한다. 예열과 동시에 에어컨에 제습을 틀어놓는다. 서늘한 바람과 함께 숫자가 조금씩 줄어든다. 로스팅은 환경 변수에 영향을 많이 받는데 장마철은 그래서 힘들다. 사실 여름 자체가 로스터에겐 곤욕이다. 더운데 뜨거운 기계 앞을 지키고 있어야 하니까.


로스팅이 어려운 점은 더운 날은 덥다고 안되고 추운 날은 춥다고 안되기 때문이다. 심지어 습한 날은 습하다고, 건조하면 건조하다고 잘 안된다. 이렇게 보면 내가 그냥 로스팅을 못하는 거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정말 그렇다. 우리나라처럼 4계절이 뚜렷한 환경에서는 변수가 많아진다. 겨울엔 영하로, 여름은 30도가 넘는다. 대충 플러스 마이너스 30도가 넘는 온도에서 커피를 볶는 건 차이가 심할 수밖에 없다.


습도 또한 마찬가지다. 생두는 작은 알갱이고 그만큼 공기 중에 퍼져있는 수분이 들러붙기 쉽다. 게다가 생두 자체에 있는 수분기가 건조하면 금방 날아간다. 결국은 계절마다, 습도마다 해결책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한 자리에서 네 가지 계절을 모두 겪고 그에 맞은 프로파일을 정리해둬야 한다.


가장 혹독한 계절 여름을 지나는 중이다. 비가 오고 습도가 높아질수록 드럼 내부 온도가 잘 안 오른다. 그런 만큼 생두에 전달되는 열의 비중은 줄어든다. 이에 대한 대처 방안을 생각해보자. 내부에 수분이 빠르게 증발하고 빠져나갈 수 있도록 환기를 잘 시켜주는 게 좋지 않을까.


비가 많이 쏟아지고 있다. 가뭄이라는 뉴스 기사 대신에 물난리라는 뉴스 기사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하인 작업실이 조금 걱정되지만 다행히 침수 같은 사고는 나지 않았다. 습도가 높을 뿐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생두 상태가 괜찮을지가 슬슬 걱정된다. 얼른 볶아서 팔아야 할 텐데. 스토어에서 매출은 조금씩 생기고 있지만 아직 원활한 재고 회전이 될 정도까진 아니다. 부디 장마가 빨리 끝나기를. 내 상품에 문제가 안 생기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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