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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도둑 Aug 14. 2022

습도 88%

비와 커피

비가 오면 커피가 잘 안 볶인다. 정확히는 습도 때문이다. 생두에 가야 하는 열이 습기를 날리는 데 사용된다. 그래서 열을 잘 안 먹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렇다고 로스팅 시간을 늘리면 맛이 별로다. 로스팅 시간이 늘어날수록 생두 본연의 맛은 줄어든다. 어떤 생두를 쓰던 맛이 비슷해진달까. 흔히 '베이크드' 해진다. 단 맛이나 신 맛이 없고 밋밋한 커피 맛. 비싼 생두는 독특한 풍미를 가져야 한다.


그래서 제습을 틀어놓고 습도를 낮춘다. 80%가 넘는 습도를 60%까지 줄이고 커피를 볶기 시작한다. 문제는 로스팅을 위해서 환풍을 틀어놓으면 또다시 습도가 치솟는다는 점이다. 그래도 제습을 틀지 않은 것보다는 낫다. 예열도 기존보다 조금 더 높은 온도로 맞췄다. 5도 정도 높게.


이번엔 탄자니아 킬리만자로, 케냐 니에리 레드 마운틴, 파푸아 뉴기니 쿠아 마운틴을 볶았다. 가장 궁금한 생두는 파푸아 뉴기니였다. 자메이카에서 유명한 블루마운틴 품종을 재배했다고. 생소한 나라와 품종이다. 자메이카 블루마운틴 생두는 비싸서 아직 도전하지 않았다. 같은 품종이니 조금은 비슷한 뉘앙스가 나오지 않을까. 비슷한지 알기 위해서는 자메이카 블루마운틴을 마셔봐야 한다.


로스팅이 끝난 뒤, 드립으로 내려서 마셔봤다. 로스팅한 지 얼마 안 된 원두는 안에 이산화탄소가 가득하다. 뜨거운 물을 부으면 기포가 정말 뽀글뽀글 올라온다. 신선함의 증거이면서 추출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기포가 가라앉길 기다린 뒤, 다시 뜨거운 물을 붓는다. 산뜻한 산미. 이번에 볶은 원두는 전반적으로 가볍게 볶았고 새콤한 뉘앙스가 살아있는 커피들이다. 나쁘진 않지만 아직 맛이 밋밋하다. 아무래도 하루 정도는 디게싱 기간을 둬야 할 듯하다. 부디 이번엔 덜 익지만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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