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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도둑 Aug 21. 2022

26,600

수원 플리마켓 후기

안일한 생각이었다. 목표인 6만 원에 미치지 못하는 매출을 올렸다. 그래도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발견했으니까. 플리마켓 시간은 오후 2시부터 7시 30분까지였다. 그러나 공연이 8시에 시작하기 때문에 7시 30분부터 사람들이 많이 오기 시작했다. 비는 안 왔지만 그 대신 뜨거운 햇볕이 강렬한 오후였다. 더위 때문에 2시부터 5시까지는 유동인구가 거의 없었다. 그래서 안일하게 앉아있었다.


플리마켓에서 가장 장사가 잘된 곳은 카페였다. 주된 고객은 발레 단원과 축제 준비 위원들이었다. 발레 공연에 오는 선후배들이 서로 아이스커피와 주스를 사줬기 때문이다. 그다음은 발레복 체험과 토슈즈 대여였다. 이건 축제에서 운영하는 거라 돈을 받았는지는 모르겠다. 아마 안 받지 않았을까?



내가 있던 곳 맞은편에는 의류와 각종 액세서리를 팔고 있었다. 그쪽도 장사가 잘되는 편은 아닌 것 같았다. 내 옆은 선글라스와 헤나 타투였다. 선글라스는 하나도 안 팔렸지만 헤나 타투는 아이들의 무수한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 나는 헤나 타투를 받는 아이들과 기다리는 부모님을 보면서 가만히 앉아있었다. 그러니 매출이 이모양이었지.


친구 한 명이 주말에 가만히 있으면 심심하다며 도와줬다. 차량 지원도 해주고 옆에서 말동무도 해줬다. 처음엔 같이 한참 떠들다가 시간이 흐를수록 조용해졌다. 어느새 어두워질 때쯤 정신을 차려보니 매출은 9,600원이었다. 시음해주려고 가져온 커피를 제대로 나눠주지도 못한 상태였다. 나는 발레 축제와 드립백 판매가 잘 안 어울려서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실제로 플리마켓 내내 유동인구가 적기도 했으니까. 그러나 해가 지고 공연이 시작할 무렵엔 사람이 꽤나 많았다. 옆에 헤나 타투는 사람이 줄 서서 기다릴 정도였다. 물론 타투를 받는데 시간이 꽤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많이 왔다.


그때 친구가 이거 시음용 커피라도 다 뿌려보고 집에 가자고 말했다. 7시 30분쯤이었다. 친구가 먼저 나서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커피 시음 한번 해보라고 권유를 했다. 당연히 나도 일어서서 시음하러 오신 분들에게 원두와 드립백 설명을 해드렸다. 그렇게 30분 동안 판 금액이 5시간 동안 판 금액보다 컸다. 사람들이 그냥 슬쩍 보고 지나가길래 드립백에 관심이 없나 싶었다. 근데 그냥 생소하게 생긴 거라 그랬던 거였다. 막상 시음하는 사람에게 이야기를 풀어놓으면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다. 그렇게 드립백을 몇 개 더 팔고 나서 총매출은 26,600원이었다. 더 빨리 호객 행위를 했다면 좋지 않았을까. 그냥 홍보하자는 생각으로 가만히 앉아있었던 건 아닐까. 무엇보다 많이 안일했다.


돌아오는 길에 좋은 경험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번엔 어떻게 해야 할지 깨달았기 때문이다. 우선 테이블 보를 하나 사야 했다. 깔끔한 테이블 보에 드립백을 예쁘게 진열해두고 시음과 시향 위주로 진행해야 했다. 직접 테이블 뒤가 아니라 앞과 옆에서 호객 행위를 하면서 말이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다음번 플리마켓은 더 잘 준비해서 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 당장은 그런 생각이 든다. 그때는 또 어버버버 하면서 앉아있을지도 모르지만.




플리마켓 때 판매한 드립백은 아래 링크에서도 구매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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