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 또 알바 끝

by 글도둑

커피머신 세척 알바도 이제 끝이 다 와간다. 창업을 준비하면서 시작했던 알바다. 원래는 로스터리가 자리 잡을 때까지 쭉 할까 했었다. 그러나 요즘 들어서 진로에 대한 고민을 다시 시작하면서 그만두기로 결정했다. 이젠 알바가 아니라 진짜 직장을 구할 때가 됐다. 로스터리는 꾸준히 할 예정이다. 새로운 직장과 병행하면서.


커피머신 세척 아르바이트하는 곳 옆에는 로스팅 공장이 있다. 로스터님말로는 공장까진 아니고 큰 작업실 정도라고. 진짜 공장은 한 번에 100kg 넘게 볶으며 투입과 배출이 거의 자동이라고 한다. 여기는 30kg와 8kg를 쓰고 있는데도 마이크로 로스터리라는 말을 하셨다. 나는 1.8kg와 500g 짜린데 마이크로가 아니라 나노 로스터리일까.


알바를 꽤 오래 했다. 거의 일 년 가까이. 옆에 로스터님이 같이 커피를 먹어보고 많은 조언을 해주셔서 큰 도움이 됐다. 로스팅에 대한 지식도 많이 얻었고 다양한 원두 시음도 시켜주셔서 감사할 따름이었다. 우연히 그 로스터님도 이직으로 인해 퇴사하셨다. 로스터님의 송별회에 따라가서 소고기를 얻어먹었다. 로스터님이 같이 가자고 말해주신 덕분에 비싼 고기를 얻어먹은 셈이다. 알바를 하면서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잘 어울려서 다행이다. 만약 어색한 사이였다면 이런 자리에 끼지도 못했을 텐데.


커피머신 세척 알바는 지루하고 몸이 고달프긴 하지만 일하는 환경이 괜찮았다. 정확히는 같이 있는 사람들이 좋은 분들이었다. 커피머신 내부 구조에 대해서 배울 수 있었다. 동시에 커피머신 회사의 가치 사슬이 어떤 방식으로 이어지는지도. 커피머신과 로스터리를 같이 운영하면 마치 면도기와 면도날 같은 사업구조가 가능했다. 그냥 커피만 볶는 나에겐 거대한 진입장벽이 하나 있는 셈이다.


배운 건 많지만 이제 슬슬 새로운 곳으로 떠날 때다. 아무래도 이젠 알바가 아니라 진짜 일일 확률이 높다. 이러고 또 알바를 시작할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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